그린 위에 서지 못한 주말.

발목이 나를 멈추게 했다.

by Even today



이번 주말은, 내가 골프를 친 2년 반 동안 처음으로 ‘자의로’ 골프를 치지 않은 날이다.

일이 있어서 못 친 적은 많았지만, 내 의지로 쉬기로 한 건 처음이었다.

날씨는 완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봄날이었으니, 안 나가려야 안 나갈 수 없는 그런 날이었다.


어깨가 아파도 나갔고, 손목이 아파도 나갔고, 감기에 걸려도 이틀 연속 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헬스를 하다 발목을 살짝 삐끗한 것.

호주에서의 골프는 한 라운드에 7킬로미터는 걷는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니, 이번엔 정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요즘 홈코스를 옮기고 나서부터는 스트레스가 부쩍 심해졌다.

잘 치는 사람이 많고, 배우고 싶은 사람도 많고,

그들 사이에 끼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나는 내 방식대로 하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이 사람처럼도 해보고, 저 사람처럼도 해보며

레슨, 샤프트 교체, 아이언 교체, 장비 교체까지…

돈, 시간, 마음을 모두 쏟아부었다.


집은 엉망이 되었고, 일도 대충대충이었다.

한 시간이라도 연습할 시간이 생기면 뭐든 제쳐두고 나갔다.

그렇게 4개월 동안 나는 ‘미친 듯한 열정’의 시기를 통과했다.

그만큼 실력이 늘기도 했지만,

연습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오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이럴 거면 연습을 왜 해?”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이걸로 무엇을 이루려는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골프를 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 한계를 깨는 과정 속에서의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던 것이다.

낯선 사람들과 조용히 공을 치며, 오롯이 내 샷에 집중할 때

그게 가장 큰 만족과 행복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행복이 줄어들었다.

열정이 나를 잠식할 때마다,

조금은 다른 걸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헬스를 시작했다.

골프를 위한 보조 활동이었지만,

내 몸의 근육을 이해하게 되면서 새로운 발견들이 생겼다.

어떤 근육을 쓰고 있는지, 어떤 근육이 부족한지,

그 부족함이 내 스윙에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

그리고 늘 접질리던 발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결국 발목이 나에게 말했다.

“이쯤에서 좀 쉬자.”


억지로라도 나갔다면 또 7킬로를 걸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졌겠지.

발목이, 그리고 내 마음이 먼저 “멈춰야 한다”고 말한 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잘 치기 위해 시작한 헬스가

결국 나를 잠시 골프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덕분에 내가 왜 이토록 골프에 집착했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요즘은 안다.

내가 쉬는 건 열정이 식은게 아니라 열정의 온도 조절 이다.

골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가까워서 괴로워졌기 때문에,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다.


쉬면 멀어질까 두렵지만,

그래도 이토록 그리운 걸 보면

나는 여전히 골프를 사랑한다.

가끔은 쉬어야 더 보고 싶어진다.



매주 시합만 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내 자세,

내 루틴, 내 마음의 피로를 돌아보는 시간.

그것도 결국 골프의 일부다.


골프는 내 거울이다.

잘 될 때의 내 자신, 안 될 때의 내 자신,

비교하고, 화내고, 다시 다잡는 내 마음까지.

모두 이 필드 위에서 드러난다.


꾸준히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꾸준히 좋아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렵다.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쉬는 용기도 필요하다.


나는 오늘,

발목이 시키는 대로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 덕에 열정과 사람과, 내 마음과도 멀리서 지켜보게 되었다.

적당히 라는 이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

내가 잠시 쉬고싶다면 늘 ‘잘’ 쉬기 위해서.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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