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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Mar 27. 2024

내향인이지만  학부모동아리회장입니다

엄마는 강하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학부모동아리 우쿠~OO예요~!!^^

아이들만 방과 후수업으로 배우고 있던 우쿨렐레를. 악기도 있으니,
엄마들도 배워보면 좋겠다는 가벼운 맘으로 방과 후선생님께 문의드려
재작년 11월에 신설된 학부모동아리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동아리 창단에 힘써주신 교장선생님과 OOO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부터는 기타도 함께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관심 있는 어머님들의 많은 지원부탁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연주곡도  즐겁게 들어주셔요~


두근두근,

학부모총회 때 학부모동아리 소개를 하라신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째 하는 동아리 소개지만 여전히 나는 떨린다.


사실, 우쿨렐레 학부모동아리는 내가 의도해서 생긴 동아리가 아니었다.

아이가 2학년이던 2학기 반모임에서 조촐하게 모인 어머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방과 후수업 중 우쿨렐레 선생님이 너무 좋으시다는 이야기가 나와, 아이들에게 악기가 있으니,

엄마들도 배워보면 좋겠다고 어느 어머님께서 지나가듯 하신 한마디를 지나치지 못하고.

마침 반대표를 하고 있던 중이라, (이 또한 사연이 길다)

"선생님께 한번 여쭤볼까요?"


방과 후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셨다.

바로 학교 측에 문의를 드렸더니 학기말이지만 예산이 조금 남아 있어 가능하다고 하셨고,

이야기가 나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이 소정의 강의료를 부담하고, 학교 측에서도 강사지원비를 지원해 주셨다.


일단 방과 후수업으로 우쿨렐레 수업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악기가 있어서였을까.

어머님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아서, 우리 아이들 학년 어머님들을 주축으로 예닐곱 명이 바로 모여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학부모회 회장님을 역임하고 계신 어머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권역 학교 임원들의 <네트워크협의회> 오프닝 연주도 하게 되었으니, 수업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머님들의 열정이 얼마나 불타올랐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오프닝 연주를 시작으로,

그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교 중앙현관에서 캐럴 메들리를 아이들에게 연주해 주고, 이듬해 어린이날 / 스승의 날까지 연주해 줄 수 있어 기뻤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떼창을 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나만 느낀 것은 아니셨을 것 같다.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 우린 또 준비했고 그 전해보다 조금은 더 나아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처음 듣는 1학년 아이들은 더 우렁찬 목소리로 떼창을 했다. 남은 3년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연습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내향인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향인이지만, 내향인들 사이에선 외향인 같은 내향인이 되었다.

늦은 출산으로 인해 나는 또래 엄마들보다 나이가 적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선 반을 위해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반장이나 부반장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아이를 위해서 반대표를 자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언젠가 아이도 엄마를 기억하며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반모임에서 반대표를 뽑을 때 그 어색하고 껄끄러운 시간 3분을 못 견디는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

담임선생님이 학부모님들 중 아무도 반대표를 하지 않으려 하는 그 짧은 시간의 불편함을 모면시켜드리고 싶은 것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올해로 3년 차 반대표가 되었다.

사실 반대표를 하면 선생님과 소통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

학창 시절이 아니면 어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위해서 내향인 엄마는 오늘도 내향인 속에 외향인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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