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Lab의 네 번째 연구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쉽게 나누고 판단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편하고 익숙한 이미지와 편견을 덧씌운 채 말이다. 특히 ‘4050 여성’을 떠올릴 때 더욱 그렇다. 마치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처럼, 멀찍이 거리를 두고 타자화한다.
예를 들어 30대 중반의 여성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마흔이라는 경계를 넘는 순간, 삶이 갑자기 달라질 것 같다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질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그런가 하면 이미 4050 여성에 속해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그와 분리하려는 경우도 있다. ‘저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저들'이란 소위 4050 여성 하면 떠올리는 고루한 이미지들이다.
결혼 후 자식을 둔 엄마이자 가정 주부.
스마트폰은 익숙하지 않아 홈쇼핑으로 물건을 사고,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어 오마카세보다는 김치찌개를 더 편하게 느낄 것 같은 '아줌마'
그래서 우리들 궁금해졌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마흔'이라는 경계는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본 4050 여성은 우리가 그려온 모습과는 꽤 달랐다. 그들은 더 이상 ‘엄마’, ‘주부’, ‘아줌마’라는 단어에 갇혀 있을 존재가 아니었다. 2030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때로는 더 역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HER Lab의 연구는 그 경계선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구분 지어왔던 4050 여성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재조망해보기 위해서.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아줌마'가 아닌, NEW 영포티-피프티 WOMAN에 대해 말이다.
※ 이번 연구는 이호선 작가의 『마흔의 기술』과 『오십의 기술』을 참고하여 구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4050 여성을 ‘주부’라는 단어로 묶어왔다. 그에 따라 광고 역시 이들을 ‘실속형 소비자’로 정의해 왔다. 할인, 대용량, 가성비. 이 키워드들은 오랫동안 4050 여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기준처럼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의 4050 여성은 더 이상 그러한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는 데에 그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취향을 위해 소비한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시간을 쓸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비용을 지불한다. 패션, 뷰티, 식문화, 여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가 아니라 ‘취향’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동일한 ‘엄마’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그 의미는 확장되었고, 더 이상 역할에 갇힌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는 역시 광고다. 과거 광고 속 4050 여성은 대부분 가족을 위한 존재로 그려졌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누군가를 위해 소비하는 인물이었다.
2018년 박카스 광고 ‘엄마’ 편을 보면, 육아에 지친 엄마의 모습과 함께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카피가 등장한다. 이는 엄마이자 아내로서 희생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4050 여성의 전형을 담아낸다.
반면 최근 광고는 전혀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2024년 진행된 멀츠 에스테틱스 울쎄라의 ‘마이 스탠다드’ 캠페인 ‘최화정’ 편에서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취향과 기준을 분명히 드러내는 중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생에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더 이상 역할이 아닌 ‘나’ 중심의 선택을 강조한다.
즉, 4050 여성은 더 이상 ‘주부’로 기능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취향을 기반으로 선택하는 개인으로 존재한다.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주체로 이동한 것이다.
4050 여성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인식은 ‘느리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고, 변화에 둔감하며,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과거 다수의 광고는 이들을 대상으로 길고 상세한 기능 중심의 메시지를 사용했다. 충분히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4050 여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고, 쇼핑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플랫폼과 형식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특히 SNS와 같은 숏폼 콘텐츠나 모바일 환경에서도 높은 몰입도를 보이며, 감각적인 선택을 하고 다양한 행태를 보여주는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패션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패션 소비 비중은 50대가 23.6%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22.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20대(15.8%)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한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은 누적 다운로드 수 950만 건을 돌파하며 이들의 소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광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토스뱅크의 ‘하루 1분 뇌 운동’ 캠페인 ‘순자 엄마’ 편에서는, 중년 여성이 젊은 세대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고, 커피를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더 이상 4050 여성을 ‘느린 사용자’로 보지 않는 시선을 반영한다.
즉, 이제 4050 여성은 ‘이해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반응하는 대상’이다. 그들은 느린 존재가 아니라,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사용자로 자리 잡고 있다.
더 이상 4050 여성은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단순한 ‘아줌마’가 아니다. 오히려 ‘아줌마’라는 단어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가깝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단지 숫자에 불과한 그 경계선을 넘는 순간, 한 사람의 삶과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믿어왔다는 것이.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그 경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선이 아니라, 우리가 편의상 그어놓은 인식의 구분에 가깝다는 사실.
4050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같은 흐름 위에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출처]
*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패션소비 실태조사」, 2025.
* 라포랩스, ‘퀸잇’ 서비스 관련 공개 자료 및 보도자료, 2025.
* 기사: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