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쉬운게 없어
이직을 한 곳은 장단점이 아주 뚜렷했다.
기존에 받던 연봉보다 연봉은 천만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연봉보다는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매우 컸다. 기존에 성장하지 못하는 업무에 대한 불만과 대기업에서의 순환 보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직을 결심했었다.
이직을 하고서 업무에 대한 부분은 많이 해소되었다.
대기업에서는 실무적인 부분보다 페이퍼 업무에 대한 부분이 훨씬 많았기에 그런 부분이 늘 불만이었다. 실무적인 부분이 많은 곳으로 오니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어 좋았다.
디자인 직무는 대기업에서도 학벌보다는 실무적인 부분을 크게 보는 곳들이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고 sky가 많다고 하는 업종에서도 디자이너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학벌을 갖지 않고도 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sky는 아니고 말이다.
디자이너 초년생이신 분들이 학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디자이너 포트폴리오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과연 그것만으로 대기업을 들어갈 수 있을 까 하는 고민들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내 후임을 뽑을 때 sky를 뽑으라는 인사팀 말에도 2년제를 나온 후임을 면접자 5명중에 한명으로 넣었고 뽑힌 일이 있었다. 내가 그 후임을 뽑은 이유는 포트폴리오와 경력사항 때문이었다. 지금 팀에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포트폴리오와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뽑았다.
어떤 부분이 팀에서 부족했고, 그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부분이 있었는지는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오래전이었기에 지금 경력 사항으로 이야기하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적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디자이너는 학벌보다는 포트폴리오,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통과되는 곳이 많다고 하고 싶다.
일적인 부분은 해소가 되었고 연봉도 올랐다.
그러나 사람 스트레스가 컸다. 이전 직장에서도 사람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모든 게 시간으로 해결이 되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흘렀기에 좀 더 버티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도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너무 힘들어 퇴사하는 유튜브 영상의 덧글을 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는데 거기서도 같은 의견들이 올라온다.
퇴사해라.
정신력으로 버티면 안된다.
아니다 조금 더 버텨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또 한번 이직을 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이직을 하였다.
진급 누락이 당시만 해도 거의 없었기에 그대로 버텼으면 내가 쓰는 글의 앞자리가 8,9,10으로 몇번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곳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또 이직을 성급하게 하게 되었다.
연봉이 2년 사이에 너무 높아졌고 이직을 하려고 했더니 커진 몸값으로 이직이 쉽지 않았다. 헤드헌터와 이야기를 하던 중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연봉 테이블이 맞지 않아 협의가 어려울 것 같다며 해당 회사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지원한 곳 중 대리급을 뽑는 직무였는데 일단 서류 통과가 되었다.
헤드헌터와 연봉 관련 이야기로 지친 나는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 대해 미리 이야기 하고 지원이 가능하냐고 묻는 게 습관이 되었다.
서류 통과가 되었지만 면접일과 일정이 맞지 않았다. 해당 회사에서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했기에 포기를 해야했다.
금요일이 면접일이었는데 나외에 여러명의 지원자들이 그 날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 일정으로 인해 면접을 포기를 했지만, 이직하는 곳이 조건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 나빠지는 조건이었기에 나도 아쉬운 건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른 날 따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고민했지만 시간까지 맞춰준다고 하니 면접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1차, 2차, 인적성 검사까지 하루에 보았다.
마음 편하게 면접에 들어가서인지 면접 질문은 쉴틈이 없었는데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말재주가 없는 사람인데 말이 술술 나왔다.
1차 면접에서 2:1 면접이었는데 인사팀장이 하도 압박 면접을 단 1초도 쉬지 않고 해서 "제가 말을 너무 쉬지 않고 해서 물 좀 마시겠습니다" 라고 했을 때 인사팀장이 다른 면접관에게 "내가 너무 쉬지 않고 물어봤나?" 라고 했을 때 다른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였다.
그 인사 팀장님의 면접은 고마운 일이었다.
1차 면접을 보자마자 바로 5분 뒤 면접에 들어갔는데, 그 짧은 대기 시간에 면접 때 어떤 말들이 와닿더라 2차 면접 때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해주었다.
그래서 그 말은 2차 면접에서 써먹기도 했다. 2차 면접은 4:1 면접이었는데 정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역시나 긴장이 안되었다.
긴장을 안하는 성격이 절대 아니기에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당시에 그 회사에 이직하면 겉으로 보이는 조건으로는 좋은 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긴장을 하지 않으니 생각에 대해 말하기 쉬웠다.
면접을 보고 나서 면접관 중 한명이 인사 담당자에게 나를 데려다 주었는데 면접 때 말을 참 잘하더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게 전부 끝나고 나서 합격 연락이 왔고 협상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