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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린 Nov 04. 2022

나는 분노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분노가 차오른다.


회사에서는 모호한 지시사항의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그야말로 삽질 업무를 하고 있으며 (너무 모호해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막 할 수밖에 없었음), 벤더가 보내온 이메일은 그쪽이 잘못해놓고서 우리가 질질 끄는 것 같이 써놓았지를 않나.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은 주말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이다. 충분히 예상과 예방이 가능했던 사고가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일어났다는 일이, 누군가의 자식이자 연인이자 친구이자, 또 부모였을 목숨들이 너무나 어이없게 인파에 끼여 질식했다는 사실이, 그것도 여러 차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신고 또한 들어왔었던 장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곱씹을수록 나는 더욱더 분노한다. 게다가 장소는 대통령 관저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이태원 중심가이다. 


왜 이 사고를 미리 예견하지 못했으며,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으며 이태원에 비해 모이는 인파가 반의 반절도 안 되는 다른 장소의 시위에는 인원을 파견하고 이태원은 그냥 내버려 두었는가. 이태원 역부터 녹사평 역 부근까지, 700m밖에 안 되는 일직선 차로의 차량 이동만이라도 통제했다면 인구 유동이 더 자유로웠을 것을 왜 차들을 다니게 해서 불법주차가 성행하게 했으며 좁은 이동경로에서 제한된 출구에 사람들이 터져나가 목숨까지 잃게 한 것인가. 이태원에 몇 번 다녀본 사람이라면 경사진 작은 골목길들이 얼마나 많고 위험한지, 사람이 없어도 미끄러운 날 넘어지기 쉬운 곳인지를 알 것이다.


분노의 차올라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나라가 아무리 발전해도 국민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도 갑자기 들이닥친 자연재해도 아니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심지어 그 전날에도 신고가 들어왔던, 이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곳에서의 참사에서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나라를,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는가? 물론 정부 시스템에 완벽함을 바라지 않는다, 완벽한 정부란 존재할 수 없기도 하겠고. 하지만 이번 참사는 명백한 시스템의 실패이다. 나라가 아무리 부강해도 국민들이 어이없이 죽어나간다면, 이런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나 있는가?


선진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서 일어난 사고가 얼마 전에 일어난 인도네시아의 축구장 압사사고보다도 이태원 참사가 규모가 크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분노할 일에는 분노하고, 질책해야 마땅한 일은 질책하며 목소리를 낼 때, 그리고 그 목소리들이 모여 힘을 얻을 때 국가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분노를 온전히 이 글에 담았다. 국민들의 분노와 안타까움, 질책의 소리가 더 나은 정부와 시스템을 만들어 갈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제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분들과 그 유가족들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애도를 표합니다. 그저 운이 좋아 당신이 살지 못하는 오늘을 사는 나는 당신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P.S.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65288.html 

사고 사망자라고 부르라니...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정의된다. 예상도, 예방도 가능했는데 경찰과 정부의 무능으로 일어나고야 만 너무도 안타까운 참사가 어떻게 "뜻밖에 일어난" 일이 될 수 있나요? 나는 그들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사고라고 단어를 사용할 생각이 먼지만큼도 없다. 


분노를 다 쏟아내도 분노할 거리를 더 던져주는 아주 아름다운 대한민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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