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디자인팀의 iF 디자인 어워드 지원부터 수상, 시상식 까지.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난 3월 15일, 'iF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이 독일 뮌헨에서 개최됐다.
매해 60여 국가의 디자이너들이 ‘iF 디자인 어워드’에 약 6,000점 이상의 디자인을 출품한다.
세계 각국의 디자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20명의 심사위원단이 심사를 진행하고, 전체 출품작 중 평균 약 10% 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그리고 그 안에 누가 있지? 다방이 ITZY!
반갑다. 다방 디자인팀의 브런치, 첫 글은 바로 ‘iF 디자인 어워드'에 관한 이야기다.
독일의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International Forum Design 사에서 주최하는 'iF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무려 'Since 1953’이라는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고 한다.)
3대 디자인 어워드는 아래와 같다.(고 한다.)
∙ iF 디자인 어워드(1953, 독일)
∙ reddot 디자인 어워드(1955, 독일)
∙ I.D.E.A. 디자인 어워드(1980, 미국)
다방에 입사하고 나서 맡게 된 첫 프로젝트는 ‘다방 리브랜딩(re-branding)'이었다.
리브랜딩은 조직 구성원과 사용자의 마음속에 있는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이를 통합하여 일관성 있게 전달해나가는 과정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브랜드 미션과 구성원이 지녀야 할 핵심가치, 즉 브랜드 메시지를 재정의하는 작업도 이 과정에 포함된다.
다방의 기존 브랜드 메시지는 사실상 부재 상태였다. 통합된 메시지가 없다 보니 때마다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야만 했고, 때문에 목표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일관성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신사업, 캠페인, 광고, 조직 생활까지도. 다방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메시지를 바로잡아야만 했다.
기존 BI(로고) 또한 그랬다. 사용자나 조직 구성원들이 다방이라는 브랜드 로고에 어떠한 스토리나 메시지가 담겨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BI에 붙어있는 심벌은 다방의 업종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과연 어떤 것을 형상화한 건지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따라서 브랜딩 TF팀을 구성(현재는 그때와는 다른 브랜딩 TF팀이 구성되어 있다)하여 사내/외 리서치와 설문조사, 인터뷰를 거쳐 리브랜딩 키워드를 수집, 브랜드 메시지를 재정의하고 BI를 리디자인했다.
리브랜딩 과정을 너무 간단히 요약해서 슉슉 진행한 것처럼 보일까 봐 미리 억울해하며 말한다. 다방 리브랜딩은 구축과 설득의 과정을 포함해서 약 1년여의 기간을 거쳤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리스크가 컸다. 특히 5년 동안 꾸준히 노출했던 BI 형태를 전면 교체한다는 것, 게다가 심벌까지 없앤다는 것은 팀 내/외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의심의 목소리는 예상했고 당연했다. 따라서 사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리브랜딩의 당위성을 증명할 만한 것이 필요했는데, 이 글의 주제인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만큼 찰떡같은 수단은 없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앞서 설명했듯이 1953년을 시작으로 매해 1회씩 개최되고 출품 부문은 크게 '디지털 부문'과 '피지컬 부문'으로 나뉜다. 우리가 진행한 분야는 리브랜딩이었기 때문에 해당 카테고리를 포함하고 있는 '디지털 부문'에 출품했다.
매년 출품 요강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출품 세부 과정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2019년도 출품 가이드 문서를 공유한다. 자세한 출품 가이드(일정 / 비용 / 출품 과정과 방법 / 출품 문서 양식 / 결제 및 추가 결제)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워드 출품 준비는 약 한 달 하고도 반 정도 더 걸린 것 같다. 리브랜딩 산출물을 일정보다 늦게 전사에 공표했기 때문에 출품 준비도 자연스레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내 기억이 온전하다면 최종 접수 데드라인인 10월 19일(독일 현지 시간 기준) 전날인 10월 18일에 턱걸이로 제출했을 거다.
디지털 부문 출품작은 'PDF 확장자로, 8장 이내로'라는 제한이 있었는데 회사 소개와 리브랜딩 개요, 목적과 진행과정, 결과물을 담기에 8장은 턱없이 부족했다.
먼저 에버노트를 사용해(PPL 아님) 방대했던 과정을 글로 쭉 기록하고, 핵심 포인트가 될 만한 단락만 골라 골라 이질감이 들지 않게끔 서로 이어 붙였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역시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훠얼씬 어렵다.
심사위원 국적 특성상 출품작 설명글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제출해야만 했는데, 이는 미국 국적 소유자이신 한유순 대표가 도움을 주었다.
접수 마감일 바로 전 날에 최종 제출을 완료했다. 사실 다방 구성원들 모두에게 호기롭게 알리진 않았지만 이미 사내에는 디자인팀에서 iF 제출했다는데?! 어머. 등의 소문이 퍼져있었다. 응원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상에 대한 욕심도 날을 거듭할수록 커져만 갔다.
해가 바뀌어 2019년이 되고 나는 33살이 되고.. 어쨌든 심사 진행의 달, 1월이 밝았다!
심사 진행 기간인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나와 팀장님은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상태로 지냈다.
이후 심사 발표 기간부터는 극도의 긴장 상태로 매일같이 iF 디자인 어워드 홈페이지와 앱을 확인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무 중이었던 평일 오후. 평소 차분함과 고요함을 자랑하시던 준우님(팀장님)께서 돼써!!! 도ㅐ써!! 하면서 들어오신다.
'갑자기? 되긴 뭐가 돼'(반말 아니고 혼잣말)라고 생각하며 설마 iF? 라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에 iF 대ㅅㅅㅓ!! 라며.. 그 차분한 준우님께서 사무실이 떠나가라 사자후를 외치신다.
'근데 아직 메일 안 왔는데?' '요?'
알고 보니 하루에 한 번 i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하셨단다. 결과는 언제 나오냐고. 그렇게 우린 공식 메일이 도착하기 하루 전 유선으로 수상 소식을 접했다.
그날의 기분이 잊히지가 않는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날 나는 그분을 얼싸안고 엉덩이를 마구 때렸다.(개인적 취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부분은 별도의 에이전시나 대행사 도움 없이 인하우스 자격으로 수상했다는 거다. 출품자 스테이션3, 디자인 스테이션3. Z-ryeodda. (스테이션3는 다방의 사명이다)
수상 소식 이후 잘 모르는 직원분들에게도 악수와 박수를 받았다. 그룹사와 계열사 측에서도 축하와 문의를 주셨다. 아버지는 “네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라고 하셨다.
시상식 참여 차 독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디자인 팀에서는 나와 팀장님, 은비님 총 세명이 출장 멤버가 됐고 일정은 4박 6일로 정해졌다.
나는 원래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여행 계획이 일반적인 여행 계획과 차별화된 세 가지는 첫 번째 타이트하다, 두 번째 빡세다, 세 번째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번 오키나와 팀 워크숍에 이어 독일 여행 계획도 내가 맡게 되었지모야(빠끄).
일단 이번 출장의 본질은 시상식이기 때문에 관광보다는 시상식을 중심으로 일정을 채워나갔다. iF 측으로부터 온 시상식 드레스 코드는 '포멀한 다이닝 드레스'.
정장은 물론 포멀한 의류가 하나도 없는 나에게 이번 시상식은 착장에 있어서 큰 도전이었다. 최대한 포멀하게 보이기 위해 나름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정작 시상식 현장에서는 체크남방에 청바지를 입고 참석한 수상자도 있을 정도로 다양했다. (전세계 찐 디자이너들의 모임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고, 숙소는 시상식 장소와 가까운 뮌헨 중앙역 부근 호텔로 예약했다.
참, 여행자 보험도 들었다. ‘실속형’. 실속형 보험에 가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미래에 닥칠 불행을 인지하지 못했다. (귀국할 때 캐리어 안 옴. 앞으로 여행자 보험을 신청할 땐 ‘든든형’으로!)
장장 12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치고 13일 밤 뮌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착시간이 밤 시간대라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이동해야만 했다.
시상식은 뮌헨 도착 셋째 날인 15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되었다.
참고로 다음 어워드인' iF 디자인어워드 2020' 시상식은 베를린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역시나 이날도 비가 왔다. 전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돌풍을 동반한 비' 였다는 거다. 초속 38m 급 돌풍이라면 대체 상상이 가는가? 그 돌풍을 뚫고(무려 포멀한 다이닝 드레스 차림으로) 우린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시상식장 위치는 뮌헨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BMW MUSEUM 바로 옆에 위치한 BMW WELT(벨트라고 읽는다). 여행 계획의 차별성을 살려 빠르고 타이트하게 BMW MUSEUM부터 관람 후 BMW WELT로 입장했다.
입장은 iF 측에서 미리 메일로 보내준 e-ticket을 스마트폰에 저장 혹은 iF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증명서를 출력해 지참해야 가능하다.(혹시 스마트폰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 난 둘 다 했다 -쓸데없는 걱정 많은 편-)
입구에는 수백 명의 보디가드.. 대신 네다섯 분 정도의 지킴이(?)들이 서계신다. 이분들에게 준비한 e-ticket을 보여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바닥 중앙을 따라 쭉 펼쳐진 레드 카펫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국의 디자이너들로 채워진 BMW WELT. 그곳은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대규모 영화제에 참석한 듯했다.
레드 카펫 좌측에는 수상 증명서를 수령할 수 있는 부스가 있고, 우측에는 수상 기업명들이 빼곡히 써져있는 포토월이 마련돼있다.
수상자들은 그 앞에서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찍었다. 초속 38m 급 돌풍을 정면으로 맞서 잔뜩 구겨진 얼굴로. (인증샷은 각자의 아이클라우드로,,)
한편 iF 측에서는 대포 카메라를 준비했다. 수상자들의 가감 없는 현실 샷을 마구마구 찍는다. 이날 찍힌 사진들은 추후 iF 홈페이지에서 비공개 URL을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다. 시상식장 곳곳에서는 생방송 TV 프로그램처럼 수상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포토월을 지나 수상자 인증 팔찌를 받고 나면 음료와 주류, 핑거푸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관계자들을 포함한 수상자들 인원수가 어마어마해 자리 선점도 쉽지 않았지만,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여유롭게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들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옆자리 (한국)수상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도 하고,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되는 시상식 과정을 시청하며 비교적(정말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스크린 뒤편에서는 실제로 진행되는 시상식을 볼 수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 회장인 랄프 비그만(Ralph Wiegmann)이 골드 수상작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수상자들에게 직접 트로피를 수여하고, 이어서 그들의 간단한 코멘트가 이어진다. 전부 독일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장의 분위기와 그들의 표정, 움직이는 모습을 최대한 눈에 담았다.
차례로 줄을 서서 수상 증명서를 수령하게 되면 바로 옆 스튜디오에서 촬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iF 측에서 섭외한 포토그래퍼 분이 사진을 찍어 주시는데, 수상자가 한둘이 아니다 보니 ppt 슬라이드처럼 금방 금방 찍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는 역시나 극도로 피곤한 우리의 모습이 담겼다.
촬영을 기다리며 디자이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매번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iF 한국 지사 관계자분들도 뵐 수 있었다.
시상식장에서 마주친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단연 ‘과정’이었다. 다른 수상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결론은 비슷했다. 그들 역시 끝없이 의심받고 설득하고 증명해왔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아이스크림이나 파세요!라고 잡스가 말했듯이 변화와 혁신, 익숙지 않은 모든 것엔 당연히 헤이팅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같은 과정을 거쳐온 그들을 보며 위안이 되면서, 그럼에도 믿고 지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iF 디자인 어워드가 얼마나 공신력 있고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인지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사실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절대 끝이 아니며, 단지 '다방 브랜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브랜드는 어떻게 구축하는지 보다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공식적인 시상식이 끝나면 조명의 조도와 색이 바뀌면서 마치 뮤직 페스티벌처럼 디제잉이 시작된다. 약간의 술과 약간의 춤, 약간의 음악이 가미된 일종의 파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시차 적응 실패 + 살인적 관광 일정으로 컨디션이 바닥이었던 우리는 뜻밖의 어깨춤을 추며 장내를 빠져나왔다.
BMW WELT 밖으로 나와 맞은편에 설치된 크고 새빨간 iF 조형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형물 왼 편을 향해 디자이너로서의 지난 커리어가 샤라락 들어갔다. 마치 흑백 필름처럼.
이어서 조형물 오른편으로 우리 브랜드의 앞날이 촤라락 펼쳐졌다. 마치 컬러 필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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