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biing Aug 28. 2016

'현타'

현실 자각 타임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이 계속되던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가을이 찾아왔다. 청명한 푸른 하늘과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오늘은 가을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날씨였다. 올해는 이렇게 가을바람이라고 느껴질 만큼 시원한 바람을 한국에서 맞이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는데 바람을 느끼고 있노라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이자 얼마 전에 처음 배운 단어가 ‘현타'라는 단어이다.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어떤 것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덕후들이 소위 덕질을 하다가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현타'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현타'가 아닐까 싶다. 현실을 되돌아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시간. 이상하리만큼 2016년 상반기는 무기력했다. 대학원 입시 준비를 다 해놓고 난 나에게 학교 수업들도 너무 여유로웠고 그렇게 생긴 여유에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 많은 시간들에 내 몸을 맡기고 그냥 이렇게 물같이 흘러온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며 후회와 걱정이 밀려왔지만 나는 ‘현타'를 가지지 못하고 그 현실을 애써 무시하며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영주권이 지연되고 이미 합격해놓은 대학원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이 다가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걱정스러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나 자신을,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해보았을 때 나도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나도 잘 모르는 분야로 가는 대학원에 대한 불안함이 있어서였나 왠지 모르게 일을 하고 나중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일을 하고 나 자신을 좀 더 개발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는 조금은 지속되어오던 무기력함이 내 어깨 위에서 사라졌다. 해야 할 것을 찾고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머리를 다시 조금이나마 굴리려고 하게 되었다. 


    이 상황을 계기로 내가 나 자신을 모으던 그 시절로,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다른 자극을 느껴가는 그런 나로 돌아가고 싶다. 25살, 대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 여러 사회적인 시선이 더 나를 현실 타협을 해 올 수 있는 나이지만 아직 젊디 젊은 나이이다. 조금 더 주체적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중간에 쉰 만큼, 조금 더 촉을 세우고 감각을 세우고 ‘현타'를 가지자. 그리고 '현타'를 가지되 아직 해보지도 않은 현실에 타협해 자기 합리화는 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이렇게 나 자신에게 되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