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25년이 끝났다.
2025년의 마지막 날이 아쉽기보다는 마음이 후련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올해는 왠지 2025년을 미련 없이 보내줄 준비가 된 것 같다.
올해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새로운 형태로,
워크숍 운영과 코칭, 콘텐츠 기획 등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결혼을 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시작했고,
오랫동안 살던 동네를 떠나 그토록 바라던 산이 보이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런 변화들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나는 올해의 컨셉을 '파도를 즐기는 2025년'으로 정했다.
내게 다가올 변화의 파도들을 서핑하듯 즐기고 싶었지만
때로는 크고 작은 파도들에 잠식되기도 했다.
그래도 일 년 동안, 아니 변화를 고민하던 24년부터 지금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이 파도들을 온몸으로 헤쳐왔다.
그리고 25년의 끝자락, 기분 좋은 파도가 나를 땅으로 밀어주었다.
마침내 서핑을 마친 기분이다.
오프라인 워크숍 운영 - 5회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 및 발행 - 30개
브런치 작가 승인 및 콘텐츠 발행 - 6개
협력 브랜드와 일하며 처음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행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할까?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고, 적합한 메세지와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 재밌었다.
또 나의 관점으로 현장을 관찰하고 운영하며
당시의 에너지와 이야기들을 아카이빙 콘텐츠로 풀어내는 것도 즐거웠다.
콘텐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행동을 이끌어 내었을 땐 뿌듯함을 느꼈고,
반면 반응이 저조할 때는 '무엇이 부족했을까?'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맥락을 설계하는 일은 꽤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인사이트를 쌓으며 시도해보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온전히 나의 말로,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어떠한 결과나 성과가 있는 아니지만, 나에겐 오랜 시간 동안 생각에만 머물던 것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올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다른 지역에서 거주했던 두 달간의 시간이지 않을까.
분명 서울이 답답하고 시끄럽게 느껴져서
한적한 이곳으로 떠나 왔는데
서울을 그리워하다니!
내가 원하던 생활이었음에도 또다시 힘들어하는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혼란스러웠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그곳에선
퇴근 후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마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마치 그 시간은 동떨어진 섬처럼 느껴졌다.
적막함과 외로움, 고립감에 잠식되어 갔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고민이 쌓여가던 중
전시 답사를 위해 방문한 제주도의 이왈종 미술관에서
내 마음과 관점을 전환하게 되었다.
작가는 혼자만의 벽을 쌓고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지만,
막상 제주도에 홀로 있으니 서울 생각이 나서
6개월간 골판지로 부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육체적 노동에 집중하니 그때부터 제주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5년간 붓 없이 부조 작업을 하다가
평면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 온전히 마음을 정착하기 위해
수년간 작업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셨구나!
나는 고작 두 달간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서울이 생각나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었겠구나.
작품의 인물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래, 내가 원해서 선택했어도 결과는 다를 수 있지.
그 과정들을 거듭하면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알아가는 거지.
괴로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지막으로 2026년의 시작을 앞두고
2025년의 파도와 함께 흘려보내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다.
최근 오랜만에 잠을 자다가 가슴이 두근거려 깬 적이 있다.
해야 하는 일들의 마감이 많았던 주라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 온몸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모든 문장이 명문장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힘을 빼는 문장도, 평범한 문장도 필요하다.
에세이 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모든 일을 잘할 수도 없고,
100%의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다.
2026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힘을 쏟을 때와 뺄 때를 지혜롭게 구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2025년은 충분히 돌아본 것 같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2025년,
잘 가!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