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부끄러울 때

나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준 한 문장

by 뚜빈

며칠 전 터널을 지나가다 한 문장 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실패는 부끄러운게 아니예요.


앗, 나는 엄청 부끄러웠는데.

실패 앞에서 창피함으로 숨고 싶었던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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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시간이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지난 11월, 예술사 교육 과정을 들었다. 배운 예술사를 토대로 워크숍을 기획하고, 문화재단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내가 관심 있는 '자기 이해'를 주제로 워크숍을 기획하는 건 재밌는데, 지원서를 쓰는 건 왜 이렇게 하기 싫던지! 미루고 미루다, 어느새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분명 4주 간의 여유가 있었는데, 왜 나는 하루 전에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거지?


나의 벼락치기를 들켜버렸다.


결국 마감일 하루 전에야 지원 서류와 발표 자료를 부랴부랴 마무리했다. 기획안에 대해 발표를 하는데 '아, 이게 아닌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없던 부분에 대해 내용이 모호하다는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자신 있던 부분만 힘을 주어 준비하고, 답이 풀리지 않던 내용은 끝내 외면한 채 급하게 마무리했던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한 발 더 깊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첫 기획안 발표는 이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무엇 때문에 미루었을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부끄러움으로 '대체 지원서 쓰는 일을 왜 이렇게 하기 싫었을까?' 곱씹어 보았다.


우선은 진지한 명서체로 빼곡히 채워진 한글 파일이 왠지 모르게 정이 가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익숙하지 않은 행정 언어로 풀어야 한다는 낯섦과 거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원을 한다는 것은 합격과 불합격이란 결과가 뚜렷하고, 기획안 발표는 동료들의 평가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지!'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실패할 가능성 앞에서는 여전히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서 시작을 미루고, 결국 완성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패턴을 또다시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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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터널로 돌아와서 실패 옆에 적힌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실패는 부끄러운게 아니예요. 당신이 성장했다는 증거예요.


동료들의 피드백을 들을 때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나의 부족함을 마주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반강제로) 부끄러움을 견딘 덕분에 어떻게 기획안을 개선할 수 있을지, 갇혀 있던 내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어후,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바꿔볼까?' 약간의 설렘과 기대도 찾아왔다. 이것이 부끄러움을 겪은 뒤 얻은 작은 성장이라면 성장일까. 무엇보다도 첫 기획안은 실패했어도 지원 사업을 향한 첫 발은 떼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는 앞으로 실패 앞에 부끄러워질 때면, 조금은 뻔뻔하게-

'실패는 부끄러운게 아니다!' 외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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