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 Vegan Dining In Jeju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안녕하세요. 민박 맨도롱또똣 다비입니다.
드디어 지난 금요일. 처음으로 기획(작당모의?) 했던 '그린그린 하우스 파티 - Vegan dining in Jeju'를 했어요. 그날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남깁니다.
사실, 장마가 시작되어서 정해놓은 날이 다가올수록 조마조마 마음을 졸였어요. 날이 맑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아침에도 날은 흐렸고, 심지어 낮 동안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쳤어요. 마음 졸이면서.. 피자를 못 구우면 어떡하나.. 뭘로 대체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저녁 무렵 비가 스멀스멀 멈추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하시지는 않아서. 사실 걱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도란도란 너무도 정겹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J와 저까지 해서 총 다섯 명이서 자그만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말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또 하게 된다면 그때도 이 정도의 인원으로 제한을 할 것 같아요. )
직접 만든 흙화덕에 굽는 채식 피자. (광석씨 사진)
파티의 시작은 화덕에 불을 지피고, 피자를 굽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J가 하루 전날에 미리 도우 반죽을 해두었고, 그 반죽으로 함께 피자를 만들고, 토핑을 올려서 피자를 구웠어요.
두 판은 직접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소스를 발라, 고구마를 얹어 한 판, 콩고기를 불고기처럼 양념해서 한 판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머지 두 판은 직접 텃밭에서 기른 바질로 만든 바질 페스토를 바르고, 양송이버섯과 방울토마토를 얇게 잘라 얹었어요.
전날 미리 반죽해 놓은 통밀+밀가루 도우 반죽.
직접 만든 바질 페스토 위에 양송이버섯과 방울토마토.
피자 만들기!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
화덕에 불을 지피고 굽는 시간.
피자 4판을 모두 굽고 나서, 이번에는 구운 채소 초밥을 다 함께 만듭니다! 제가 채소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구워내면 배합초를 넣고 섞은 현미밥을 돌돌 뭉쳐 고추냉이와 채소를 얹고, 김으로 한 바퀴 돌려줍니다. 한영씨와 수연씨, 그리고 봄에 왔던 광석씨가 함께했어요. 따뜻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 배가 고파서 하나씩 주워 먹으면서 했어요. 하하 그리고 마당에 자라있던 머위 잎을 따다가 깨끗이 씻어 말려 그릇 대신 사용했어요. 초록의 머윗잎 위에 알록달록 채소 초밥은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전날 미리 불려놓은 병아리콩과 귀리를 삶고요. 텃밭에서 기른 양상추와 상추를 뜯어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발사믹 드레싱도 J가 직접 만들었지요. 흣.
하루 전날, 토마토 비빔 소스(비밀의 소스..)를 만들어 냉장고에 숙성시켜 두었고요. 메밀 생면을 삶아 토마토 메밀 비빔국수를 만듭니다. 샤샤샤. 모두 상 위에 올려놓으니 근사한 한 상차림이...! 광석씨에게 부탁한 와인과 함께. 정말 근사하고 맛있고 멋있고 아름답고 행복한 채식 밥상이었어요.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간단히 후식을 먹으며 놀았어요.
과일을 깎아 놓고, 비건 바게트 위에 바질 페스토 버섯볶음을 올려 부르게스타를 만들어 먹었지요. 이번에는 역시 달지 않은 스파클링과 레드와인까지요. 하핫 (제가 제일로 많이 마셨대요.)
기타 치고, 노래도 부르다가 다시 대화도 나누다가... 이런 멋진 저녁이라니요. 정말 선물 같았어요.
채식을 합시다!! 하고 큰 소리를 낼 마음은 아니에요. 그저 맛있는 채식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각자의 생각들. 걱정들. 고민들.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무슨 일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나이가 어떻게..? 가 아니고요.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고민이 뭐예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요? 이런 이야기들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지요.
정말 아름답고 고요하고 따뜻한 밤이었어요. 고마워요. 함께 해줘서.!
안녕?
제주 모슬포 낮고, 자그마한 옛집.
활엽수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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