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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y 29. 2023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커피 때문이 아니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내 마음 - 오늘의 공황

2023. 4. 24.(월)


  어제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가슴이 조이고 곧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헐떡였다. 그냥 긴장되는 걸까. 아님 심근경색 같은 건가. 덜컥 눈물이 났다. '커피도 안 먹었고 늦게 자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왜일까'하면서도 울었다.


  "엄마, 나 가슴이 아파."


  엄마는 서둘러 가스불을 끄고 날 응급실로 데려다 놓았다. 당신 아프실 적엔 비싼 치료비에 마다하는 응급실이었다. 가슴이 아프다는 내 말에 심전도 검사를 했다. 문제는 기계를 연결하는 순간 증상이 사라졌다는 거다. 아,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아무 데서나 펄떡거리는 심장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심전도 기계를 꽂고 곧장 괜찮아져 버렸고, 박지성 심장의 1/2 기능을 할 만큼 건강한 심장이라는 말을 듣고 머쓱했던 그 경험. 오늘도 그렇다면 정말 엄마에게 미안해야 한다. 


  식도염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또다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엄마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말했다. 엄마는 그 말에도 수액을 맞고 있는 날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프지 말랬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나는 내가 다른 곳이 아픔을 짐작했다. 


  자주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버스를 타기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그리고 특히 출근할 때. 이게 두근거리는 건 꽤 참을 만한데, 갑자기 통곡을 하고 싶어질 때면 스스로 아주 곤란했다. 주로 엄마가 없을 때이긴 했다. 내가 울면 엄마가 몹시 마음 아파할 테니까. 어쨌든 고데기를 하다가도, 런닝맨을 보다가도 소리 내어 펑펑 울고 코도 팽 풀었다. 붉어진 눈시울을 다스리고 출근을 했다. 나는 지금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정신의학과에 전화했다. 손에 땀이 흥건했다. 나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욕설처럼 했던 터라 스스로를 욕되게 만드는 것 같아 아주 창피했다. 학교에서 일찍 나와 누가 볼세라 뛰다시피 병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내가 그중에 하나라는 사실이 또 서글퍼 눈물이 났다. 간이검사지를 주셨다. 차분히 하나 둘 체크하다 눈물이 또 주룩주룩 났다. 나는 불안하고 긴장되며 미래가 암담하고도 죽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공황장애라고. 연예인들이 활동을 잠정중단하던 그 이유. 내가 공항에 가면 공황 오는 거냐고 농담하던 그 공황장애. 가슴이 두근거려 응급실을 찾을 정도면 발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눈물을 집어넣으며 혼잣말인 듯 대답인 듯 어색하게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린 게 커피 때문인 줄 알았어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거라면 한두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몇 년만에야 나는 커피를 마셔도 괜찮음을 알고 조그만 진정제 두 알과 비상약을 받았다. 약 봉투를 소중히 가방에 담으며 빌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내 마음을 잘 다스려주렴. 아무 데서나 두근거리지 않게, 예능을 보다가 울지 않게, 엄마가 내 걱정을 하지 않게. 


엄마가 아프지 말라고 사준 식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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