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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n 04. 2023

그래 그때도 다 공황발작이었던 거야

공황장애의 증상은 이래요 - 오늘의 공황

2023. 4. 27.(목)


  공황장애라는 걸 알고 나서는 도리어 머릿속이 정돈됐다. '아, 내가 이유 없이 긴장하고 불안에 떠는 찌질이가 아니었던 거야.'라든지 '죽을병이 아니어서 다행이야.'라든지의 자기 위안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 손은 바쁘게 '공황장애'를 검색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의 앞에서 이유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내 잘못이 아니라 공황장애 증상이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부탁해야겠다. 공황장애 증상이거나 발작이거나 진정제의 부작용이니 이해해 달라고.


공황 장애(panic disorder)란 예기치 않은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증상이 없을 때도 증상이 발현될까 미리 두려워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악영향이 생기는 장애를 의미합니다. 공황 발작 시에는 다음과 같은 증상 중 일부가 갑작스럽게 발생합니다.

• 두근거림, 심장이 마구 뛰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느낌
• 땀이 남
• 손발이나 몸이 떨림
•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 질식할 것 같은 느낌
• 가슴 부위의 통증이나 불쾌감
• 메슥거리거나 속이 불편함
• 어지럽고 휘청거리거나 혹은 실신할 것만 같은 느낌
• 비현실감, 혹은 이인감(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 혹은 자신이 달라진 듯한 느낌)
• 자제력을 잃거나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움
• 죽음에 대한 공포
• 이상한 감각(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
• 오한이나 몸이 화끈거리는 느낌

- 출처: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클릭 시 원문 링크로 이동합니다)


  위의 증상 중 심한 공포감이나 불쾌감과 함께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발생할 때 공황 발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바들바들 떨었던 날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쳤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급한 성격 탓에 버스를 가장 먼저 타기 위해 항상 줄을 먼저 서 있는 편이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눈앞에 다가오는데 심장이 오래 달리기 직후처럼 뛰었다. 이러다 심정지가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찰나의 순간 손발에 땀이 나고 교통카드를 놓칠 뻔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가슴에 손을 대고 맥박을 세었다. 멀쩡히 내렸지만 어딘가 아픈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 매일 울면서 퇴근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매일 꿈을 꾸고, 매일 알람 없이 손발에는 땀이 흥건한 채 잠에서 깼다. 잠자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불쾌하게 깨는 게 싫어 잠들기가 싫었다. 피곤해졌다. 반 아이들에게 짜증이 늘고 업무를 소화하기가 힘들어졌다. 병원에 가야겠다. 그러고 신경과에 갔다. (이전 글 참고: <자꾸 긴장돼서 병원에 갔다>) 반쪽짜리 신경안정제를 먹고 온몸이 푹 삶은 시금치가 되어버린 경험 후엔 그냥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주저앉아 울면서도 나는 내 잘못이라고 여겼다.


'출근하면 내가 수업은 똑바로 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발걸음이 무겁지, 공개수업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매일 긴장하는 거야.'


  내게 수많은 꾸지람을 건넬수록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더 크게 울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엉엉 울며 떼를 쓰는 아이는 아이여서 괜찮지만 나는 어른이었다. 그러니까 내 잘못이었다. 그러고 주말에 남자친구를 만나려고 일어난 아침에 나는 극한의 공포를 겪었다. 이미 손발에 땀은 흥건하고 긴장감은 미친 듯이 올라왔다. 어김없이 눈물부터 흘렀다. 현관문 밖을 나가면 죽을 것 같다. 아니, 이불 밖으로만 나가도 죽을 거야. 남자친구는 밖에 있는데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나는 살려달라는 전화를 남자친구에게 걸었다.


  "나 너무 무서워서 나갈 수가 없을 거 같아."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눈앞은 새까맸다. 손발이 저리고 나는 내 가슴과 바닥을 마구 내려쳤다. 전화 건너편의 남자친구는 아마 내가 죽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고 몇 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몸은 축 늘어졌지만 정신은 들었다. 아주 멀쩡히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는 미안해하며 또 내 탓을 했더랬다.


  저게 2-3년간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내겐 귀신같은 존재였는데 올해 이 녀석이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은 아침에 울며 엄마에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고백한 후 혼자 정신의학과에 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런 쓸모없고 정신없는, 내게는 힘들기만 한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3년 전에 이런 증상들을 겪고 쓴 글을 보고 누군가 내게 메일을 보내온 적이 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냐고. 어쩌면 그 긴장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느냐고. 조금 늦은 것 같지만 그 누군가가 보았으면 좋겠다. 당신 잘못이 아니며 공황장애의 증상일 수 있으니 병원에 가보자고. 나아질 수 있다고 말이다. 당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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