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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n 01. 2020

자꾸 긴장돼서 병원에 갔다

아프지 않은데 아파요

또다. 손발에 땀이 솟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그 느낌. 누구나 가끔 느끼는 긴장을 나는 일주일째 아침마다 겪고 있다. 알람이 울리기 한두시간 전에 일어나면 좀 억울하다. 억지로 눈을 감고 뒤척여보지만, 이미 긴장감은 내 몸과 마음을 압도한 상태였다. 이틀 째 그랬을 땐 너무 많이 자서 그런가했다. 날 유혹하는 저녁잠을 물리치고 새벽에 잠들어도 똑같았다. 긴장된 상태에 뻑뻑한 눈알까지 추가되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적어도 이만하니 다행라고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점 긴장하는 횟수가 증가했다. 시도때도 없이 긴장은 불쑥불쑥 나를 찾아와 온 정신과 몸을 지배했다. 누가 심장을 쥐고 있는 듯 가슴이 조이고, 박동은 온몸으로 느껴졌다. 어떨 땐 숨이 막힐 정도로 심장이 쿵쾅댔다. 커피 탓을 하기엔 디카페인 생활을 한지 2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심호흡 따위가 도움되지 않는 지경이어서는 결국 병원에 찾아갔다.


어질어질 쿵쾅쿵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게 보여서 무서웠다. 신경과에 들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간호사가 불쌍한 나를 거두어주었다. 접수를 하고 내가 제대로 온 것이 맞는지 의사의 경력을 훑었다. 치매 예방, 불면증 등등... 괴로운 내 증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여 간호사에게 물었다.


"공황장애 비스무리한 증상도 이 곳에서 진단하나요?"


찰나였지만 방황하는 그의 눈빛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아, 잘못 왔구나. 그렇지만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에 그대로 앉았다. 다른 병원에 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거니와, 길 잃은 아이가 되어 또 다시 격한 긴장에 휩싸이기 싫었을 뿐이다. 잘못 찾아왔다는 걸 알아서인지 이상스레 마음이 차분해졌다. 간호사가 다시 내 이름을 호명했을 땐 멀쩡했다. 그 상태에서 나는 온갖 검사를 마쳤다.


당연히 정상이었다. 약간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있는 것 외에는 자율신경계도 맥박도 지나치게 정상이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느냐 묻기에 그렇다했더니 그 혼자서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정상이어서 실망하는 눈치를 알아챘는지 의사는 신경안정제를 주겠다고 했다.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방 한 구석에서 엄마 몰래 약을 먹었다.


소감을 묻는다면,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았다. 긴장을 느낄 기력은 커녕, 이 세상에서 눈을 다시 못 뜨는 줄 알았다. 쏟아지는 졸음을 밤새 온 근육이 견뎌낸 듯 몸이 축축 늘어졌다. 아침에 한 번 더 먹으면 출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약 봉투를 방구석에 처박아두고는 그대로 출근했다. 머지않아 내 몸은 나를 놀리듯 다시 긴장했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헐떡대다가 눈물이 맺혔다. 누군가 날 본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해야 할지, 나 좀 살려달라고 해야할 지.


다시 병원에 갈지 말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정말 아프지 않은 건지. 아프지 않은데 내가 과민하다는 것도 그 나름대로 처절해서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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