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해서 글로 토하는 중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by 다보일

개학이 다가온다. 다음 주엔 출근해야 한다. 해내야 할 일들이 코앞으로 다가올 생각에 아찔한데, 요즘 내 가슴이 답답한 건 그런 사명감 때문은 아니라 확신한다. 솔직히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쓰고 있다. 그냥 어디다가 '나 가슴이 답답해서 도통 살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마음이 나한테는 너무 무겁고 더럽게 느껴져서, 다른 사람들은에겐 오죽할까 싶어 털어놓을 수가 없다. 글을 쓰는 지금에야 이게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앞가림 따위나 신경 쓰는. 그러고 남들이 앞가림을 잘하면 저들은 어떻게 앞가림을 잘해냈을까 하고 나 자신을 답답해하는 거다.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웃기 바쁜데, 이게 치밀한 계산 아래 온다는 걸 모두가 몰랐으면 좋겠다. '모두'에는 나도 포함이다. 방학 때 뭐 했냐는 질문에 '유튜브 보면서 지냈어요.'라고 한심하게 대답해야 할지, '도서관에서 책 많이 읽었어요.'라고 근사하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다 '별거 안 했다'라고 말하며 씁쓸해하는 나는 영 꼴같잖다. 왜 별게 아닌데. 시 쓰기 공부도 하고, 시집도 많이 읽으면서 무슨 뜻인지 알아냈을 때 쾌감을 느꼈으면서. 필사하면서 아무 생각 안 하는 내가 좋다고 생각했으면서. 조조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맛이 없지만 요리도 몇 개 배우면서 신나했으면서. 따지는 나에게 나는 대답한다. 근사하지 않은걸.


나는 아무래도 사춘기 그쯤에서 생각이 멈춘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의 중심이 나인 것처럼,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생각도 잘 못하고 행동도 잘 못한다. 그럴 때면 누군가는 '생각보다 타인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해주는데,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너무 많아서 그게 잘 적용이 안된다. 스타벅스에 앉아서도 생김새가 내 스타일이어서, 뭐 먹는지 궁금해서, 진지한 표정으로 나누는 대화를 들어야 해서, 신메뉴가 맛있는지 봐야 해서 온갖 사람을 관찰한다. 내가 특이한 경우인가라는 생각도 자기중심적인 것 같아서 생각을 그만둔다. 이런 생각 때문에 언젠가 누가 나를 봤을 때, 그 순간 재밌거나 매력적이거나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자기 세뇌를 한다.


근데 또 멍청한 게 저번 글과 이어지지만, 남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들이 너 좋아, 너 멋져, 너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라고 말해줘도 '엥, 아니야.'하고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어버린다. 내심 좋기도 한데, 이런 생각 덩어리인 나를 모르면서 하는 소리라고 밀쳐내는 거다. (근데 그래도 해주면 좋겠다. 해주라.) 최근에 이런 나를 보고 엄마도, 어떤 지인도 나더러 사납다거나 성질을 죽여야 한다거나 하는 소리를 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내가 왜 성질을 죽여야 하냐고 했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근데 그러고 밤에 울었다. 맞아. 나는 성질이 더러워. 왜 더럽지. 원래 이렇게 못난 사람이었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견뎌내느라고 힘들었겠다. 망쳐버린 관계들이 머리통을 꽉 조인다. 그래도 잘 수 있어,라고 되뇌며 눈꺼풀을 꾹 감으면 두통은 더 심해지고 자책은 더 깊어진다.


운동 후에 근육통이 오는 것처럼 눈꺼풀도 눈꺼풀통이 온다. 밤새 억지로 감는 운동을 하느라, 내가 머릿속 칠판에 낙서를 무자비하게 가득할 때마다 지워내느라 시도 때도 없이 파르르 떨린다. 눈꺼풀은 심장에다 지원을 요청했던 것 같다. 또. 심장이 몹시 뛰고, 눈앞의 모든 것들에 이질감이 느껴지면,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용감하지 못한 소시민이라 그 자리에 엎드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 걸 견뎌내기 위해(라기엔 핑계 같지만) 요즘은 저렴한 도파민에 절여져 산다. 내 평생 본 유튜브 영상보다 이번 방학 때 본 유튜브가 더 많을 거다. 보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고 아무 생각도 안 든다. 그게 웃겨지지 않을 때쯤 인스타나 뉴스를 본다. 학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면서 나 역시 학교에 존재해선 안될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공황장애 병력이 있고, 생각 덩어리에, 졸업식에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월급쟁이는 사회악이 되었다.


이런 사회악 같은 나를 누군가 보듬어주면 좋겠다. (엄마 말고.) 괜찮다고. 네가 밤마다 생각이 많은 것도,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 시선부터 신경 쓰는 것도, 도파민에 절여져 사는 것도 모두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나는 나를 좋아하기로 했으면서도 결국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게 어이가 없고 우웩스럽다. 그래도 어쩌라고다. 지금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나도 모르면서 쓰는데. 그리고 아마 이 글을 끝까지 읽을 사람도 몇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나 장황하게 하소연하는 중이고, 오늘부터는 수면패턴을 조금 당겨와야겠다. 눈꺼풀아 힘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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