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에 대한 고찰

머리카락은 억울할까..

by Dabun Supure Jeong

나는, 새치라 하기엔 유독 한 부분에 흰머리가 많이 돋는다. 그곳이 어쩌면 기점 같은 곳일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다 내 머리 전체를 흰색으로 점령해 버리지 않을까 한다.

부모님이나 할머니는 잘 몰랐는데, 여덟 살에 우리 집에 와서 8년을 살다 간 송이는 갈색털이 점점 까페라떼색으로 변하는 게 느껴졌다.

콩처럼 까맣던 눈도 점점 회색으로 변해갔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힘이 빠진다. 가지고 태어난 색마저도..

나이가 든 다는 건 시간이 흘렀다는 거고 시간이 흘렀다는 건 많이 사용했다는 뜻이겠지..

그러고 보면 나무가 부럽네.. 진한 초록을 다시금 다시금 올려낼 수 있으니..

사람의 머리카락도 지고 나면 다시 짙은 검정으로 올라온다면.. 음.. 생각해 보니 나이를 아주 많이 먹었을 때도 머리만 검다면 그것도 별로일 것 같다 ㅎ


져버린 머리카락은 왜 징그러울까..

더군다나 물에 젖어 있으면 더 그렇다

몸에 붙어있을 땐 샴푸, 컨디셔너, 오일 등으로 가꿔주어 풍성하고 윤기 있어 보이도록 애지중지 온 정성을 다 한다. 그러다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먼지와 동급, 혹은 그보다 징그러운 존재로 추락한다


단백질 덩어리라 그런 것일까, 손톱 발톱도 그런 걸 보면 누군가의 몸의 일부였기 때문에 생명을 다한 존재로 느껴져서일까.. 그런데 꽃잎 나뭇잎은 떨어져도 예쁘다고 줍기도 하잖아..

기다란 모양이 징그럽게 느껴지는 걸까.. 근데 실은 또 안 그렇잖아.. 그렇다면 생명을 떠나도 여전히 넘치는 탄력 때문일까..

왜 머리카락 너만 유독 이런 느낌을 주는 건지.. 너 좀 억울하지 않을지..


그림. 져도 아름다운.종이위에 연필, 볼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