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시간 7

돌돌이는 말없이 크다

by Dabun Supure Jeong

화장실 수채구멍에

엉킨 감정의 찌꺼기들이 끼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조용히 그것들을 끄집어냈다


방안에는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고양이는 거미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 채

벌레를 노려보고 있다


어두운 마당 끝 연못에

붉은 꽃 한 송이

말없이 흔들리고


*돌돌이는 커다란 회색 몸으로

집 안 가득 누워있다

숨 쉴 틈이 없을 만큼


나는 선물을 들고 문 앞에 섰지만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앞치마를 두른 어른은

나를 환하게 끌어안았다


“어차피 선물은

네가 여기까지 온 발자국이야. “


그 말이

천천히, 촉촉하게

피부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돌돌이- 실키테리어 종의 11살 된 우리 집 강아지 이름

그림. 아이패드에 애플펜슬과 사진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