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이는 말없이 크다
화장실 수채구멍에
엉킨 감정의 찌꺼기들이 끼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조용히 그것들을 끄집어냈다
방안에는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고양이는 거미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 채
벌레를 노려보고 있다
어두운 마당 끝 연못에
붉은 꽃 한 송이
말없이 흔들리고
*돌돌이는 커다란 회색 몸으로
집 안 가득 누워있다
숨 쉴 틈이 없을 만큼
나는 선물을 들고 문 앞에 섰지만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앞치마를 두른 어른은
나를 환하게 끌어안았다
“어차피 선물은
네가 여기까지 온 발자국이야. “
그 말이
천천히, 촉촉하게
피부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돌돌이- 실키테리어 종의 11살 된 우리 집 강아지 이름
그림. 아이패드에 애플펜슬과 사진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