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시간 2

휴양지의 겨울

by Dabun Supure Jeong

그 섬에 처음 갔던 건, 9년 전 여름이다.

흐드러진 햇살 속 타오르는 꽃들과 위풍당당한 선인장, 붉고도 푸른 지중해를 수놓은 새하얀 요트, 꽉 찬 따빠스(스페인식의 간단한 술안주) 가게, 붐비는 거리와 야외 테라스에서 흐르던 웃음소리, 일본 영화가 상영 중이던 영화관, 시간을 울리는 교회 종소리가, 내게는 그 섬의 여름이다.


그리고 다음 해 겨울, 난 바르셀로나에 사는 친구의 본가가 있는 그 도시에 다시 갔다.

친구의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모피와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었다. 그 가게는 겨울에만 문을 열었는데, 친구는 여름엔 바르셀로나에서 공부를 하고, 겨울엔 나이 든 어머니를 대신해 그 가게를 보고 있었다. 겨울의 골목은 더 희고, 겨울의 바다는 더 짙푸렀다.


친구가 어릴 적 살던 집에 가보았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친구와 친구의 동생 몰래 팔아버렸다는 집은, 철썩이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우뚝 선 절벽 위에 있었다.

집은 누군가가 별장으로 쓰는지, 대문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낮은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갔다.

마당엔 작은 수영장이 있고, 수영을 하며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천막이 덮인 수영장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짙어진 바다만이 철썩철썩 절벽을 때리고 있었다.


북적이던 인파도, 웃음소리도, 기념품을 팔던 노점도 모두 사라진 겨울 섬.

그 모든 게 정말 여기에 있었던 걸까..

그 섬, 메노르카. 종이에 펜.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