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2022
유럽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다녀와서 더 느꼈다. 낮이 긴 여름이 얼마나 풍성한 하루를 만드는지, 만다린 컬러의 노을을 마주했을 때 생명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지, 수많은 주인없는 벤치를 보며 사색의 존중을 아는 나라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글 라이더는 눈치가 보인다. 레스토랑을 가도 오페라를 예약해도 1명의 옵션을 찾기 어렵다. 작은 나라에서 빠르게 로테이션을 돌려 수익을 창출해야한다는 단순한 수학이므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유럽의 공원 곳곳과 카페의 모퉁이자리, 정원의 분수 앞에서 마주한 개개인의 사색과 독립된 시간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삶은 싱가포르에서 찾기 어렵다. 싱가포르에서 나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꼈고 유럽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는 충만함을 느꼈다. 둘 다 낯선 땅인데 나의 관점이 달라지는 것은 환경과 문화적인 차이 뿐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 만들어 낸 것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M언니가 말해준 영감을 얻는 두 가지 방법은 1.외부에서 자극을 찾는 것과 2.내 안에서 끊임없이 파헤쳐보는 것. 나는 아직 1번의 방법을 실험하는 단계. 아직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허기로 가득하다. 그 배고픔이 결국 나를 싱가포르행 바행기에 앉힌 것이니까. 이번 한 달 동안의 유럽 여행동안 이탈리아에서 열정적이고 따듯한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으로 웃는 법을 배웠고 프랑스에서 일상을 채우는 삶 자체가 영감으로 가득한 문화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여행은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이 현실과 출동했을 때의 실망감은 언제나 다음 순서로 자연스레 뒤따르기 마련. 하지만 나의 허기를 상상으로만 달래고 싶지는 않다. 천장에 메달린 보리굴비를 보며 밥숟갈을 뜨는 것은 한국에서 이미 오랜시간 해왔기 때문.
다음에 유럽에 간다면 회사를 지원해 면접을 봐보고 싶다. 그 곳에서 나라는 사람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일지. 그 나라에서 일을 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의 삶을 그려보고 싶다. 그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떤 시간들을 채우게 될까. 싱가포르는 나에게 도전을 어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나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나라다. 이곳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찾고 삶을 대하고자 하는 나의 자세를 찾았다면 다음 스텝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