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동안 아내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아내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잘 지내다가도, 내가 보기엔 사소한 일들이
아내에게는 큰 실망과 분노로 번지곤 한다.
작은 대화 속에서도 감정이 폭발하고,
때로는 아이에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던 아내,
원인과 이유를 분명히 하고 나서야 말하던 아내,
가족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해 헌신했던 아내가
급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허둥대고 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너무 오래, 아내의 희생 위에 서 있었음을.
그동안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게 되지만,
지금의 아내는 행복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무엇 하나 기뻐 보이지 않는다.
신장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여인인데,
변화하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든 것일까?
스트레스가 쌓여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 변화 앞에서,
아내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었을까.
나는 이제야 묻는다.
그동안 아내는 나를 돌보았지만,
나는 아내를 바라보았던가.
나는 아내에게, 아내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온전히 집중하고, 최우선으로 사랑해 준 적이 있었던가?
가족을 이루었지만,
나는 여전히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괴롭다.
나의 이기심, 나만 생각하는 나…
사랑이란 무엇일까?
받아주는 것인가, 인정하는 것인가, 잘해주는 것인가?
결국, 사랑은
나를 내려놓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그동안 아내는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해왔던 것이 아닐까.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해야 할 때이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머뭇거리지 않고,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그동안도 수 없이 다짐하고 결심해 왔지만
언제나 결과는 다짐처럼 따라오지 않았다.
아내가 좀 괜찮아 보인다 싶으면
나는 어느새 이기적인 나로 되돌아가 있곤 했다.
이번에는 말 뿐이 아니라
글로 남기는 절실한 다짐이 되리라.
우선, 아내에게 집중하자,
그녀를 더 이해하고 함께하는데
시간을 먼저 쓰자.
아내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내에게.
그 실행으로,
의학 정보들을 함께 찾아보고
식단을 같이 고민하고,
소식을 해야 하는 아내의 곁에서 같이 절제하고,
퇴근 후엔 가장 먼저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작은 노력? 관심 때문이었을까.
굳어 있던 아내의 얼굴이
조금은 살짝 펴지는 것을 본다.
이것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일까...
나이가 꽤 찼지만,
나는 오늘도 나의 부족함을 배우고 채운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가진
아내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