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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Jul 16. 2019

[카타니아]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카타니아 1/2편

살면서 단 한 번, 사치를 부림 직한 여행


지난 2017년 9월 말,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을 때쯤 난 결혼을 했다. 결혼 이후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뭐가 가장 좋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단연 '신혼여행'이라고 답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신혼여행 포스팅을 보면 아마 알게 될 것이다.



신혼여행은 특별하다.



신혼여행은 아마도 결혼을 두 번 하지 않는 이상 인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여행이며, 동시에 두 명의 막 결혼한 남녀가 함께 새로운 장소에 둘만 고립되어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모할 수 있는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여행이다.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아니 적어도 서로의 취향과 타협할 수 있는 여행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둘 다 적당히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음식에 쓰는 데에 동의하는 썩 괜찮은 여행 파트너였다. 사실 엥겔지수가 지나치게 높은 돼지로드 파트너였다. 나중에 안 거지만 내 남편은 거의 돈을 내고 여행 계획을 맡겨도 될 정도로 훌륭한 세미 여행전문가이자 여행 홀릭이었다. 만세! 어쨌든 우리의 신혼여행은 탁월한 여행지와 코스 선정 덕분인지 아님 여태 가본 여행 중 가장 아낌없이 예산을 써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고 익사이팅했다. 역시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2017년도만 해도 한국인이 신혼여행으로 시칠리아를 가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포털사이트를 뒤져보아도 현지 맛집 등의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아주버님 부부의 은혜 덕분에 최고의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보다 2년 먼저 결혼한 아주버님 부부가 시칠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작성한 주옥같은 여행 코스와 엄청난 리서치 없이는 알아내기 힘든 정보들을 우리에게 공유해준 것이다.



Grazie Mille(그라찌에 밀레: 엄청 고마워요), 아주버님!



우리 부부는 날로 먹은 이 여행 일정에 우리 나름대로의 리서치를 더해서 신혼여행 계획을 짰다. 정확히 말하면 남편이 계획을 짜고 비행 편과 렌터카, 숙소를 예약하고 나는 맛집을 리서치해서 예약하고 언어를 담당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업무 분담이 나름 공정한 편이다. 오빠는 자기가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노동하고 고생하면 나를 그만큼 더 똑같이 고생시키지 않으면 억울한 듯하다.^^ 가끔은 조용히 손바닥을 내밀며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그래서 언제 입금되는 거야?” 아주 똑부러진 우리 남편, 믿음직스러워! (난 어떻게든 비굴하게 빌붙어서 오빠에게 묻어가는 편이다. 알라뷰!)



우리의 신혼여행은 총 장장 16박 17일이었는데, 그중 첫 8일은 시칠리아, 뒤의 8일은 스페인 동남부와 그 옆의 섬들을 여행했다.


여기까지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럭셔리한 여행의 서론이었다. 그럼 이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우선, 시칠리아(Sicilia)에 대한 작은 상식

이 부분은 시칠리아에 대해 진지하게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보시고 여행의 열기 속으로 바로 뛰어들고 싶은 분은 스킵해도 좋다.


본론으로 들어간다고 했지만 we all lie~


나는 대체로 어떤 물건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고 우선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본다. 나와 다르게 체계적이고 꼼꼼한 남편은 물건의 사용설명서를 챙겨 읽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꼭 챙겨 본다. 남편과 함께 다니며 그런 여행법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보고 있나 남편! 흔히 말하듯이, 여행에 있어서도 딱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적인 여행기로 뛰어들기 전에 잠깐 시칠리아에 대한 정보를 나눠보고자 한다.


시칠리아의 도시들


시칠리아는 비잔틴, 이슬람, 그리스, 그리고 노르만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지중해 최대의 섬이다.


제주도의 14배 크기라고 하니 적어도 1주일은 잡고 여행을 해야 넉넉할 것이다. 지중해의 중앙부, 이탈리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시칠리아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이어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수많은 고대 문명의 영향을 받아 유물이 많으며,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즐길 거리도 많은 훌륭한 여행지다. 여기에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까지 더해져 언제 방문해도 날씨가 좋은 편이다.


한 마디로 여러 문화가 제대로 짬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탈리아의 다른 인기 관광도시들에 비해 많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곳이다. 주변에 시칠리아에 대해 물어보니 시칠리아가 마피아의 도시라는 것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마피아를 소재로 한 유명한 영화 ‘대부’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칠리아에 다녀와 보니 어느새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살면서 한 번쯤은 꼭 시칠리아에 가보라며 시도 때도 없이 전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트리나크리아 심벌


시칠리아는 지도상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고, 이 때문에 세 개의 점이 있는 별이라는 뜻의 ‘트리나크리아(trinacria)’라고도 불린다. 시칠리아의 트리나크리아 심벌은 메두사 머리에 세 개의 구부러진 다리와 세 줄기의 밀이 달려있는 것인데, 여기서 세 개의 다리는 시칠리아의 세 개의 곶을 나타내며 세 줄기의 밀은 시칠리아 땅의 풍요를 상징한다. 실제로 시칠리아는 로마제국 시대에 곡물 저장고로서 기능하였다. 메두사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파괴적인 측면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시칠리아의 수호신이 아테나이기에 심벌의 중앙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이 심벌이 여기저기서 자주 보일 텐데, 그때 괜히 아는 척하기 좋은 정보다.


에트나산의 모습


시칠리아의 가장 큰 지형적인 특징은 유럽에서 가장 큰 활화산인 에트나 산(Mount Etna)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강하고 무서운 힘을 가진 거대 괴물 티폰과의 혈투 끝에 에트나 산 밑에 티폰을 가뒀다고도 전해진다. 에트나산은 단순한 화산을 넘어 시칠리아의 아이콘이자 문화적 심벌로 통하고 있다. 이후에도 계속 언급되겠지만 1669년도에 있었던 에트나산의 격렬한 화산 분화1693년도에 있었던 대지진은 시칠리아에 큰 파장을 끼친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칠리아 여행 동선


아래는 우리 부부가 직접 시칠리아를 8일 동안 여행한 동선이다. 시간의 제약과 렌터카로 하루에 3시간 이상은 운전하지 않기 위해 고심한 끝에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팔레르모를 빼고 시칠리아의 동부, 중심부를 중심으로 계획을 짰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의 시칠리아 여행기는 우선 시칠리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카타니아에서 시작한다.


카타니아 CATANIA (2박) – 시라쿠사 SIRACUSA (1박) – 노토 NOTO (점심) – 라구사 RAGUSA (1박) – 리카타 LICATA (점심) – 아그리젠토 AGRIGENTO (1박) – 엔나 ENNA (점심) – 체팔루 CEFALÙ (1박) – 메시나 MESSINA (점심) –타오르미나 TAORMINA (2박) – 카타니아 공항 출국








장장 11시간 정도의 비행

KAL Seoul to Roma


신혼여행이라서 시작부터 힘이 좀 많이 들어간 우리는 과감하게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비즈니스석을 탔다. 아래는 우리가 인천에서 로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흡입한 것들이다.


떼샷


할렐루아 허니문 찬스!



항공사에서 우리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걸 알고는 케이크와 스파클링 와인까지 제공해주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먹는 것 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탈리아어를 속성으로 복습하는 데에 썼다. 이탈리아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 딱히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내 짧은 이탈리아어가 그들의 영어보다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였다. 참고로 나는 20대 초반에 밀라노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며 2년 정도 살았었는데 그 이후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던 터라 아주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빼고는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우리의 첫 방문 도시, 카타니아(Catania)

재미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는 걍 도시


한국에서 시칠리아에 가려면 로마나 다른 도시를 거쳐서 카타니아 공항에 내려야 한다. 시칠리아의 동부 해안, 에트나산의 기슭에 위치한 카타니아는 유서 깊은 항구도시다. 기원전 8세기쯤 고대 그리스의 식민 도시로서 건설된 이후, 로마제국, 노르만족에 의해 지배되어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았다. 시칠리아의 가장 큰 도시인 팔레르모 다음으로 큰 도시로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에 아주 중요한 문화예술, 정치적 무대가 되었던 카타니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많은 박물관, 극장 등의 볼거리가 있다.


비행기에서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빵빵한 배를 잡고 카타니아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렌터카를 빌려 첫 숙소인 NH Catania Parco Degli Aragonesi로 이동했다. 그리고 늦은 밤이었던 터라 그대로 기절했다.


https://goo.gl/maps/STAHFAjyHiMkPuUR6

합리적인 가격(100유로 정도)에 카타니아 공항에서 가까워서 좋았던 호텔 NH Parco Degli Aragonesi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챙겨 먹고 길을 떠났다.


(사진 1) 아침 식사 / (사진 2) 시칠리아 여행 내내 함께 달렸던 BMW X1


우리는 바로 시내에 있는 멋스러운 숙소, Romano House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댔다. 다른 곳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차를 꼭 주차장에 대야 하는데, 그 요금은 주차장마다 다르다. 이 호텔 근처의 주차장 Parcheggio Sturzo(빠르께지오: 이탈리아어로 주차장. 참고로 이탈리아어에서 -ch는 쌍기역ㄲ으로 발음된다)은 3시간까지는 30분마다 50센트를 내면 되었다.


https://goo.gl/maps/seSZfyKmNB1sYDVF6

Romano House의 입구
방도 쾌적하고 센스 있고 좋았다.


 






카타니아를 걷다




숙소에 짐을 놓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카타니아 시내 구경을 하러 나섰다. 여행 첫날이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끝내줘서 기분이 참 좋았다. 카타니아는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하루 정도 걸어서 시내 구경을 하다 보면 금방 친숙해질 수 있었다. 호텔에서 나와 기분 좋은 가을바람을 맞으며 타박타박 10분 정도 걸으니 어느새 벨리니 극장에 도달했다.


벨리니 극장은 카타니아 출신의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카타니아의 잘 알려진 관광지이다. 그가 어찌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이탈리아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부이자 의미를 지닌 두오모 대성당 안에 그의 묘가 마련되어 있다. 성인(saint)도 아닌 사람의 묘가 대성당 안에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대성당은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이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체성과 동질감, 소속감을 주기적으로 재확인하는 사회적인 영역으로서 해당 도시의 분위기와 시대적 에토스, 가치관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사회학 전공자의 주절주절)


https://goo.gl/maps/XdJYn9kfsL5NxMCE6

카타니아 벨리니 극장 앞의 분수대
고풍스러운 벨리니 극장
카타니아 시내


벨리니 극장에서 한 10분 정도 걷자 탁 트인 두오모 광장이 나왔다. 카타니아 또한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들처럼 대성당인 두오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서 두오모 주변에 볼거리들이 몰려있었다. 1693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이후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카타니아의 두오모는 카타니아의 수호 성녀인 성 아가타에게 봉헌된 것이라고 한다.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두오모의 입구 양 옆은 여타 대성당과 유사하게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가 지키고 있지만 입구 위 2층 한가운데에는 성녀 아가타의 조각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들은 제각각의 성인과 그들의 영웅담을 간직하여 마치 옛날이야기책을 펼쳐 읽듯이 살펴보기 좋은 것 같다.


https://goo.gl/maps/wCcH7y6y4ZLTSnwU6

카타니아의 중심에 있는 두오모와 두오모 광장


여기까지 구경하고 우리는 목을 축일 겸 두오모 인근의 Café Prestipino(카페 프레스티피노)의 테라스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전부터 유럽인들이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테라스 좌석에서 여유롭게 쉬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던 터다.


처음엔 간단하게 커피나 마실까 하는 생각으로 앉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한창 해가 중천에 떠있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있던 것. 우리도 냉큼 시원한 Prosecco (프로세코: 이탈리아어로 발포성 와인을 뜻하는 단어 중 하나) 두 잔을 따라 시켰다. 다음에 따로 이탈리안 와인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여기서 썰을 풀기엔 너무 길다!


https://goo.gl/maps/DAJ4WQvyCeHPAGgt8


Perfecto!


Perfecto 뻬르펙토: 완벽하다는 표현. (많은 이탈리아 단어가 영어 단어에 -o나 -a만 붙인 형태라서 알아듣기 쉽다) 한국 사람들이 완벽하다는 표현을 거의 안 하는 것과 달리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좀만 기분이 좋으면 남발한다.

[ 예시 ]
이탈리아인: 어디서 왔니?
우리: 한국에서요.
이탈리안: 뻬르펙토!
우리: ??? (뭐가 완벽하다는 거지?)


몸 안에 알코올이 공급되자 향긋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기본 안주로 제공된 짭조름한 견과류와 올리브, 감자칩을 곁들여 프로세코를 한 잔씩 마시고 일어나자니 아쉬워서 화이트 와인도 한 잔씩 마셨다. 딱 한 잔만 마시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같다. 어쨌든 그러자 쌀로별 같은 안주도 추가로 제공되었다. 시킨만큼 안주를 계속 더 갖다주는 이탈리아인들의 인심!


이 날 이후 여행하는 동안 주변 유럽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본다는 핑계로 간단한 낮술을 식사와 곁들이거나 식사 이후 마셨다. 정말 이만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쌀로별과 함께한 우아한 신선놀음



프로세코 두 잔, 물 한 병, 화이트 와인 두 잔에 18.50유로였다.


카페테라스에 앉아 두오모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신선놀음을 한 후, 우리는 세상 다 가진 알딸딸한 기분으로 유적지 구경에 나섰다. 우리가 처음으로 방문한 유적지이자 카타니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곳 또한 두오모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Teatro Romano e Odeon(떼아뜨로 로마노 에 오데온: 로마 극장과 오데온)이었다. 입장료는 모든 공간을 보는 티켓이 6유로, 간단한 투어가 3유로였다.


https://goo.gl/maps/PDeJktiy1dxy1uVe7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무대


시칠리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대 로마 극장들은 그리스인들이 지어놓은 극장을 로마제국 시대에 증축, 개조한 것이다. 카타니아의 로마 극장의 경우 중세시대에 사람들이 유적 위에 집을 짓고 산 흔적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수 천년 전에 지어진 로마 극장을 둘러보며, 이 곳에서 연극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옛사람들을 상상해보았다.


그땐 그게 유튜브나 넷플릭스만큼 재밌었겠지?



인간이란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덧없는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에 영혼을 불태운 흔적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사회적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상의 생물들 중에 유일하게 종족의 생존과 번식과 무관한 '재미'에 노동과 비용, 시간을 미친듯이 쓴다는 점에서 역시 인간을 놀이를 좋아하는 '호모 루덴스'라 불러야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카타니아, 예상보다 생각거리가 많은 도시였다.


알아두면 가장 유용한 이탈리아어 중 하나가 Biglietto(빌리에또: 티켓 - 단수) 혹은 Biglietti(빌리에띠: 티켓 - 복수)다.
이탈리아의 단어들은 여성, 남성과 단수, 복수에 따라서 단어 맨 끝의 어미가 바뀌는데 예외가 있지만 -o로 끝나는 명사는 주로 -i로, -a로 끝나는 단어는 주로 -e로 바꿔서 복수형이 된다. 간혹 전에 봤던 단어 같은데 단어 끝의 어미만 다르다면 사실상 같은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로마 극장에서 나온 우리는 Castello Ursino(우르시노 성)으로 향했다. 엄청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원래 전망이 훌륭한 곳인데, 우리가 갔던 날 환하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어두워지면서 (안 돼!!!) 생각만큼 예쁜 전망을 보진 못했다.


https://goo.gl/maps/gB3vQdXwH3f1VtScA

우르시노 성
우르시노 성 위에서 바라본 카타니아


이어지는 카타니아 2/2편에서 이후에 먹은 점심과 저녁 먹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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