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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Jul 16. 2023

[홋카이도 삿포로] 스스키노의 밤: 이자카야와 라멘

로컬 술집과 라멘야에서 먹고 마신 마지막 밤


사실 이 날 원래 가려고 예약해 두었던 이자카야에서 예약 확인 전화를 했었는데 내가 못 받는 바람에 예약이 취소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일본 현지 식당이나 술집을 예약할 경우, 예약 컨펌 전화나 이메일에서 컨펌 안 하면 취소당할 수 있으니 꼭 주의해야 함!


하여튼 그래서 급하게 근처의 이자카야를 물색해서 가보았지만 두 군데에서 예약 없이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토요일 저녁이라 만석인 듯) 겨우 겨우 완전 로컬한 듯한 이자카야를 하나 찾아서 입성했다.



유레카!!



부부가 운영하는 해산물 전문 단골 위주 이자카야


板前料理 渥美 (いたまえりょうりあつみ)

https://maps.app.goo.gl/crkiCTsSMbHG25HC7?g_st=ic​​

이타마에 료우리 아쯔미. 가격대가 좀 있지만 현지의 중장년층 단골들이 찾아오는 곳 같다.


아재들이 있는 곳이 찐 맛집이다

가게 앞에 오늘의 추천 메뉴가 손글씨로 쓰여있어서 신뢰도가 올라갔다.

기본 음식과 음료 메뉴.

なめこ 나메코라는 미끈미끈 버섯으로 만든 기본 안주 오토시. 한국에서는 나도팽나무버섯이라고 한다는데 잘 먹지 않는 버섯 같다. 일본이 참마, 낫또 같은 미끈미끈 끈적끈적한 식감을 좋아하는 듯. 나도 특유의 식감을 좋아한다.

이 가게의 가장 인기 메뉴. 北寄貝もと焼き(홋키가이모토야끼, 북방대합의 초벌구이 혹은 직화구이). 치즈랑 파랑 조갯살이 잘 어울림. 고소하고 맛있음. 1400엔.

좋은 건 크게 보기. 조개 살이 아주 꽉 차 있음.

鰊とチップの刺身(니신또 칫푸노 사시미, 청어와 히메마스의 사시미). 칫푸는 점심에 스시젠에서 먹었던 히메마스의 별칭 같은 것. (일본은 같은 물고기도 다양한 별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헷갈림)

오른쪽의 니신은 괜찮은데 왼쪽 칫푸는 야들야들하지만 엄청 맛있진 않음. 아무래도 여름에 제철인 생선이 잘 없어서 그런가.

그래도 각각 갈은 생강, 화이트 와사비랑 먹으니까 잘 어울렸다.

쿠로마츠. 카라구치인 니혼슈를 추천받아 시켜보았다. 깔끔한 맛.

柚子サワー(유즈사와, 유자맛 사와)와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음식과 함께 먹으니 더 꿀맛! 이자카야 입성하면 일단 앉자마자 부르짖는 한 마디:


とりあえず、生ビール!
토리아에즈, 나마비이루
(일단 생맥주 먼저!)


とうきびとジャガイモ (토우키비 또 쟈가이모, 옥수수와 감자). 일본어로 원래 옥수수는 とうもろこし(토우모로코시)라고 하는데 홋카이도에서는 강냉이라는 뜻의 とうきび(토우키비)라고도 부른다고. 홋카이도 사투리가 은근히 여기저기에 묻어난다.

어쨌든 이 옥수수 진짜 너무너무 달고 찰져서 내 인생 옥수수에 바로 등극했다. 보기엔 평범해도 식어도 맛있고 버터 없어도 맛있음. 그 안에 단짠이 최강의 밸런스로 담겨 있음.

감자는 흰색 노란색 두 가지가 나옴. 흰색은 메이쿠엔, 노란색은 잉카 메자메 감자라고 한다. 노란색은 고구마와 감자 사이 정도로 달다. 둘 다 내가 아는 감자가 아닌 것처럼 부드럽고 달고 리치한 맛이었다.

감자와 옥수수 둘 다 버터를 올려서 녹여먹지 말고 적당히 차가운 버터를 입에 넣은 후 감자나 옥수수를 넣어서 함께 먹으라고 마스타(이자카야 사장님을 부르는 말) 알려주셨는데, 이렇게 먹으니 온전한 버터맛과 함께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真鰈酒焼き(마가레이사카야끼, 가자미사케구이). 이날의 해산물 요리를 추천받아서 시킨 요리. 사실 제일 기대 안 했는데 제일 맛있었던 요리!

가자미가 이렇게 맛있는 생선일 줄이야.. 국물이 자작한데 사케에 조리되면서 가자미에서 우러난 육수가 진한 오챠즈케 국물 같음. 같이 나온 슴슴한 폰즈 소스랑 찍어 먹으면 더 꿀맛.

껍질은 고소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못해 입에서 바로 녹는다. 생선도 고기도 껍질 부분이 참 별미다.

홈메이드우메슈 사와. 매실주를 집에서 직접 담근 거라 덜 달고 진한 맛.

치타 하이볼. 요즘 일본에서도 하쿠슈나 치타 하이볼 같은 나름 고급 일본 양주로 만드는 하이볼보다는 보급이 잘 되는 저렴한 다른 해외 양주로 만든 게 더 흔하게 보인다. 치타 하이볼은 개인적으로 가심비 내 최애!

배가 너무 불러서 차마 못 시켰지만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시마에비. 나중에 홋카이도에 또 가면 꼭 먹어보고 싶다.

가자미 구이는 다 먹고 나면 남은 육수 국물로 お雑炊(おぞうすい, 죽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어줌. 배 터지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이것도 흡입.

맛없었으면 진짜 못 먹었을 텐데 너무 맛있어서 탈이었다.

마무리는 역시 소화가 잘 되는 구수한 호지차.

평소 내가 가는 이자카야보다 단가는 높지만 그래도 잘 먹어서 만족. 사실 한국에서 이자카야 가면 더 돈이 드는 것 같다.






삿포로 시내에서의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하기엔 아쉬워서 마지막 주전부리차 들린 라멘집.


삿포로에 왔으니, 기본에 충실한 미소 라멘!


Shishiou らーめん獅子王

https://maps.app.goo.gl/jsBryTaGRtKCrG4h6?g_st=ic

작은 라멘야임에도, 늦은 시간임에도 앞에 5명 정도 있어서 줄을 섰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찾는 작은 집. 스스키노 시내에는 라멘집이 모여있는 구역이 있는데, 미소라멘(된장 베이스 라면) 외에도 시오라멘(소금 베이스 깔끔한 라면), 쇼유라멘(간장 베이스 라면) 등이 다 있지만 그래도 홋카이도하면 미소라멘이라서 먹으러 왔다.

이 한 장이 바로 메뉴!

매운 미소라멘인지 그냥 미소라멘인지와 토핑 선택 가능. 네 가지 매운맛 정도를 정할 수 있다. 메뉴가 몇 개 없을수록 왠지 그 몇 없는 메뉴가 맛있을 거라는 신뢰가 간다.

温玉味噌ラーメン(온타마미소라멘) 각 950엔 2개에 파 토핑 1개를 추가했다. 반숙란 대신 아지타마로 변경했다. 총 2000엔.

담백하면서 짭짤한 미소 국물에 엄청 꼬들한 면.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면이었다.

생파가 듬뿍 올라가서 미소라멘의 느끼함이나 단순함을 잡아준다. 먹다가 좀 질리면 후추나 시치미 추가하면 됨.


아, 라멘 먹으러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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