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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제로 Dec 27. 2022

공간의 재해석으로 만들어진 팝업스토어

신비함을 슬기롭게 푸는 방법

살면서 공간의 정의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소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병원, 건설현장 이렇게 목적성이 뚜렷한 곳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들을 팝업스토어나 전시 활동을 통해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방문한 프로젝트 온천 또한, 그런 공간의 재구성을 표현한 팝업스토어였다.


신비로운 모습에 제주도 가볼 만한 곳이라 칭하며 블로그에 방문기를 남겼는데 마케팅이나 기획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 왜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그리고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은 이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작성해 본다.



목욕탕에서 패션을 팝니다.


어렸을 때부터 종종 목욕탕에 가면 화려한 티나 바지들을 팔고는 했다. 그러한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 아니면 목욕탕이라는 장소 특성상 공간이 넓게 나오는 것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


확실한 건 "목욕탕"이라는 편안한 분위기에 형형색색 다양한 색감의 티나, 모자, 장갑 등 패션 아이템이 올라가있으니 내가 알던 목욕탕의 모습과는 달라 처음에는 인지부조화가 왔지만 그만큼 뚜렷하게 상품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창문이 없는 목욕탕이기에, 바깥 공간과는 시각적으로 단절되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편백 향에 순식간에 색다른 곳에 왔다는 느낌이 전달되어 굉장히 빠르게 기분 전환이 되었다.

평소 상상만 하고 실제로 본 적 없는 물 없는 목욕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요소였다.


진짜 탕에 들어가는 것처럼 계단을 통해 냉탕 속으로 들어가 제품들에 대해 직접 써보고 사진촬영도 가능한 공간이라 체험형은 물론 vmd로도 참 좋은 공간 같아 처음에는 감탄으로 불러보았다.



근데, 너무 낯설어서 오히려 경계심이 높아졌다.


신비롭지만 너무 신비로워서 친절하게 제품에 대해 사용해봐도 된다고 하셨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용기 내어 한 모자를 보았는데 폭신하고 퀄리티가 좋은 게 느껴져 가격을 살펴본 순간


하고 놀랐다.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나 제품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 없이 적혀있는 135,000원짜리 모자.



도대체 어떤 브랜드가 조성한 공간이기에 이렇게 신비롭고 비싼가 싶어 공간을 열심히 살펴보니 작게 붙어있는 안내 종이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많은 브랜드 그리고 작가들과 협업하고 더 많은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좋은 취지였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더 의문스러웠다.


브랜드? 작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단어마다 물음표를 불러오니 너무 더 벽을 쌓게 되는 느낌이랄까.

실제 현장 내 해당 문구를 제외하고 이 팝업스토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차라리, 초청장을 받아 들어오는 팝업스토어였다면 모두가 다 같은 가치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좋은 느낌이 가득했겠지만 모두에게 방문의 장을 열어놓은 곳인데 의미전달에 있어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바로 옆에 있는 디앤디아파트먼트를 방문해보니 이곳에서는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간단하게 의미 전달하는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디앤디파트먼트 주최로 여러 작가들과 협업하여 개최한 팝업스토어 같은데, 이처럼 비어있는 공간에 팝업스토어에 대한 의미나 참여 브랜드들을 더 남겨보았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단순히 현장에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메시지에 QR코드를 삽입해 해당 작가나 브랜드의 공식계정으로 연결해주는 것까지 있었다면,

현장에서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이 나중에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장치가 되거나 혹은 홍보라는 목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유의미한 결과를 들어냈을 것 같다.


이전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아는 선에서 변화를 추구했을 때 혁신적이라 느끼지, 너무나 혁신적일 때는 오히려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그런 의미처럼 신비롭게 공간을 구성한 만큼 슬기롭게 접근하여 풀어낸다면 더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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