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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제로 Dec 29. 2022

내가 살면서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시간

당신의 아까운 시간은 무엇인가요?


또다.

또, 2시가 넘어가 어느새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나는 깨어있다.


왜 내가 깨어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오후 1시에 일어난 나의 늦잠 때문일까, 2시에 마신 커피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운동을 안 해서일까? 모든게 다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지난주 여행에, 약속에 치여 제대로 수면을 못하는 상태이고, 커피도 정말 피곤해서 한 잔, 그리고 지금의 나는 굉장히 피로하고, 졸리고, 잠을 자고 싶은 상태이기에 앞에 말한 이유로 잠을 못 잔다는 건 상당히 억울하다.


2시부터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에 들고자 호흡법도 해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심지어 동생방에 들어가 깨어있는 동생과 함께 잠에 들자며 누웠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잠을 자자고 들어온 나는 깨어있는데 동생은 수면에 성공했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나도 잠에 들겠다며 가만히 있어보았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나의 생각들.


찾았다. 나의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잠에 드는 걸 싫어했다.

해야 할 게 많아서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게 많아서인지 밤에 스탠드를 키고 공부하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부모님이 들어와서 방 불을 끄고, 당장 자지 않냐며 혼을 내고는 했다.


부모님을 더불어 TV, 방송 등 다양한 곳에서 잠에 대한 중요성을 말할 때, 나도 그 말에 동감했다.


사람이 잠을 자야지


사실, 그 말에 진심으로 동의해서 동감했기보다는 나의 경험이었다. 몇 번 청개구리처럼, 밤을 새웠을 때, 헤롱거리는 나의 모습과 그 모습이 최소 2일은 영향력을 주는 걸 보면서 그래 어른들 말이 맞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항상 2시 정도에는 잠에 들려고 노력하는데, 노력 참 어렵다.
그리고 내가 잠을 못 자는 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잠에 들어야 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이게 참 개인적으로는 인생 살면서 가장 아까운 시간들이 아닐까 싶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사실 바로 잠에 들 수 있다면 나를 빠르게 충전시키고, 다음날 일찍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것들을 해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니까 말이다.


머리만 대면 잘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나는 그게 왜 안 될까 다시 생각해본다.



잠이 안 오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결국 생각 때문이었다.


요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나는 내가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하고 진심인지 몰랐는데, 글을, 그냥 글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뇌가 더 활발해지기 시작한 건지. 끝도 없이 아이디어가 샘 쏟는다.


잠에 들려고만 하면 아 이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저 글에 대해서도 써볼까? 내 몸을 공장으로 비유했을 때, 나는 공장문을 닫고 잠을 자야지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이라는 일꾼들이 공장문을 못 닫도록 끊임없이 쳐들어온다.


그래서 오늘은 앗싸리 그래 너 마음대로 해보라며 글을 쓰고자 이 새벽에, (새벽이라는 문구를 치는 이 순간, 새벽 3시 47분이다. 하....) 키보드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아봤다.

(물론 이 글은 혹시나 숙면을 취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알람이 갈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쓰는 글일지 몰라 자고 일어난 뒤 혹은 해가 떠오른 뒤 올릴 예정이다.)


잠이 오지 않는 이 새벽,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잠에 못 드는 이유,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저는 잘 못 지냅니다 같이 제목도 생각해 봤다가, 무작정 타자도 쳐봤다가, 글이 진전되지 않음에 노트에 글에 대한 이야기들을 끄적여보기도 한다. 잠을 자고자 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상자 속에 꾹꾹 눌러 담아 어디론가 치워버리고 싶었던 나의 생각들은, 써보려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도망가버린다,


내 생각과 내 몸뚱이인데, 정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제는 또 글이 써지지 않음에 괴로워하며 키보드 자판 위에서 뚱땅뚱땅 놀다가 또 쓰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위아래 왔다 갔다 하며 어디에 쓰면 적절할지를 골라봤다가, 괜찮은 위치를 찾아 생각을 나열해보면 글은 어느새 길어져 있고, 내 머릿속 나의 생각들 또한 정리되어 글 속으로 이사를 간다.


새삼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잠이 안 와서 몸부림치는 나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나의 아이디어가 가장 활발하게 생각나는 시간이고, 또 한편으로 내가 자지 못하는 게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의 하루에 불만족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너무 많아서 자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노트에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니 벌써  4시 반이다.

글을 쓰면서 도달한 결론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앉은 김에 머릿속에서 날뛰던 생각들을 끌어모아 노트에 털어내고 나니, 내 몸이 다시 잠에 들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얼른 저장하고 잠에 대한 도전을 다시 해봐야지.



생각을 다 비워내니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다음에 잠이 오지 않을때는 누워서 가만히 있지 말고 빠르게 일어나 오늘처럼 생각을 덜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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