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상상해봐요
첫 번째 조각
다채로운 조각은 익명의 사연을 콘텐츠로 창작하는 미니 프로젝트입니다. 창작자의 시선을 담아 사연자의 이야기를 글, 사진, 그림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연
가끔 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상상해봐요
누군가한테 잘 기대는 편이 아니에요. 나의 가장 아픈 이야기는 절대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보내는 짧은 글도 어려웠어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정말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없거든요.
두 달 전쯤에 누군가에게 기대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떤 대상을 생각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고 나면 상대에게 정말 기댈 수 있을까요?
저의 가장 깊은 이야기는 항상 제 안에서만 맴돌아요. 바깥으로 삐져나온 적 없는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새어나갔을 때 더 아플까 봐 한 번도 밖으로 내지 못한 것들이에요.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항상 저에겐 큰 외로움이지만 위로가 되기도 해요.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만나는 상상을 가끔 해요. 그 상상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해보고 싶어요.
다채로운 조각 - 001
창작자의 시선
감히 짐작해보건대 사연자는 많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입을 꾹 닫을 때가 있고, 그런 날이면 우주 쓰레기가 된 것처럼 외로웠으니까.
이 사연은 사건 중심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중심이고, 따라서 그 감정을 콜라주로 시각화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을 온 우주에서 나만 알고 있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어떤 조각들이 행성 안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조각들은 때때로 잠식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뾰족한 조각들은 행성의 맨 바깥에 닿으면 따끔한 상처를 낸다. 그 행성에는 아무도 없다.
우주인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연자의 상상 속 인물이다. 외롭고 버려진 행성의 최초 발견자이다. 사연자는 이제 사연자는 이 발견자에게 말을 건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우주인은 사연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홀로 행성을 품고 있던 우주인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다. 두려움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서로가 서로의 발견자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내가 나를 발견해주고 나에게 말 걸어주고 싶다.
창작자 익명
조각에 대한 감상이나 사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댓글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