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두 번째 조각
다채로운 조각은 익명의 사연을 콘텐츠로 창작하는 미니 프로젝트입니다. 창작자의 시선을 담아 사연자의 이야기를 글, 사진, 그림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연
어린 시절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하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처럼 어른이 되고는 싶었지만, 동시에 두려웠고 무사히 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도중에 힘들어서 포기하진 않을까.
며칠 전에 초등학교 시절 증명사진을 발견했는데, 그야말로 죽기 직전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썹, 눈꼬리, 입꼬리 모두 아래로 축 처져가지고 방금 전까지도 운 것 같은 표정. 동네에서 만나는 재기 발랄한 초등학생들과는 상반되는 표정. 뭐가 그렇게 힘들고 두려웠을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외로웠나? 티브이에 나오는 수많은 불행들이 두려웠나? 원래 내가 우울한 사주인가?
그 사진들을 최근에 찍은 증명사진과 비교해보았다. 눈꼬리 입꼬리도 많이 올라가고 밝아지고 예뻐졌다.
옛 사진을 보며 이때까지 버텨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방금도 서점에서 혼자 책을 사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직접 벌기까지 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 놀이를 하는 유치원생이 아닌 진짜 어른.
험난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20대 중반이 되었다. 과거의 나에게 너무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살다 보면 귀엽고 짜릿한 순간들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날 바라봐 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다채로운 조각 - 002
창작자의 시선
어떤 이유로든 지금을 살아가는 일이 벅찰 때 평행세계를 생각하곤 했다.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는 여기 있는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더 행복한 그곳의 나를 상상하면서 현재의 고단함을 잊으려 한 것이다. 그러다 지금 이곳이 반대 세계의 내가 상상하는 평행세계일 수도 있다는 상상에 이르렀다. 그 상상을 사노 요코의 <태어난 아이>라는 동화를 가져와 짧은 이야기로 지었다.
사연자는 '태어난 아이'다. 당신의 섬세한 감각 때문에 이 세계를 버티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많은 날을 지나 어른이 된 사연자는 앞으로의 날들을 이전처럼 두려워하지 않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을 기민하게 예감한 어린 시절의 사연자에게 이 작은 이야기를 함께 상상해보자고 하고 싶었다.
이야기 속 평행세계가 정말 존재한다면 태어난 우리는 태어나지 않은 우리가 기꺼이 건너온 세계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태어났기 때문에 힘들지만 태어나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렸으면 좋겠다. 태어나지 않은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하며 건너올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함께.
창작자 배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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