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빅 피쉬

세 번째 조각

by 다채
다채로운 조각은 익명의 사연을 콘텐츠로 창작하는 미니 프로젝트입니다. 창작자의 시선을 담아 사연자의 이야기를 글, 사진, 그림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연

나의 빅 피쉬


어제 팀 버튼의 빅 피쉬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우리 부모님은 늘 친구 같으셨다. 좋게 말해 그렇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내겐 좀 더 "아버지", "어머니"라는 단어와 어울리게 느껴졌었다. 할아버지는 아장아장 걷는 나를 데리고 서울 이곳저곳을, 놀이기구를 타지도 못할 정도의 어린 나와 놀이동산을 함께 가 주셨다.


종종 엄마 아버지가 혹여나 싸우지는 않는지 물으셨다. 할아버지는 사람을 좋아하셨고 술의 풍미를 즐기실 줄 아셨으며, 패션과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 많은 방면에 관심을 가지셨던 멋진 나의 어른이셨다.

내가 조금 더 자란 후에 두 분은 해외로 거처를 옮기셨다. 내가 다 커서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까지 그곳에 거주하셨었는데, 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늙어서는 더 넓은 땅에 묻힐 것"이라는 내겐 너무도 슬픈 말씀들을 종종 하셨기에 살갗이 닿을 만큼 가까이에 계시기를 바랐지만 바라던 대로 다시 돌아오실 줄은 몰랐다. ⠀

너무 어중간하게 커 있던 상태라 인생에 대해 더 여쭙지를 못했다. 나는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 온전하게 어른도 아니었고, 섣부르게 사사로운 것을 여쭐 만큼 아이도 아니었다. 그래서 무언가 말씀드리기에 더 어려웠다. 아쉽다. 빅 피쉬가 된 아버지, 에드워드 같았던 우리 외할아버지. 나에겐 너무도 어른이셨던 분.

그분의 마지막 말씀은 에드워드와는 사무치게 달랐다. 당신이 곧 돌아가실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셨다.


마지막 그 순간에 나에게만 그 두려움을 보이셨다. 내가 알던 나의 어른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불면이 찾아올 때면 죽음 앞에서 약해지신 그 모습과 함께 당신에게 드릴 질문, 세상에 대한 두려움, 응원을 듣고 싶다는 투정들이 쉴 새 없이 떠올라 밤을 지새운다.

다른 것보다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리지 못하는 지금이 가끔은 너무너무 힘들다.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만남을 사랑하고 술을 즐기며, 옷을 입는 것을,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좋아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다채로운 조각 - 003




창작자의 시선


누구에게나 유년의 내게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어른이 있다. 어린 나에게 너무나 멋지고, 말 그대로 큰 어른 같은 존재. 나도 사연자처럼 내게 큰 존재였던 할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었고, 그 상처에 잠시 매몰된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

시를 통해 사연자에게 큰 존재였던 할아버지, 당신 역시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는 작아지는 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약점이 아니라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이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 다만 그것을 목격한 사연자의 감정에 대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신을 느끼고, 그렇게 삶은 계속되어간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감히 건네보고 싶다.


창작자 장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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