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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작 Dec 23. 2016

나의 행복은  누구의 눈물에 빚을 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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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리던 어제, 같이 일하는 피디님과 함께 ‘2016 환경보건 시민대회’에 갔다

어제 저녁 함께 동물단체의 동영상 편집을 위해 사무실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며
컴퓨터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어 즉흥적으로 가기로 한 모임이었다.

처음 듣는 이름. 모임의 성격도, 내용도
잘 몰랐지만 무작정 뭔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저지른 일탈.    

막연히 세미나 같은 자리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모임은 작은 교회의 크리스마스 행사 같은 느낌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여러 환경단체가 모여 한 해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시상식을 하는 자리였는데

시상을 하는 사람도, 수상을 하는 사람도
무게 잡지 않고 진솔하게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상은 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위해
운동한 사람들에게 많이 주어졌었는데

피해자 모임 활동가들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 5년 전만 해도 제가 이렇게 이런 일을
   하 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인생의 항로가 이렇게 바뀌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고 신기합니다.

   너무도 긴 싸움이라 막막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목표는 여기까지이다.

   이 목표를 이루자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생기고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


  “ 피해자인 아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그 외에도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이 해에
 노력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석면 피해자 모임의 활동가로 가족을
이로 인해 잃으셨다는 여든은 되신 듯한

어르신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저희는 그래도 석면 피해자 특별법을 만드는
    성과를 만들었고, 그 피해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피해자를 위한  치료비가 일부라도 지원될 수
    있는 성공을 이뤘습니다.

    이 정권 와서 일부 지원되던 치료비가
    자꾸 축소되어서 안타깝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듯 시상식의
들뜬 분위기에 젖어있던 나는

문득 영웅은 이렇게 가깝고 소탈한 모습으로 곳곳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모으고, 전문용어를 공부하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시린 떠나간 이를 이야기하며

다시는 비슷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든 사람들.

아무리 내 일, 가족의 일이어도
웬만한 각오와 사명감이 아니면
계속하기 힘든 일이었을 거다.

세상은 비정하고 각자도생의 무대라고
생각했던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 걸까.  

사람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사람들.

나의 하루에는 수많은 영웅들의
외롭고 긴 시간이 있었다.      

나의 하루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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