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요시타케 신스케 <뭐든 될 수 있어>
지난달 홍대 부근에서 열린 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가 요시다케 신스케의 그림책 <벗지 말 걸 그랬어>와 <뭐든 될 수 있어>를 샀다.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은 채. 그의 그림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보고 나서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작가니까.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7살 둘째가 책 <뭐든 될 수 있어>를 살펴보더니, 이런다.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엄마 잠깐 나 좀 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동작을 잘 보고 뭔지 맞혀 봐."
"응? 몸으로 말해요 같은 거야? 재밌겠네, 그래. 한번 해 봐."
오랜만에 그림책 가지고 하는 놀이. 실제 책의 내용도 그렇다. 누리가 몸동작으로 퀴즈를 내면 엄마가 그걸 맞히는 거다. 평소 "아빠는 지구만큼 좋아하고, 엄마는 개미 똥만큼 좋다"는 둘째가 오랜만에 아빠가 아닌 나에게 먼저 놀이를 제안해서 그랬는지 내가 더 신났다. 이 참에 점수 좀 따 보자 싶었던 것.
그런데 퀴즈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되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심정이었다. 당최 내가 맞힐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정하며 말했다.
"제발 힌트 좀 줘."
"힌트는 없어."
이럴 때는 단호한 둘째. 이럴 줄 알았으면 오자마자 책 좀 미리 봐 두는 건데... 후회막급이다. 문제가 대체 어떤 수준이냐면... 삼각김밥, 오므라이스, 바지락(?) 등을 아이가 몸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동작을 보고 맞혀야 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책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땡, 틀렸어" "엄마, 또! 틀렸어" 계속되는 땡 소리. 이런 내가 답답하기는 막내도 마찬가지.
"엄마는 왜 자꾸 틀려!"
"네가 힌트도 안 주니까 그러잖아."
칫, 다 맞히면 또 다 맞힌다고 뭐라고 할 거면서. 왜냐고? 애들은 원래 그러니까. 엄마아빠가 문제를 다 맞혀도 속상하고, 못 맞혀도 속상하다(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책속에서 누리 엄마가 "못 맞혀도 화 안 낼 거지?"라고 미리 다짐을 받는 장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완전 공감하며 읽었다). 엄마가 계속 틀리는 데도 퀴즈 내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리. 진짜진짜 쉬운 문제라고 내는데... 세상에나. 이 문제를 맞히는 엄마가 정말 있을까(정답은 이 모든 동작이 가능한 한 단어다).
나는 그야말로 1도 짐작할 수 없는 동작들이었다. 만약 정답을 맞히는 엄마가 있다면 상줘야 한다. 그만큼 아이 마음을 잘 알아준다는 거니까. 아이 눈높이에서 보려고 노력한다는 거니까. 아이 눈높이로, 아이 마음을 읽어야 보이는 이 책은 그래서 어렵다. 진짜 어렵다.
그래도 미리 답을 확인해보지는 말자. 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이게 뭐라고 목숨 거는 거기 아빠들, 다 보이거든요!). 못 맞히면 못 맞히는 대로 아이 마음을 알기 위해 더 노력하자는 교훈을 얻을 것이요, 잘 맞히면 또 잘 맞히는 대로 아이 마음 아주 잘 아는 엄마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나마 책의 마지막, 누리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동작 그대로 잠들어버린 퀴즈의 난이도는 좀 쉽다는 게 위안이 된다. 그러니 엄마아빠들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지어다. 화내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