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한 남편, 회사 동료들 반응

[엄마가 한번 해봤어] 아빠의 육아휴직 ①

by 은경

세상에, 나도 몰랐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게 될 줄은. 지난해 여름, 올해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했다. '내년 3월에는 육아휴직을 써야 하나'. 4살 터울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한 달 휴가 있는 걸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런 이야길 남편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내가 육아휴직 쓸까?"

"그게 가능해? 그럼, 나야 좋지."

"안되진 않을 거야."


오잉? 남편 회사는 아이 키우기에 꽤 괜찮은 편이었다. 집에서 거리도 가깝고, 탄력근무도 가능했으며, 습관적으로 하던 주말 근무도 경비 감축을 이유로 없앴다. 남편 말에 따르면, 주말에 일하고 싶으면 결재받고 해도 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없단다. 물론 좀 덜 바빠진 지금의 회사 이야기다.


큰아이가 5살 때였나. 남편은 1년에 12일을 쉬었다. 한 달에 한번 쉬었다는 말이다. 평일엔 매일 오후 12시에 들어왔고. 작은 아이가 막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그때 내가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할 때마다 앞이 깜깜 해지는 그 시절. 그때를 생각하면 남편도 목소리가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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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너무 바빠서 큰아이 5살 때 모습이 기억에 없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많이 슬펐다. 처음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낸 8월이 지나고, 9월이 지나고 간간이 육아휴직 말이 나오긴 했지만 남편은 정말 한번 써볼까? 말만 할 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왜 안 그렇겠나. 요즘 젖먹이 키우는 젊은 아빠들이야 시대적 분위기도 있어서 육아휴직이 과거에 비해 많아진 듯하지만 남편의 육아휴직은 좀 경우가 다르지 않나. 젖먹이 베이비가 아니고 초등학교 입학에 대비한 육아휴직이니 꽤 고민이 됐을 거다. 그러던 남편이 마음을 굳혔다. 해가 바뀌기 진전인 12월, 내년 3월 육아휴직은 우리 집에서 기정사실화 됐다.


"회사에는 언제 말할 거야? "

"때 되면..."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방법 없는데..."

"그런 말은 못 해. 아빠 육아휴직 1년은 법적으로 정해진 거고."


남편은 불안해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그러던 1월 중순. 날아든 카톡 메시지 하나.


"좀 전에 휴직한다고 이야기했어."

"뭐래?"

"별 말 없고. 처리 방법 알아봐서 알려준대."

"ㅋㅋ 서운해? 네가 없으면 일이 안돼! 안 그래서?"

"ㅋㅋ 그런 거 없어..."

"잘했어."

"얘기하는 게 쉽지 않네."

"혹시 자기가 남자 육아휴직 1호야?"

"그건 아닐 걸."


말 꺼내기 쉽지 않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특히나 내가 일하는 부서는 한 사람이 빠지면 대체인력이 불가능했다. 남은 사람들이 나눠 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빤해서 말하기가 더 쉽지 않았다. 지금 남편이 다니는 곳은 첫 직장. 15년 근속하는 동안 처음 쓰는 육아휴직이다. 그 기분, 굳이 묻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복잡했을 거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에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는 나도 주변에서 여태껏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으니까.


그리고 다시 2주 후. 남편은 공개적으로 '동료들에게 육아휴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고.


"너 커리어는 어쩌려고 그래."

"육아휴직은 핑계고, 이직 준비하려는 거지?"


2016년 11월 여성가족부가 설문조사한(성인 남·녀2000명 대상) 육아휴직 장애물 1위가 '직장 내 분위기'(68.8%)였다는데, 남편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눈치였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결정하기 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현실은 알지만 "그래도 회사"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단다.


이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경제적 부담'(26.6%)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어쨋든 한 달 수입이 '팍' 줄어드는 건 사실이니까. 부모가 같은 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쓰는 경우 '아빠의 달'이라 부르는 육아휴직 급여 특례가 적용되나 남편은 해당사항이 없다. 왜? '이미 같은 자녀에 대해 '16.1.1. 이전 휴직을 했고, '16.1.1. 이후 나머지 기간을 분할 사용 또는 연장 시 3개월 혜택 미적용' 때문이다(나는 둘째 아이 육아휴직을 2016년 이전에 일부 사용했다). 고용노동부 아빠넷에 있는 육아휴직 급여액 내용을 보면,


육아휴직급여 특례("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같은 자녀에 대하여 부모가 순차적으로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한 사람의 육아 휴직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 150만원)로 상향하여 지급합니다.
* 육아휴직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며, 순차적으로 사용할 경우 적용되며, 연속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가 적용된 달은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분 제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사후지급분 제도 : 육아휴직 급여의 25%는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하여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 지급하는 제도
부모가 같은 자녀에 대하여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지급되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경우에는 아빠의 달 급여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단, '16.1월 이후에 동일한 자녀에 대하여 두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만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가 3개월 적용됩니다.
*이미 같은 자녀에 대해 '16.1.1. 이전 휴직을 했고, '16.1.1. 이후 나머지 기간을 분할 사용 또는 연장 시 3개월 혜택 미적용
배우자가 공무원인 경우나 사립학교 교원인 경우 등은 고용보험 시스템에 육아휴직 이력이 남지 아니하나,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확인서 등을 제출한다면,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2017.7.1. 이후 출생한 둘째 이후 자녀에 대하여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사용 시 상한액이 200만원으로 인상됩니다


남편은 생각보다 급여가 적은 것에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가계에 손해가 나는 걸 아쉬워 했다. 그렇다고 나까지 아쉬워 할 수는 없었다. 티나지 않게 말했다.


"괜찮아. 쉬어도 돼. 나 4월에 적금 타."


쿨 하게 말해 놓고 바로 후회했다. '그 적금,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들어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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