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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응원으로 나는 달라졌다

[편집기자의 온] 계속 써보겠습니다

by 은경

생각해 봤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그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스타를 찾아보거나, 브런치스토리를 찾아보거나, 하다 못해 네이버에 이름 석 자를 검색한 적이 있는지를.


하마터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라고 쓸 뻔했다. 5초쯤 생각할 때는 없었는데, 15초 정도 생각하니 있었다. 오은 시인(다독임), 박연준 시인(쓰는 기분), 한정원 시인(시와 산책)이 그랬다(모아놓고 보니 다 시인들이네). 그래서 후에 오은 시인의 시집을 구입했고, 박연준 시인의 에세이 <고요한 포옹>,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주문했고, 한정원 시인의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볼 수 있었다.


읽고 좋았던 글은 한번 품은 마음 같다. 내 마음에 곁을 주었기 때문인가. 다시 한번 더 곁을 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작가의 이전 글과 이후 글을 탐색하게 된다. "왜 이제 제 앞에 나타나신 거예요?"라며. 당사자들은 오히려 "왜 이제 알아봐 주신 거예요?" 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계속 썼을 뿐이니까. 누군가 공감해 줄지도 모를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 말이다.



최근 그 작가의 마음을 나도 느껴 볼 기회가 있었다. 한 통의 쪽지 때문이다. 회사 관리자에 로그인을 하면 쪽지를 확인하게 된다. 쪽지는 편집기자가 시민기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제목이 평소와는 좀 달랐다. '최기자님, 책 잘 읽었습니다'였기 때문이다. 이름이 낯설었다. 시민기자 중에 겹치는 이름이 없었다. '누구지?' 궁금한 마음으로 쪽지함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최 기자님의 '이런 제목 어때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방송 쪽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관심이 더 커졌고 책에서 소개된 제목을 본따서 실무에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느낀 실전 제목의
압권은 '오늘부터 1일'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출근하자마자 이런 감동 주기 있기 없기! 없기는 왜 없어, 완전 있기 있기 있기!!


내 책을 어떤 경위로 그분이 읽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온라인 서점의 구매자 100자 평도 아니고, 기사 댓글도 아니고, 시민기자도 아닌데 우리 회사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서 내 기사를 찾아(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쪽지를 보내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쪽지를 보낸 그 정성을 나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며칠을 생각했다.


단지 좋기만 한 것은 아닌 이 기분은 뭘까. 뭐였을까. 감사한 마음이 첫 번째였다면, 내 글을 이렇게 알아봐 주시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두 번째였고 세 번째는 다음 글도 잘 써야겠다는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내식대로 해석하면 내가 그러했듯 이건 작가를 향한 독자의 응원이었다. 응원을 받았으니 뭐라도 써야지. 그게 작가의 도리가 아니겠나.


충동적으로 간 스타벅스에서 이 연재의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편집기자의 온앤오프>를 쓰고 있다고 이전 글에서 말했지만, 그분의 응원이 없었다면 더 미뤄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11월부터 쓰고 있는 글쓰기를 주제로 한 소설도 2회 분까지만 써놓고 다시 묵히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독자의 쪽지를 받은 1월 19일 이후의 나는 달라졌다. 외부 원고도 하나 마감해서 보냈고, 온앤오프 마감을 성실히 지키려고 애쓰고 있으며 소설도 3회분을 써야 한다. 고로 나는 쓰는 중이다(어떻게든 무조건 15회까지는 쓸 거다).


그분이 나의 다섯 번째 책을 다시 보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책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어디선가 내 이름 석자를 보거나 듣게 된다면 기억은 하지 않으실까. 그때 내가 쪽지도 보냈었는데 하고.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텐데. 그때부터 독자님과 1일이었잖아요!


그분이 압권이라고 말한 '오늘부터 1일', 이 제목의 뒷이야기는 <이런 제목 어때요?>에 실려 있습니다.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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