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글쓰기

근황토크

by 은경

이전 근황토크에서 토요일이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쓴다고 했는데... 오늘은 중간 섀시를 열고 베란다로 나왔습니다.

저희집 베란다는 한때 화단도 있던, 소위 말하는 광폭 베란다거든요. 사 오면서 화단은 철거했지만 그 덕에 더 큰 공간을 얻었죠.

알차게 써보려고 했으나 현실은 좀 달랐네요.


겨울엔 자주 이용하기 어렵지만, 봄이 오기 시작하면 이 공간도 꽤 훌륭한 공간이 됩니다.

일단 거실과 방음이 잘 되요. 주말이면 거실에서 티비와 한 몸이 되시는 분과 분리되어 제 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오늘도 그렇게 분리되어, ㅎㅎ

지난주 내내 고심하던... 여름에 관한 원고를 한 편 썼어요. 어떤 여름에 대해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그해 여름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있었던 일을 천천히 적어나가다 보니 그해 여름의 시간이 다시 제게 들어오는 것 같더군요. 그 시간을 잘 보내 탓에 지금 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또,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는 시집을 공들여 읽었습니다. 언젠가 제주 여행 갔을 때 산 시집이에요. 생각해보니 여행지에서는 주로 시집을 사네요. 긴 글이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주로 시집을 봅니다.


시집 말미에 신형철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글이 참 좋네요. 시인의 시가 돌돌 말려 있는 글이라면, 이 평론은 쫙쫙 널어놓은 글 같아요.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어떻게 이런 유추가 가능할까.

그의 말을 한 자도 빠짐 없이 이해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럴 수 없었지만 나중에는 혹시 모르지요.


이 시를 읽는데 좀 뭉클했어요.

시인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날이 어떤 날인지 알 것 같고.

언젠가 내가 떠나고 남겨질 아이들의 모습도 저럴까 싶기도 하고요.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뭔가를 읽으면서 글감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그렇게 함께 쓰는 일도 재밌겠다 하는.

이 시를 읽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한번 글로 써보셔도 좋겠습니다.


당직이 있는 날은 전날부터 긴장되고 피곤합니다.

당직을 한 날은 퇴근해도 뭔가 개운하지 않고요. ^^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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