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니가 벙어리인줄 알았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가장 아픈 부분이자 가장 숨기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 이유는, 혹시 어디선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연재한다.
나는 극도로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성격이다.
9살때 반 친구가 날 벙어리로 오해했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다.
내성적인 성격때문에 받아온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선생님께 인사를 못해서 혼이 많이났다.
지우개 하나 빌리는대도 몇십번 생각끝에 용기내어 말한다.
'말 좀 많이 해', '활발해져라' 라는 이야기를 매년마다 들어야 했다.
말이 없고 조용해서 친구가 없었다.
밥을 혼자 먹는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너무 부끄러웠다.
친구들은 나를 '쟤는 우리랑 친해질 마음이 없나봐' 라고 늘 오해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다가오던 친구도 재미있고 웃긴친구들에게로 다 떠나갔다.
어른들이 사람관계를 어려워하면서도 중요시 여기듯
10대들에게도 또래친구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데,
나는 학창시절과 대학시절 총 16년 을 지내는 내내 친구관계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그 친구들과의 꼬여가는 관계들 속에서 오는 고통들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아픔이었다.
반에서 잘놀고 잘 이야기하는 유머러스한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조용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도 그들과 잘 맞는 친구들을 찾아 무리 지어 노는 것이 부러웠다.
함께 다닐 무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 친구들을 한켠에서 조용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내가 너무나 미웠다.
누군가 일부러 왕따를 시킨것도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학교폭력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나는 원인도 모른 채 내 스스로 원치않는 아웃사이더가 되어가고 있었다.
부모님이 애정표현에 무뚝뚝한 성격을 지녀서
내가 이러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심했다.
나는 학창시절동안 이러한 내성적인 성격이 너무나도 싫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내가 죽도록 싫었다.
청소년 상담센터를 스스로 찾아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교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싫어서
잠이 들때면 그냥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냥 이대로 내가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라져도 어짜피 그들은 신경도 안쓸테니까...
나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니까...
한 없이 내 자신을 상처로 가득 찬 아이로 만들었다.
그런데 대학을 오고나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나의 내성적인 성격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발견한 나의 모습은 꾀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활발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처음만나는 사람들에게 '넌 너무 조용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옛날과 많이 달라진 점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상처는 받지만 충분히 다시 극복해낸다는 점.
사람들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으며, 사람들이 원하는 성격의 사람이 되지 않고, 나의 자아를 믿는 것.
그것이 크게 달라진 점이다.
앞으로의 연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으로서 겪었던 일들과 생각들,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고 현재는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