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 Jul 13. 2021

모두가 당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면

서운한 마음이 뭉글뭉글


오늘은 생일이다.

근래 맞이한 생일 중 가장 무던한 생일이다.

생일케이크도, 미역국도 없는 생일.


한창 일할 땐 회사에서도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기프티콘이 오기도 했지만,

일을 쉬고 있는 지금은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친구도 별로 없고, 친한 사람이라곤 가족이 전부인 나에게

축하메시지를 준 사람은 엄마, 동생 그리고 아는 지인1명 뿐이었다.

세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을 어떻게 버텼을까.


7년째 연애중인 남자친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나의 생일에 아무런 소식이 없다.

혹시라도 일하느라 바빠서 그런가 싶어 '뭐해?' 톡을 넣어봤다.

7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오길래 축하라도 해주려나 싶어 봤더니

음식사진을 보여주며 맛있는거 먹고있다고 자랑한다. 으이그-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서운한 마음이 뭉글뭉글 올라온다.

남자친구보다 네이버와 각종 쇼핑몰이 나의 생일을 먼저 알아주는 사실이 슬프다.

그렇다고해서 왜 잊어버렸느냐고 따지고 싶지는 않다.

축하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자유니까.


그러나 서운한 마음이 사그라들줄을 모른다.

그건 어쩌면 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왜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까.

내가 태어난 날. 이 세상에 있게해준 고마운 날이라서?

아니면 그냥 모두가 생일 날은 축하를 받고 특별한 날이라 여기니까?


사실 내가 태어난 날 가장 고생한 사람은 엄마일 것이다.

그 날은 엄마가 태어나서 가장 아프고 또 기뻤던 날이겠지.



나의 날이 아닌 엄마의 날.




내 생일엔 오히려 엄마가 축하받아야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사그라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을 느끼는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