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가 인정받으려면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바리스타로 활동했던 사람이자 카페와 커피에 대해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입니다. 최근까지 커피 책 출간을 준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원고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책으로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그 안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먼저 꺼내보려 합니다. 이 글은 총 2~3회에 걸쳐 나눠 쓸 예정이며, 보다 자세한 설명과 근거는 책에서 다룰 생각입니다. 좀 더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위해서 약간 딱딱한 말투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스타그램 속 카페 소개’를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카페의 기준을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을 잠시 멀리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커피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년 넘게 칼럼을 쓰며 전달의 무게를 고민해온 내 입장에서, 많은 소개 게시물들은 카페와 바리스타를 향한 ‘존중’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가벼웠다. 소개라 했다가 취향, 일상이라 하고, 취향, 일상이라 했다가 다시 공간 소개로 말을 바꾸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다만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영향을 만들고 있는지는, 아마 오래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흔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말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이 결국 소비자에 의해 변해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우리는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한 손님들 때문에 불편한 의자와 책상을 쓰게 되었고, 이제는 커피만 팔면 카페라 불리는 혼종 같은 매장들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리스타가 아무리 전문적인 기술과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사진이 예쁜지’를 목적으로 카페를 방문한다. 이 흐름은 커피를 깊이 이해하는 바리스타보다, 커피를 뽑을 수 있는 정도의 인력을 채용하게 만들었고, 매장들은 어쩔 수 없이 음료보다 인테리어와 마케팅에 더 많은 힘을 쏟게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된 지 수십 년이 흘렀고 카페의 수는 터무니없이 늘었지만, 여전히 왜 신맛을 표현하는지 묻는 사람은 드물고, 커피가 왜 비싼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역시 커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하지 못한다.
이 모든 이유는 결국 ‘음료’보다 ‘공간’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커피 시장을 활성화시킨 좋은 영양제였음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카페를 사진관으로 만들고 바리스타의 역할과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것을 희석시킨 것도 사실이다. 내 기준에서 카페는 공간에 의미를 두는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료’에 의미를 두는 공간이어야 한다. 생두를 재배하고 유통한 이들의 결실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곳이자, 커피를 넘어 음료 전반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장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소비자들은 홍보된 카페에서 맛없는 커피나 논커피 음료를 마신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바리스타들이 가장 서운해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늘 사장의 입장에서만 좋은, 근거 없는 소개로 만들어진 기대에 응해야 했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매장과 비교당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감당해야 했다. 카페는 내게 사람 관계와 닮아 있었다. 한 번의 방문으로는 알 수 없고, 지금의 결과를 만들기까지 어떤 시간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소개하려면,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해명할 책임도 필요하다. 공간은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원재료에 대한 투자와 음료를 위해 쌓아온 경험과 공부는 결국 컵 안에서 드러난다.
소비자들도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소규모 매장을 기준으로 보면 인건비는 보통 40~50%, 원재료는 5~20% 수준이다.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에는 최소 절반 이상이 사람과 재료에 쓰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그 돈이 합당한 전문성과 재료의 결과로 돌아왔는가. 혹은 인건비는 높고 원재료는 5%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급여 차이는 크지 않고, 나는 실제로 그 가격대의 생두를 본 적이 있기에, 맛이 있든 없든 내 입에는 넣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경험을 바탕으로 좋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만 소개한다. 유명세와 팔로워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이들에게 ‘존중’과 ‘책임’이 없는 이유다. 중요한 건 이제 소비자들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어렵지만,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그들은 팔로워와 좋아요에만 관심을 두지만, 여러분이 즐기는 것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오픈 카페를 아무렇지 않게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준비 중인 음식을 내는 식당을 좋다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생각해본다면 답은 간단하다.
내가 커피 이야기를 하면 화가 많다는 말을 듣는다. 아마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진지하게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바리스타의 전문성이 카페 아르바이트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바리스타는 분명 전문직이다. 커피도 모르면서 카페를 소개하고 존중을 말하는 사람들보다, 더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들은 적은 월급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위해 미각과 후각을 훈련하고, 반복되는 노동과 정신적 소모를 감내한다. 이런 흐름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기에 이 글을, 그리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많은 카페가 생기고 사라진다. 팔로워와 좋아요를 위한 무책임한 일회성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다섯 번, 열 번 방문한 뒤에야 글을 쓰지만, 누군가는 한 번의 방문으로 추천을 남긴다. 내가 이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몇 년간 원고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과학이 있고, 장사에는 수익 구조가 있다. 정말 소비자를 위하고 생각한다면 근거가 필요하고,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예의다. 가벼운 소개는 가벼운 사람을 불러올 뿐이고, 그 피해는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감당한다. 카페나 음식점을 소개하는 사람 중에 재료와 기술을 공부한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공부를 통해서 본인 스스로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할 능력이 되는가? 물어보고 싶다. 만약에 그게 안된다면 더 공부하고 경험한 후에 활동을 하는게 맞는 행동이라 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 아는 만큼, 그 이상으로 좋은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카페를 소개하는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일기 같은 글을 소개라 부르지 말고, 커피나 인테리어 중 하나라도 제대로 공부하길 바란다. 위치와 영업시간만 적어놓은 글은 소개가 아니라 홍보다. 커피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것은 양산형 혹은 다단계 계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