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진 : 컬러드 빈-연희동)
내 글은 추상적이면서도 아는 사람들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많기도 하다. 표현하고 싶은 부분도 많고 자세하게 풀어쓰고 싶지만 긴 글이 될수록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추상적으로 쓰게 되었다. 내 글은 호불호도 갈린다. 전체적인 내용이 진지하고 무겁고 화가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역하거나, 부정적인 부분들에 미안한 순간들도 많다. 반대로 그 안에서 또 다른 점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카페를 비롯하여 사람까지 그 모든 것을 진지한 마음으로 진실된 가치를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커피나 바리스타가 아니더라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누구보다 잘 알려고 노력할 것이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과 것들에 대하여 방어를 할 때면 화를 표출하면서까지 '맞다.', '아니다.'를 소리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한참 어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했다는 게 있다면 커피를 시작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끝없이 도전하고 찾아보고 보이는 것을 의심하면서 내가 직접 경험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된 일'이 타인의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그 대단함을 알아보려는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의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다는 증거로 좋은 버릇이 생겼다. '버릇'은 내가 만난 타인과 직업에 대한 고된 삶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기 위해 알아보고 찾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경험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내 능력의 한계도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직업'을 크게 생각해보면 각자 다루는 게 다룰 뿐 협상, 구상, 목적, 감정, 유통, 탁월함, 경험, 공통점, 표현, 소비자, 판매, 구매 등을 한 곳에 묶은 '이윤'을 만들기 위한 목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다루는 것들에 의해 환경과 상황이 다르니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그 속을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커피와 바리스타, 카페를 소개하는 이유는 환경과 상황을 개인의 견해로 알려줌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 '바리스타'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고 쉬워 보이는 일로 보여서 그런지 말로만 '존중' 한다는 것에 대하여 따끔하게 말할 필요도 있었고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라 '오류를 범하는 일'에 대한 경험이나 사례를 말해줘야 할 것 같은 경험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많이 들린다. 본인이 생각하는 우물 안의 '바리스타'를 말이다. 자료를 찾다 보면 많이 보인다. '카페'만큼 만만하고 쉬워 보이는 주제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에는 '카페'말고도 소개할 것도 많고 자랑할 거리도 많은데 유독 일회성으로 방문되는 소개로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발견하다 보니 자연스레 화가 났다. 누가 자기 일을 가볍게 만들고 생각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가끔 sns에 뜨는 '카페를 풍자하는 영상'을 통해 카페, 커피, 바리스타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보면 참 속상하고 애통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음거리가 되는 인테리어의 카페도, 투명성의 가치로서 소개되는 커피, 불편한 공간의 카페도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는데 본인들이 선택해서 방문한 카페를 '핫플'이라고 규정하고 개인의 컨셉을 재미의 요소로 쓰이는 게 미성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카페와 커피, 바리스타가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도 바리스타 이전에 소비자로서 피하고 싶은 곳들이 많았고 '뷰'보다는 '음료'에 지불하는 돈의 의미를 더 불어넣으니 말이다.)
오해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나는 커피 공부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보이는 결과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커피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이유도 나에게는 없다. 카페는 장사를 하는 곳이고 바리스타는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그게 무엇이 되었든 당연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본다. 뭐가 됐든 둘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그다음에 '좋아하는', '하고 싶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단지 바리스타인 나는 소비자들보다 더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훈련하고 알아가며, 카페 장사를 위한 다양한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소비자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클 뿐이다. 이 부분은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련된 일을 배우고 알아가며,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고 싶은 게 있을 테니 말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면 길어질 것 같아서 실제 예시를 들어보려고 한다. 가족들의 부탁으로 필자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저울과 TDS기계를 옆에 두고 원두의 캐릭터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원두 양과 비율, 분쇄 입도와 물의 온도, 드리퍼와 필터 종이에 대한 여러 예측을 끝내고 추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 만들었다. 지금과 다르게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들은 "무슨 짓거리를 하든 모르니까 그냥 빨리 줘."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모른다 하더라도 아는 만큼 주는 게 내 일이야."라고 말했다. 나에게는 기본이고 당연한 일이 내 입에 들어가도 좋은/괜찮은 커피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에 들어서 필자의 가족들은 비율이 다르거나, 다른 원두를 사용하면 금방 알아차린다. 물론 내가 추천해준 공간이 넓고 풍경이 예쁜 카페도 종종 방문하지만 '커피'가 맛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은 행복을 느끼고 맛이 없을 때면 왜 그런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하물며 커피를 배달시키는 것에 대해서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내 곧 가족들은 아들, 동생이 하는 일을 조금씩 알아가며,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좋게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내가 하는 일을 알아봐 준다는 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이 직업을 선택한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만큼 좋은 카페가 생기고 그들의 복지가 나아질 테니 말이다.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공부 못하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야."라고 했던 말과 목소리, 하물며 어투까지 생생하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내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내가 그 아이에겐 단 몇 분 동안이라도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