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하는 이유(2)

기다림

by saegil

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하는 이유


카페에 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공간을 보기 위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잠시 머물 여유를 얻기 위해서, 혹은 커피나 사진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음악과 디저트, 가구와 서비스, 그 공간에 있는 사람까지, 카페라는 장소는 소비자가 원하는 섬세한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되기를 기대하는 곳이 되었다. 커피 한 잔의 가격 안에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고, 카페는 그 가치를 가장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접근성은 쉬워졌고 선택지는 많아졌으며, 그만큼 기준은 흐려졌다.


이 글의 제목을 ‘커피 향이 좋은 곳’으로 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의 본업이 바리스타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페셜티 커피가 가진 매력뿐 아니라, 음료를 섬세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쌓아온 전문성과 보이지 않는 수고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좋은 카페의 기준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고 쉽게 오류를 범한다. 공간의 분위기는 취향에 따라 갈리고, 서비스 역시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커피 향은 다르다. 선명하고 복합적인 커피 향은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그것은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고, 좋은 카페를 판단하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다.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글로 명확하게 전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론의 나열보다는, 바에서 일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쌓인 경험과 확신에 가까운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바리스타에게 익숙한 저울 위의 숫자들, 그라인더에 적힌 18.3g과 36g, 24~26초 같은 기준들은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매장에서 일해본 사람에게는 언어에 가깝다. 커피가 왜 늦게 나오는지, 바스켓의 크기와 그라인더의 종류, 작업 동선과 가공 방식, 심지어 누군가의 영상에서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나라와 농장의 이름까지도 모두 같은 맥락 안에 있다. 그러나 커피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이것들은 이해하기도,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는 정보일 것이다. 일상으로 비유하자면 의사의 진단서에 적힌 서명과 같다. 의료진에게는 업무의 일부지만, 환자에게는 의미를 알기 어려운 기호처럼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 기호들이 실제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커피의 향과 맛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의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주전자에서부터 드리퍼의 재질과 크기, 원두의 양과 물의 비율, 분쇄 입도, 여과지의 특성, 물을 붓는 높이와 횟수, 그리고 추출이 끝나는 시간까지 모든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어제와 오늘의 원두 상태가 달라졌다고 느껴 분쇄를 조정하는 바리스타도 있고, 같은 레시피라도 날씨와 습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 위에서 성립하는 감각의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향이 좋은 커피를 다루는 매장은 겉보기에는 일이 쉬워 보일지라도, 그 결과물 뒤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수정이 쌓여 있다. 더불어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논커피 음료, 베이커리, 수제 시럽과 청까지 함께 다룬다. 이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비롯된 농작물이기에, 사람이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변수가 존재한다. 재현성이 어려운 이유는 게으름이 아니라, 다루는 대상의 성질 때문이다.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매장일수록 그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


외식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메뉴가 단순하고, 외관이 소박하며, 공간이 크지 않은 곳에서 ‘맛집’의 기운을 먼저 읽는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쌓인 경험 덕분이다. 카페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식 맛집은 쉽게 말하면서, 커피나 음료의 맛을 설명하는 데에는 유독 서툴다. 맛있는 음식은 알지만, 커피의 향과 균형은 잘 모르는 이 간극이 나는 늘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실 카페마다 음료의 맛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커피를 예민하고 고집스럽게 다루는 바리스타가 있다면, 그 태도는 다른 음료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커피 향이 좋은 카페에서 논커피 음료가 유독 맛있는 이유는, 기술보다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 향이 좋은 곳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향은 그 공간이 얼마나 성실하게 재료를 다루는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감수했는지,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커피 향이 좋은 곳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향 안에는 시간과 경험, 노동과 선택이 함께 들어 있다. 이 글이 커피를 모르는 소비자에게는 기준 하나를,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확신 하나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랑해온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제대로 보이기를 바라면서.~이래서 나는 커피 향이 좋은 곳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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