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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Nov 09. 2022

커피 샷 하나만 넣어주세요 = X

용어, 커스텀, 과학이 맞나?

바리스타이자 커피 관련 글을 쓰는 한새길 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간단한 용어와 커스텀하면 안 되는 커피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커피 과학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샷 몇 개 들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총알 두 발 들어가요.)


'스파웃'이 달려있는 포터 필터를 쓰는 매장도 많겠지만 추출 양상을 면밀하게 살피고 편리한 위생을 위해서 '바텀 리스'를 쓰는 매장이 많을 겁니다. 또한 오나 커피 '샤샤 세스틱'의 대회 시연 이후 스페셜티를 다루는 모든 매장은 저울을 사용하여 향미 재현성을 유지하고 추출 레시피를 섬세하게 조절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커피 향미에 맞춰 최선의 선택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한 잔엔 ‘룽고', '리스트레또'라는 단어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간단한 설명으로 보여드리자면

추출 시간 (추출하는 데 걸린 시간) = 30

도징량 (원두를 포터 필터에 담는 양) = 19.3G

추출량 (추출된 에스프레소 양) = 35g


‘바텀 리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한 줄기로 나오는 커피는 35그램으로 한 잔에 받아졌습니다. 잔 하나에 담겨있는 이 커피는 명확하게 보면 원샷일 텐데 투샷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하지 않나요? 앞으로 우리는 이걸 그냥 '커피'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물론 고전으로 쓰이는 용어나 행위는 많지만 이 간단한 걸 다시 한번 말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아는 과거의 커피와 현재는 많이 달라졌으며, 좋은 변화가 꾸준히 일어나려면 바리스타와 소비자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을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변화해야 할 문화와 잘못된 고전 지식들이 아직도 소비자들에게 자리 잡혀있는 걸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가 잘 구현된 커피라는 가정하에 위 표를 참고하여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어떤 손님이 진한 커피를 좋아하신다며, 도징량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변화할까요? 바스켓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을 초과한다면 압력에 의하여, 물의 흐름과 커피가루의 균형이 깨지며, 밋밋하면서도 단향을 기대하기 어려운 커피가 될 겁니다. 앞쪽에 맛이 뭉쳐지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도징량을 그대로 두고 추출양을 늘려서 진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추출 시간과 비례하게 흘러나온 쓴맛과 과도 추출에 의한 텁텁한 질감이 느껴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 외에도 분쇄 입도를 굵게 설정하면 커피 캐릭터가 나올 수 있지만 떫은, 밋밋한 느낌의 커피가 될 확률이 높고 분쇄 입도를 얇게 설정해서 추출하면, 약배전 커피는 식초와 같은 찌르는 신맛을, 강배전 커피는 뭉쳐진 탄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분쇄 입도를 조절한다면, 아마 도징량과 더불어 추출하는 양도 바뀔 만큼 맛과 향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위의 설명만 보아도 커피가 과학과 매우 밀접한 결과물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좋은 원재료와 전문적인 기술의 조화가 합쳐져야 더 낫거나,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커피는 모두 과학이다.


그렇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변수가 과학이라면, 변수를 경험해야 하는 내 혀에는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제목을 잊어버렸는데 ”감정에 따라서 향을 느낄 수 있는 게 다르다. “는 문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예를 들면, 행복할 때, 슬플 때 힘들 때 느껴지는 향과 맛의 정도가 다를뿐더러, 우리는 클로로겐산, 과소 추출이 아니라더라도 몸이 이상하면, 커피에서 유독 떫은맛을 잘 느끼지 않습니까? 또한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맛'을 주면 더 쓰게 느끼는 사람도 있더랍니다.

분명한 건 ’ 맞다’와 ‘틀리다’는 존재하지만 사람마다 싫고 좋음도 정해져 있으며, 쓴맛과 탄맛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약배전된 스페셜티나 COE 등급의 커피를 권유하는 건 돈을 버리라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왜 다를까요?


공간에 기대하면 음료가 맛없을 수도 있습니다. 눈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다른 감각이 무뎌질지도 모르니까요.

밤에 마시는 커피는 더 달다고 합니다. 감성도 있지만 밖이 어둡기 때문일 겁니다.

가끔은 최고의 커피라며 칭찬을 해주십니다. 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겠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카페 투어는, 유명한 카페는 다 좋고 맛있었습니다. 내가 꿈꾸던 시간을 가졌던 겁니다.

경험하고 아는 지식에 따라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입니다.


아직도 저는 배울게 많고 경험할게 많지만 저 스스로 "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공부하고 정답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경험하라고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커피'는 불규칙한 감정이자, 느낄 수 있는 만큼의 가치를 선택하는 현명한 음료이기도 하니까요.


+ 오늘도 현명한 카페 투어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들도 한번 스스로를 실험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커피는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생각하기에 지금 충분히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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