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는 무엇을 위해 하는가? (사진 : 커피 카운티)
바리스타이자 경험을 쓰는 한새길입니다.
3년 전부터 쭈욱 해오던 고민거리이자, 현재 들어서는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인데 여러분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카페 투어/의문의 시작>
제가 커피 맛집만 간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칼럼, 페이스북 등 마음에 안 들거나, 방문 횟수가 적어 삭제했을 뿐 달달한 음료, 베이커리, 인테리어, 음악, 분위기, 굿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커피' 말고도 방문한 곳은 많습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동시에 카페 투어를 한 지 10년이 되어가니, 이제 막 생긴 신상 카페를 귀찮아서 안 가거나, 모르는 경우는 있어도 이미 예전에 망했거나, 유명하거나, 숨은 매장 등 한 번쯤은 다 가본 것 같습니다. 요즘엔 스페셜티를 사용한다고 해놓고 의문이 드는 곳도 많다 보니 제가 아는 곳만 방문하게 되더랍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초반에 힘을 다 써버리니, 타인이 인스타그램에서 카페 투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엇을 위한 취미라고 할 수 있겠나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희망/포기>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카페 칼럼을 연재하고 브런치에 커피 관련 글을 적어도 '좋아요'에 미쳐버린 '소심한 관종'의 비아냥과 끼리끼리 공감하는 ‘콘텐츠 팔이’를 이길 순 없더랍니다. 다시금 카페쇼를 통해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구나를 느끼면서도 인스타그램을 보면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누군가의 콘텐츠를 똑같이 따라 하기 바쁜 게시물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를 보면서 회의감이 들더랍니다.
한 가지의 일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보는 눈도 생겼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든 아니든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을 게시물에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보입니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관심을 받기 위한 게시물이 자기소개서로 평가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자기소개서가 커피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좋아요를 사랑하는 일이란 게 저에겐 슬픈 현실이지만요.
<여담>
저는 어떤 카페에서 현재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매장이기에 이곳을 소개하기 위해서 꽤 많이 방문도 했으며, 질문도 참 많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운 좋게 그 매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더랍니다. 먼저 생각이 났던 건 "내가 사람들에게 소개했는데 왜 아무것도 모르지?"였습니다. 관찰력이 부족하거나, 쉽게 쓴 글도 아니었는데 소개한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니, 그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을 기만했다는 게 무서워 손이 떨렸습니다.
<상관없음>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4-50년 뒤엔 커피가 사라질 거란 이야기는 많이 듣습니다. 어떤 분은 현재 제공되는 커피가 역사상 가장 맛있는 때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유명한 카페에 가서 욕하기 이전에 아직도 향을 못 느끼거나, 왜 커피에 산미가 있는지 이해를 못했다면 드시지 마세요. 커피를 좋아하고 좋은 재료와 기술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하니까요.
<질문>
카페 칼럼이나, 글을 쓰면서 매번 준비하는 생각들인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바리스타가 아닌 그대는 소리 내고 싶은 것도 없을 텐데 왜 카페를 소개하나요?
- 좋은 취지라 할지라도 그대의 포장에 이뤄진 기대 이하는 어떻게 책임을 지나요?
- 소개하기 위해서 얼마나 방문했고 그곳을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요?
- 커피를 모르는 그대는 왜 커피가 맛있다고 소개했을까요?
- 인테리어 쇼룸도 많은데 그대는 왜 카페에 왔을까요?
- 좋은 곳을 소개한다는 당신은 취향 말고 어떤 근거로 소개합니까?
- 소개할 땐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라면서 왜 본인은 커피나 인테리어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합니까.
<번외>
포토샵 해주는 사진관은 많아졌는데 왜 카페를 찾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