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부회장의 메일
전 직장인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회사에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을 때가 있었다. 때는 2015년 4월 25일 네팔지점장 시절 오전 11시 50분경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땅이 갈라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였다. 진도 7.8의 지진을 겪은 것이다. 나는 밖에 있었지만 카트만두에 제일 높은 12층 아파트에 있던 두 딸은 아파트가 흔들리면서 무너질 것 같은 경험을 직접 하였다. 주요 건물들이 무너지고 8,800명의 사상자를 내었던 사건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도 총괄과 본사에 보고를 하였는데 다음 날인가 최지성 부회장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원지점장 가족들이 많이 놀랐을텐데 일단 한국으로 귀국시켜 안정을 찾은 후에 향후 거취를 고민하자는 메일이었다. 그 뒤에 본사 인사, 총괄 인사팀에서 비행기 티켓을 구해보라는 메일이 왔지만 그 당시에서 천만 원을 줘도 비행기 티켓은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정신도 없고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의 안위는 어떠한 지 확인하는 등 정신없이 하루 이틀을 보냈는데 주말에 본사 인사팀에서 티켓을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월요일까지 못 구하면 회사 전용기라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월요일 오전 타이항공 비즈니스 티켓 3장을 구했다고 전화가 왔고 화요일 비행기로 가족들은 한국으로 귀국을 할 수가 있었다.
그때 정말 티켓이 없었으면 회사 전용기를 보냈을까? 전용기 한 번 띄울 때 비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지만 그때는 회사에서 "전용기를 보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다. 이 일로 인해서 네팔 마담들 사이에서는 삼성 대단하다고 얘기가 돌았었다. 최지성 부회장은 충분히 그런 결정을 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작년에 JTBC에서 방영된 킹더랜드에서 구원(이준호)이 천사랑(임윤아)를 구하기 위해 헬기를 띄워야 한다고 구화란 상무(김선영)를 찾아갔는데 일개 직원 하나 때문에 헬기를 띄우냐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로맨스 장면이었지만 정말 회사가 직원을 생각하다면 헬기 띄우는 비용에 대한 계산기를 두들기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직원을 위하는 마음으로 선조치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된다.
요즘은 이런 회사가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의 리더들은 실적을 푸시함에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직원들이 회사에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계산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다가가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by 행복맛집
PS : 그 때 카트만두 공항으로 들어가면서 아빠는 같이 안가냐고 엉엉 울던 둘째가 타이항공 비즈니스 좌석에서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줬는데 왜 그렇게 배신감이 느껴지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