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사라지고 자연과 함께 하는 힐링공원으로 변신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초읍에 위치한 어린이 대공원.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에 소풍이나 사생대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다. 고등학교 시절엔 한국청소년 연맹인 '한별단' 활동을 하면서 다른학교 한별단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행사였던 '대면식'의 단골 장소도 어린이 대공원이었다.
5월의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 23일. 멀리 여행을 떠나기엔 스케줄을 잡지 못했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오후 아주 오랫만에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다. 도착한 어린이 대공원에는 어느샌가 입장료가 없어지고 무료화 되어 있었고 낡았지만 많은 추억이 묻어 있던 '놀이동산'도 사라지고 없었다.
▲ 작은음악회 퓨전국악팀 '江'이 공연을 하고 있다.
어린이 대공원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있는 한 광장에서는 부산진구에서 주최한 '작은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은 음악회는 어린이 대공원과 부산시민공원 일대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소규모 공연으로 여러가지 공연팀이 공연을 한다. 이 날은 '江'이라는 이름의 퓨전 국악팀의 공연이 열렸다. 가야금을 비롯한 우리 전통악기에 전자바이올린을 접목한 신나는 국악공연이었다.
▲ 동화마을길 부산어린이회관으로 올라가는길에는 여기저기 재미있는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다.
작은음악회를 구경하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갈래 길이 나온다. 한쪽은 부산어린이 회관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한쪽은 계속해서 어린이 대공원 산책로를 걷는 길이다. 부산어린이회관으로 올라가는 길은 '동화마을길'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이 트릭 아트를 이용한 포토존과 동화속 캐릭터들로 재미가 있어 오르막길이 힘든 줄도 몰랐다.
저녁 시간에 방문을 한 터라 부산 어린이회관의 이용시간은 끝이 났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어린이 대공원 산책길로 내려왔다. 수풀이 우거져 그늘을 만들어주는 어린이 대공원 산책길을 걸으며 심호흡을 하니 마치 산림욕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도 든다.
▲ 금연테마존 어린이대공원 산책로는 '금연테마존'이다.
특히 어린이 대공원 산책로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지정한 '금연테마존'으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도 금연한 지가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예전 흡연자일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깨끗한 공기를 마실 때의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산책로를 걸으면 곳곳에 매점들이 있다. 매점들에는 음료나 간식거리를 비롯해 식사도 가능했다. 같이간 친구가 '저기 호수가 테이블에 앉아서 막걸리 한잔하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어린이 대공원에 술을 팔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한 내 대답이 무색하게도 술이 판매되고 있었다.
어린이 대공원 안으로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막걸리 등의 주류를 판매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여기는 분명 '어린이 대공원'인데 주류를 판매하는 매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놀이동산'은 사라지고 도심속 '자연공원'으로 탈바꿈
▲ 가족친수공간 놀이동산이 있던 자리에 가족친구공간이 생겼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성지곡지'가 나온다. 이 저수지 위로 열차 레일이 이어져 있고 그 옆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소리지르며 바이킹을 탄다. 내 기억속의 어린이 대공원은 분명 그런 모습이었는데 오랫만에 찾은 어린이 대공원의 놀이동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나무와 식물, 꽃이 가득한 '가족친수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잔디밭에는 가족, 연인들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잔디밭 주변으로는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장미꽃이 만발한 장미터널을 걸으면 터널 안에 장미향이 가득했다.
▲ 성지곡지 어린이 대공원은 성지곡지 주변에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 대공원의 또 다른 이름은 '성지곡 수원지'다. 바로 이 성지곡지 둘레에 만들어진 공원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이 곳으로 사생대회를 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화지에 이 성지곡지의 풍경을 그려봤을 것이다. 옛생각을 하며 가까이서 본 성지곡지의 물은 맑지 않고 무척 탁했다. 며칠 전 금오산 올레길을 걸으면서 본 금오지의 맑은 물과는 비교가 많이 되었다.
어린이 대공원 입구에서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를 돌면 2800m를 걷게 된다. 걷는 내내 많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효과 때문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또한 학창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어린이 대공원에 와서 옛 추억을 되새기며 웃을 수 있었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으로 산책을 가보는 건 어떨까? 이제는 입장료도 없는 '공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