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캠을 마치며
▲ 거가대교 거제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날씨가 흐려서 희미하게 보인다.
쏠캠 2박 3일의 둘째날밤을 거제 학동오토캠핑장에서 보냈다. 천둥번개와 바람으로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지리산에서의 첫날밤의 피로를 거제에서 풀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제 역시나 엄청난 바람 탓으로 뜬 눈으로 밤을 세워야했다. 바람에 날아가 버린 타프를 새벽에 정리해야 했고 여러 살림살이들을 깜깜한 밤중에 챙겨야 했다.
동이 틀 때 쯤 바람이 잦아들어 3시간 가량 눈을 붙인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아침식사는 집에서 가져온 남은 김치와 연어캔 그리고 통조림 햄을 왕창 넣고 끓인 김치찌개와 코펠로 지은 밥으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 그리고는 얼른 서둘러서 짐을 정리해서 캠핑장을 나왔다.
거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거가대교'를 타고 가면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학동에서 가가대교가지 가는 길은 어제 학동으로 들어올 때 지나온 길을 거꾸로 돌아 나가야 한다. 가는 길에 어제 구경하지 못한 곳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학동에서 2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거제자연휴양림'이 있다. 어제 들어오는길에 가보려다가 지나치는 바람에 오늘 가려고 했던 곳이다. 휴양림 입구로 들어가니 매표소가 나왔다. 입장료 1천 원(성인)과 주차비 2천 원을 내야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매표소 직원이 안에 들어가면 그냥 등산하는 곳이라고 했다. 다른 구경거리나 볼거리 없냐고 물으니 없단다. 지금 내 체력이 등산을 할만한 체력은 아니라 거제자연휴양림은 다음에 방갈로나 야영을 하러 다시 오기로 하고 차를 돌려 나왔다.
▲ 구천댐 거제시 동부면에 위치한 특이한 모양의 댐이다.
거제 자연 휴양림을 뒤로하고 좀 더 산 능선을 따라 나오다 보면 '구천댐'이 나온다. 구천댐을 지나는 길은 산속에 흐르는 구천천 및 드넓은 구천댐과 더불어 산세를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전날 학동으로 들어오는 길에 구천천을 지나 구천댐을 처음 봤을 때는 이제 산이 끝나고 바다가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바다가 아니라 댐이었다.
구천댐을 따라 굽이 굽이 난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구천댐의 모양이 구불 구불 신기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와 위성 지도로 구천댐 검색을 해서 모양을 다시 살펴 보니 평범한 댐은 아닌듯 하다.
없던 용기도 생기게 하는 '여행'의 즐거움
구천댐을 지나 산을 넘어가면 문동 저수지가 나온다. 문동 저수지 위로는 '문동 휴양림'이 있고 휴양림에는 야영장과 거제 유일의 폭포인 '문동 폭포'가 있다. 문동 휴양림 입구에 주차를 하고 문동 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은 10분 남짓 걸린다. 올라가는 산책로 옆으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사이 사이 야영을 하기 위해 마련된 데크를 구경하면서 금세 폭포에 도착했다.
문동 폭포 올라가는 길에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폭포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외국인 여성 2명을 만났다. 아기와 함께 운동을 나온듯 했다. 폭포에서 만나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헤어졌다. 평상시였다면 영어 울렁증으로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을 텐데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 같다.
▲ 오토바이 대우조선해양 앞을 지날때면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로 베트남을 연상케한다.
학동에서 거가대교를 타러 가는 길에는 거제에서 유명한 회사인 대우조선해양 앞을 지나가게 된다. 거제는 조선소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조선소가 유명하고 그 중 대우조선해양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조선소 앞을 지나면 특이한 관경을 보게된다. 그건 바로 '오토바이'다. 가끔 TV나 인터넷에서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 쪽 사진을 보면 도로에 수 많은 오토바이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선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로가에도 끝없는 오토바이 주차 행렬이 보인다.
특히 조선소 출퇴근시간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오토바이가 조선소에 들어가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조선소 안이 워낙 넓다보니 회사 안에서 오토바이로 이동하기 때문에 많은 오토바이가 있다고 한다. 이 또한 거제의 명물이라면 명물이다.
▲ 유자빵과 꿀빵 거제휴게소에서 구매한 거제유자빵과 통영꿀빵
거가대교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제 휴게소에 들러서 '거제 유자빵'과 '통영 꿀빵'을 한상자씩 샀다. 통영과 거제의 특산품이다. 특히 통영 꿀빵은 너무 달아 못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 걸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맛있는 간식이다. 유자빵은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유자 모양의 빵에 유자 향이 나는 앙꼬가 들어있다.
거가대교를 오랫만에 지나왔다. 거가대교는 '해저 터널'이 유명하다. 가장 깊은 곳은 수심 48m로 세계 최대 수심이란다. 평상시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던 터널인데,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가 잠겨있는 깊이가 30m 정도라고 생각하니 터널을 지나는동안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2박 3일간의 내 인생 첫번째 '쏠캠'이 끝났다. 직장을 그만 둔지 3개월째. 제주도에 이어 혼자떠난 2번째 여행이었다. 여행은 언제나 많은 것을 남긴다. 많은 것을 배우게 하고 깨닫게 한다. 이번 쏠캠에서 난 좀 더 용기있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