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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an 24. 2018

왁자지껄한 '난민촌' 밀양 표충사국민야영장

무료로 즐기는 천의 요지, 우리 스스로 지켜가자

                                                                                                                          

▲ 표충사국민야영장 '난민촌'이라는 별명을 가진 표충사야영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에 위치한 '표충사 국민 야영장'은 나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줬다. 2013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샘 결절을 발견하고 악성 여부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찾았던 곳이다. 추석연휴라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며 별탈 없이 지나기를 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4년 갑상샘암 치료를 받고 살만해져서 1년만에 다시 찾아 캠핑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의 1년이 지나 오랫만에 표충사 야영장을 찾았다. 워낙 인기가 좋아 자리 잡기 힘든 야영장인데 여름 휴가기간이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표충사 야영장은 밀양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야영장으로 사전 예약제가 아닌 선착순으로 운영한다. 무료 야영장인데도 주변환경과 시설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그렇다보니 주말에 좋은 명당자리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


틈만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렇다보니 텐트 사이에 여유공간이 없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그 모습 때문에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것 같다고 '난민촌'이란 별명이 붙었다.


평소엔 주말이 아닌 평일은 한산하게 마련인데 지난주는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평일에도 자리 잡기가 힘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야영장을 두 바퀴쯤 돌다가 족구장 뒤편에 텐트 칠 만한 공간을 발견하고는 자리를 폈다. 표충사 야영장은 사이트의 구역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적당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면 거기가 내 자리가 된다.


'폭염'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재약산 맑은 계곡수와 시원한 지하수


▲ 물놀이 표충사야영장 앞에는 재약산 맑은 계곡수가 흘러 물놀이 하기에도 좋다 


표충사 야영장이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야영장 바로 앞에 흐르는 맑은 재약산의 계곡수 때문이다.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수에 몸을 담그면 더위가 싹 달아난다. 계곡의 수심 또한 어른이 놀기에도 아이들이 놀기에도 적당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계곡수에 몸을 담근다.


특히 야영장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계단 앞쪽에는 바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조그만 폭포가 있는데 이 자리가 아이들의 '다이빙' 명당으로 꼽힌다. 많은 아이들이 이 바위 위에서 폭포 아래로 몸을 내던진다. 


폭포 아래쪽의 수심은 성인의 가슴높이 정도 되는데 아이들이 다이빙 하고 놀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겁도 없이 폴짝 폴짝 뛰어 내리는 아이들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하는데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연일 '폭염주의보' 재난문자가 도착하고 있지만, 재약산 계곡수에 몸을 담그고 있는 순간엔 폭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하지만 한낮에는 계곡에 햇빛이 그대로 내리 쬐기 때문에 선크림과 모자, 팔토시 등을 착용해 피부가 햇빛에 과다 노출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게 좋다.


▲ 계수대 야영장 한 가운데 있는 원형 계수대에서 설거지, 빨래, 등목, 세수등 모든걸 해결한다 


표충사 야영장에는 계수대가 두 곳이 있다. 원래 세 곳이 있는데 한 곳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지하수가 나오는 야영장 정중앙에 위치한 원형 계수대는 한 여름에도 머리를 감으면 뒷골이 땡길정도로 물이 차갑다. 물놀이를 하고 몸을 헹구기 위해 계수대에서 등목을 하면 지금이 8월인 것을 잊을 정도로 추워서 몸이 부들 부들 떨린다.


표충사 야영장에서 안 되는 건 딱 두 가지다. 바로 전기사용과 샤워시설이다. 샤워시설이 없다보니 이 중앙 계수대가 멀티플레이어가 된다. 사람들은 이 계수대에서 설거지, 빨래, 등목, 세수등 모든 걸 해결한다. 일부 캠퍼들은 샤워텐트를 준비해 온 뒤 계수대에 긴 호스를 연결해 간이 샤워장을 만들기도 한다.


자연과 동화되는 무료 캠핑장...매너있는 모습으로 지켜가야 해


▲ 잠자리 나무 그늘아래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데 발가락에 잠자리가 앉았다 


표충사 야영장은 다른 야영장에 비해 그늘이 아주 풍부하다. 나무가 많아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타프'를 이용해 인공 그늘을 만들 수도 있지만 타프로 만들어진 그늘과는 시원함의 레벨이 다르다. 이 또한 표충사 야영장의 장점 중 하나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의자에서 다리를 꼬고 책을 보는데 발가락 위에 잠자리가 앉았다. 그 장면이 너무 재미 있어서 조심 조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꿀벌 한마리가 자기 몸통보다 더 큰 먹잇감을 옮기다 무거웠는지 내 의자 팔걸이에 앉아서 쉬어 가기도 했다. 


캠핑 문화가 발달하면서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야외로 나오는데 이런 자연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선물하기에도 표충사 야영장은 괜찮은 곳인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야영장 안에는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좋은 무료야영장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우리 스스로가 매너 있는 캠퍼가 되어서 이런 야영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나는 이번 표충사 야영장 캠핑에서 3박 4일을 보냈는데 밤 문화가 조금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늦은 밤 술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즐거운 여행에서 나만큼 즐거운 마음을 내 이웃도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은 배려가 필요하다. 


좋은 시설과 환경만큼 찾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좋아져서 표충사 야영장이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무료로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언제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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