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①] 청년 창업가 3년... 첫 번째 실패
▲ 반백수 특별한 일이 없는 날, 침대옆에 거치된 태블릿PC로 영화를 보며 하루종일 뒹굴거리곤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고 있는 SNS인 '페이스북'. 나도 하루중에 많은 시간을 페이스북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보낸다. 전화나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게 오히려 더 편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보니 딱히 오랜 시간 만나지 않은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어떻게 사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따로 안부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다.
며칠전 언제나처럼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사실 하나. 바로 3년 전 오늘 내가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었다. 맞다. 나는 바로 3년 전 오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그로부터 약 보름 후 회사를 그만뒀다. 그렇게 내 15년 직장생활은 끝이났고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회사를 그만뒀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냥 '휴가'를 내고 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끔 직장 동료들을 만나 회사 소식을 전해들으며 소주 한잔하고 집에 올 때면 그냥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집에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순간부터 내 새로운 삶에 완벽히 적응하고 직장을 다닐 때는 전혀 몰랐던 세계에서 새로운 무언가의 도전을 해낼 때마다 '왜 좀 더 빨리 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30대 중반, 어떻게 보면 젊고 어떻게 보면 나이가 많은 어중간한 나이. 오히려 15년 전부터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뭔가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였을것이다.
직장이라는 둥지를 떠나 오롯이 혼자 세상에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3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던 시간, 그리고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넓다는 것 또한 알게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설날 연휴가 이틀 남았다. 직장인들은 내일 하루만 더 출근하면 연휴에 들어간다며 설레어 하는 시기다. 오늘 나는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 할지 몰라 실컷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며칠만에 사무실에 나왔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나온건 아니다. 단지 집에 있으면 잠이나 자고 하릴없이 TV만 보고 있을텐데 사무실에 나오면 그래도 뭔가를 찾아서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으로 늦은 오후에 사무실로 나왔다.
내 사무실은 김해 시내에 있는 한 실용음악학원의 응접실 공간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숍인숍 형태다. 2016년 겨울, 두명의 동생들과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던 콘텐츠 제작 회사의 사무실을 그대로 내가 사용하고 있다. 좁아터진 사무실에 책상을 4개나 넣고 꾸역 꾸역 살던 공간을 이제 혼자서 사용하니 조그만 응접실도 생기고 딱 좋다.
동생들과 함께 운영하던 콘텐츠 제작 회사는 지난해 12월 말부로 사업을 접었다. 아직 결제금액 회수가 안된 건이 남아있어서 서류상으로만 아직 폐업하지 않고 있다. 남은 2건의 정산만 정리되면 폐업할 예정이다. 이로써 내 첫번째 '실패'가 됐다.
콘텐츠 제작 회사를 접고 나는 창업 초기에 나 혼자서 운영하던 웨딩 콘텐츠 제작 용역일을 간간이 받아서 진행하며 그동안 못썼던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음악도 만들어 낸다. 지난해 말부로 콘텐츠 제작회사를 접고 1월부터는 웨딩 시장도 비수기라 2달째 거의 백수처럼 놀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겸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고 1월엔 싱글앨범을 한장 발매했다.
그리고 현재 내 이름으로 된 개인사업자 2개가 있는데 이 사업자들도 곧 폐업할 예정이다. 창업 초기에 무턱대고 사업자등록부터 했던 사업체인데 실적도 별로 없고 새롭게 내가 하는 일들을 리뉴얼하고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올해는 그동안 무신경했던 정부 지원사업이나 공모전에도 도전해볼 생각인데 여기 지원 조건에 3년이상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면 아예 지원 자격조차도 안되는 곳이 많아 폐업을 결심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내려놔도 돼...'와신상담'할 걸 아니까
▲ 사무실 3명이서 쓰던 사무실은 혼자 쓰게 되면서 조그만 응접실 공간도 생겼다
지난해 겨울, 콘텐츠 제작 회사를 접기전 내가 스트레스에 한껏 취해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채 지내던 시절, 거의 1년만에 같은 동네에 사는 한 동생을 만났다. 그 동생은 영어 과외를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부산으로 나가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친구다. 내가 김해에서 콘텐츠 제작 회사를 만들고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만들어 내는것 보고 나를 만나보고 싶다며 찾아와서 알게됐다.
일년만에 만난 그 친구는 나에게 '일년만에 사람이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 불과 일년전까지만 해도 '희망'과 '긍정'으로 똘똘뭉쳐 주변에도 '긍정에너지'를 전파하던 나였는데 1년만에 너무 어두워졌다는 거였다. 그말을 듣고 보니 그 친구가 내게 물었던 고민에 계속적으로 '부정적' 답변만 하고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했다.
인생에 있어 '죽음'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직장을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그런 나는 온데간데 없고 또 직장에 다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저그런 하루 일상에 치여 스트레스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동생의 그 한마디는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결국 내가 그토록 꽉 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던 콘텐츠 제작 회사를 놓게 만들었다. 희망차게 시작했지만 처음이라 많이 서툴렀고 '열정'만 가지고 해나가기엔 너무 벅찼다. 하지만 '실패'를 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나는 내 스트레스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그 것을 놓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는걸 절실히 깨달았다. 자칫 여러가지 일을 다 해내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어도 결국은 풍선효과처럼 한쪽에 집중을 하면 다른 한쪽은 무슨 문제든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는 내 손에 각기다른 명함 6장을 쥐고 나서야 알게됐다.
'내려놓음'을 결정하고 다시 욕심을 버렸다. 직장을 그만둘때 이미 한번 해봐서인지 두번째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왜냐면 또 어떻게든 무언가가 쌓일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하나를 내려놓음으로 인해서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도 알게됐다.
그리고 불필요한 인맥들도 정리했다. 사업하는 사람은 '인맥'이 재산이라며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모두 잘 지내려 노력했고 그 노력을 하면 할 수록 나는 더욱 스트레스로 힘들어져갔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보기 싫은 사람 매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사업을 하면서도 '보기 싫은 사람'을 매일 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 창업가'로 살아온 시간 3년. 직장생활 10년 한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경험 또한 나에게는 재산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 성과를 만들고 성취감을 느끼고 희망을 가진 일, 그리고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일,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변해야할 우리 지역 사회까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부터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달라져도 그 어떤 사람들과 있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경험 공유'에 대한 '가치'라고 믿는다. 살아가면서 겪어낸 많은 경험들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고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게 전달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콘텐츠' 일을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사업 철학이기도 하다.
그 철학을 발판삼아 새롭게 사회에 나와 '청년 창업가'로써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나의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