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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n 07. 2018

아줌마 그 점포 그냥 저한테 주지 그러셨어요?

[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⑤] 내 인생 첫 사무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프리랜서처럼 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 방은 '침실 겸 사무실'이 됐다. 다행히 내 방에는 2인용 책상이 있었고 그 책상을 혼자 쓸 수 있었기에 노트북을 비롯한 노트북 거치대를 놓을 수도 있었고 별도의 큰 모니터를 연결해 좀 더 편안한 작업환경을 만들기에 공간이 충분했다.


그렇게 내 방을 사무실 겸으로 사용하며 '프리랜서'로 약간의 소득을 올리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즈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우리집을 이사하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오래돼서 낡기도 했고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불필요하게 집이 넓어 청소하고 관리하기에도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앞에 있는 부동산에 집을 내 놓았고 우리가 새로 이사 갈집도 함께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동네 안에 있는 빈집 중에 인테리어 공사를 다 해둔 빌라가 하나 나왔고 그 빌라는 둘러본 어머니는 마음에 든다며 그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다.

내가 직장에 다니던 시절, 우리 집이 있는 김해 삼방동에서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 용호동까지 출퇴근하기가 힘들어 한번은 어머니께 창원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창원과 가까운 김해 안쪽으로라도 이사를 가자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90년대에 집안 사정으로 인해 부산에서 김해로 들어와 한 동네에서 계속 자리를 잡고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70대가 훌쩍 넘은 나이에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렇게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삼방동에 살았다. 그리고 이제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는 나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이 동네를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좀 급하게 집을 고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시니 그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십 년 동안을 그대로 써오던 가구며 집기들을 이번에 이사하면서 모두 바꾸기로 했다. 장롱이며 침대며 다 버리고 새로 사서 이사를 가기 위해 김해 진영에 있는 큰 가구 백화점에서 가구를 새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의 이사 준비를 차곡 차곡 해 나갔다.

새로 이사할 집은 기존에 살고 있던 집보다 평수가 더 작은 집이다. 어머니와 두 식구 살기엔 넓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옮기는 건데도 인테리어를 새로한 집이라 그런지 우리가 살던 집보다 평수가 작은데도 집값이 더 비쌌다. 그 덕에 모아둔 돈 털어 이사갈 집 사는데 써야 했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하다보니 내 방 크기가 더 작아졌다. 좁은 방에 침대와 책상, 그리고 옷장을 넣은 공간이 나오지 않아 침대는 책과 붙어 있는 일체형을 샀고 책상도 심플하게 작은 책상 하나만 사서 방에 넣었다. 옷장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내 방 벽안에 있는 작은 다용도실에 행거를 설치해 옷장을 대신하기로 했다.

새 가구 넣고 다용도실에 행거 설치하고 나니 혼자 쓰기엔 충분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작업할 공간이 없었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음악,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음악을 만드는 장비나 마이크 등 주변 기기들을 컴퓨터와 연결해서 써야한다. 그러기엔 방안 공간이 너무 좁아 작업을 할 수 없었다. 미루던 나만의 작업 공간을 구해야 할 때가 온 거다.

평소 아침운동을 하면서 집 근처에 봐둔 점포가 있었다. 벌써 몇년째 그대로 비워져 있는 작은 점포인데 혼자 쓰기에 딱 적당해보였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도 걸어가면 2분이 채 안걸리는 거리라 위치도 딱 마음에 들었다.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만나기 때문에 번화하지 않고 조용한 동네 안에 있는 점포라 더욱 나하고 잘 맞을 것 같았다.

처음 이 점포를 발견했을 때 건물 주인이 메모지에 임대인을 구하기 위해 '30/300' 이라고 써 붙여놓은 종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달에 100만원을 벌까 말까한 나에게 그 돈은 너무 큰 돈이라 매번 바라만 보고 지나쳤다. 하지만 그로부터 세월이 몇년이 흘렀고, 그 점포는 계속 비워져 있었다. 투명 테이프로 어설프게 붙여놓은 그 임대료 안내 메모지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

오랜 시간 비워져 있던 점포이기에 건물 주인과 협의해서 좀 더 싼 가격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건물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빈 점포에서 만났다. 오랜 시간동안 잠겨서 먼지만 가득 쌓인 점포문이 열렸고 조금 큰 승합차 한대 들어갈만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있던 인테리어숍 주인이 그래도 내부에 도배를 새로 해둔터라 청소만 하면 그대로 쓸만할 것 같았다. 아쉽게 점포안에 '창문'은 없었고 해가 잘 안들어 습하거나 추울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이렇게 가깝고 작은 점포가 잘 없었기 때문에 여기가 '딱 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건물주인에게 가난한 청년 창업가로써의 현실을 잘 말씀드려 보증금과 월세를 좀 싸게 하자고 말씀드렸다. 잠깐의 협의 끝에 보증금 100만원과 월세 10만원의 아주 싼 가격에 다음날 계약서를 만들어 계약을 하기로 했다. 드디어 내 공간이 생긴다는 생각에 기뻤다. 10만원 정도는 그래도 부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 10만원으로 협의가 됐으니 협상이 잘 된것 같아 더 좋았다.

그날 저녁, 집에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건물 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계약하기로 협의하고 돌아가서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너무 싸게 주는 것 같아 계약을 하기 싫다는거였다. 그렇게 결국 내 첫번째 사무실 후보지는 아쉽게도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 후로도 그 점포는 아주 오랜시간 그대로 비워져 있었다.

내 인생 첫 사무실덕에 '집 주인'이 됐다

▲ 인테리어 소형 빌라를 사무실로 쓰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멀리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 서점에 들러 읽어보고 싶은 책을 어려권씩 사오곤 했다. 특히 나는 실용적인 책을 주로 읽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소형빌라 아파트 투자 앞으로 3년이 기회다>다. 이 책이 내 첫 사무실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주게 됐다.

첫 점포 계약이 불발되고 나는 다시 우리집이 이사할 때 거래했던 부동산을 다시 찾았다. 집에서 멀지 않고 한달에 월세 10만원 내외로 나갈 수 있는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싼 곳은 없었다. 그러다가 소형 빌라에 투자도 할겸, '대출받아서 작은 빌라를 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점포를 월세로 얻으면 계약기간이 끝날 때 이사를 가야하는 일도 생기고 인테리어 '원상복구' 문제도 있다. 반면 대출을 받아 소형빌라를 사서 사무실로 쓰면 그런일도 없어지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재태크'도 될거라는 생각에 꽂혔다. 사회적으로도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작은 집'이 대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김해에서 좀 일찍 개발된 동네라 지금은 다른 동네에 비해 약간은 노후한 동네가 됐다. 그리고 아파트도 많지만 빌라가 특히 많은 동네이기도 했고 근처에 인제대학교가 있어 소형 빌라에 대한 수요도 공급도 꽤 있는 동네였다. 그렇게 나는 한달여의 시간동안 집을 알아보고 집에서 버스 3정거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10평 남짓한 소형 빌라를 샀다. 내 생에 첫 집을 이렇게 가지게 됐다.

처음 집을 보러갔을 때, 동네에서 지은지 얼마 안된 3동 짜리 빌라 1층인데 집안이 너무 낡아서 이 집을 사도 될지 고민했다. 원래 할머니 한분이 혼자사셨다고 하는데 욕실이며 주방이며 방이며 낡아도 너무 낡아 있었다. 사시던 할머니가 오랜시간 병원에 계시면서 그 딸이 집을 내놓았다고 했다.

집 주인과 협의 끝에 가격을 좀 더 싸게해서 그 집을 사기로 했다. 돈을 좀 투자해서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입주하면 될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 작은 빌라는 내 첫 사무실이 됐다. 인테리어만 했지 안에 들어간 책상이며 장식장은 집을 이사하면서 버릴려고 했던 예전집 가구들을 가져다가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새걸로 장만하고 싶었지만 집을 사느라 수천만원 대출까지 받은터라 더 마이너스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집을 사고 인테리어 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 상환기관을 원리금상환제로 가장 길게 잡으니 한달에 나가는 원금과 이자는 총 19만원 가량이 됐다. 기존에 사무실을 구하면서 한달에 10만원정도까지만 지출하려고 생각했었는데 거의 2배 가량의 돈이 매달 꼬박 꼬박 지출된다. 그래도 '투자'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앞으로 수입이 더 늘어날 거라는 생각으로 '질렀다'

이렇게 나만의 첫 공간이 생겨났다. 작은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다면 꼭 어떤 점포에 월세주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나처럼 작은 빌라나 주택 공간을 사무실로 쓰는 방법도 한번 고려해볼만 하다. 어차피 구할 사무실이었는데 그 덕에 나는 '집주인'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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