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몸무게, 나의 다이어트 일기
나는 어머니의 체질을 물려받아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게다가 얼굴살이 잘 붙어서, 조금만 살이 올라도 사람들은 원래 내 몸무게 보다 더 많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식탐은 많고 운동 하는 건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살 찌우기 대회'라도 있으면 1등할 자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학창 시절엔 항상 마른 체형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만 해도 170이 넘는 키에 50kg대였으니, 윗 옷을 벗고 찍은 어릴 적 사진을 보면 갈비뼈가 보일 정도였다. 그런 내가 성인이 되고나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몸매를 가져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엔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 자라면서 GOD의 <어머님께> 노랫말처럼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당시엔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휴일이면 하루종일 농구하러 다녔으니 운동량도 많았다. 그러니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나는 '초딩 입맛'이라 고칼로리 음식들을 특히 좋아한다. 육식은 기본이고 가공식품, 분식 그리고 특히 면 종류를 좋아해서 마음만 먹으면 살이 금방 금방 찐다.
▲ 신어천 공원 매일 운동하러 나가는 신어천 데크로드
20대 중반까지는 살이 찐다는 인지조차 못하고 살았다. 가끔 내 사진을 보면서 학창 시절 친구들이 살빼라는 말을 하곤 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난생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몸무게가 줄어가는 걸 보고 날씬한 몸에 맞는 옷을 사입는데 재미를 붙여 2개월 만에 10kg 가량을 감량했다.
이후로 나는 2년 꼴로 10kg씩 몸무게가 롤러코스터처럼 왔다갔다 하고 있다. 67kg이 제일 보기 좋은 몸무게였는데 다시 78kg까지 불어났다가 또 다이어트해서 줄이고를 반복 중이다. 그러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제 나이 탓인지 내 인생 최고 몸무게였던 78kg 기록은 깨졌다.
아무리 먹어도 78kg은 넘지 않던 내 몸이었는데 그 숫자를 한번 넘기고 나니 80kg이 넘었고 보통 82kg 전후를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여행이라도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며칠간 많이 먹은 날은 85kg을 찍기도 했다. 추운 겨울 내내 운동을 하나도 안 하고 집에 처박혀 살아온 탓이 크다.
너무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외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올해는 경상남도에서 모집한 '경남명예기자단' 활동을 시작했다. 발대식에서 처음 기자단으로 선발된 멤버라 인터뷰를 해야했다. 카메라 앞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돌아와 나중에 동영상을 보니 그 속에 내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진짜 그 안에는 '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옷장 속에 걸린 옷 다시 입기 프로젝트
▲ 바나나 셰이크 매일 점심은 나트륨 배출에 좋은 바나나 셰이크를 먹는다
옷장 속에 걸린 정장이며, 불과 3년전 직장생활을 할 때 입던 바지며 셔츠들이 하나도 맞질 않았다. 맞지 않는 걸 떠나 바지는 아예 허벅지까지도 들어가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답시며 너무 나태하게 보낸 3년간 내 몸은 엄청나게 망가져 있었다. 그렇게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설날 연휴 마지막날, 내 다이어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 내 몸무게는 82kg. 집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던 내가 내 발로 운동하기 위해 집을 나갔다. 집 근처에 있는 하천 데크로드를 한바퀴 돌아 이어지는 도심숲 끝까지 갔다오면 대략 6km 정도 되는 거리다. 그 길을 매일같이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바퀴 돌고 오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2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몸이 가벼워졌고 걷는데 익숙해지면서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 들었다. 대신 매일같이 그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요즘엔 발목에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20대 때는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무리한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답답한 헬스장에 처박혀 있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건 걷는 거였다. 뛰지 않고 걷는 건 오랜시간 걸어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요즘 간헐적 단식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말들이 많은데 현재까지 나에게는 잘 맞는 것 같다. 예전에 내가 갑상선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건강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 중에 <1일 2식>이라는 책에 많은 공감을 했고 그걸 발판삼아 1일 2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나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다. 1인 기업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내 생활 패턴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난다. 2달 전까지만 해도 오전 시간은 통째로 버리는 시간이었는데 요즘엔 조금씩 앞으로 당겨서 오전 9시에 기상해 새벽 1시에 취침한다.
9시에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컵 마신다. 그리고 화장실 갔다가 오전 운동을 나간다. 운동하고 돌아오면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다. 씻고 옷 갈아 입은 뒤 업무 할 준비를 한다. 1시간 정도 간단히 오전 업무를 보고나서 12시가 되면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은 특별한 점심 약속이 없으면 바나나 셰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간편하기도 하고 다이어트엔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데 바나나에는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 배출에 좋다. 400ml 믹서기 컵에 바나나 2개를 넣고 브라질너트 2알을 넣는다. 그리고 우유를 붓고 갈아서 마신다. 그래도 양이 제법 되기 때문에 이걸 먹고 나면 든든하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후엔 본격적으로 업무를 본다. 직장생활 할 때와 달리 나는 짧은 시간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을 할 때는 초집중 근무다. 그렇게 매일의 업무량에 따라 보통은 4~5시간 정도 일한다. 그리고 저녁 6시 전후로 이른 저녁을 먹는다.
▲ 자유식 하루에 1끼는 식단의 제약 없이 일반식을 먹는다
저녁은 일반식이다. 하루에 1끼 정도는 어머니와 함께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가끔 어머니가 다른 볼일을 보러 나가시고 혼자 밥을 먹어도 일반식을 한다. 20대 다이어트 같으면 아마 저녁에도 닭가슴살과 오이 정도를 먹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일반식을 하되 밥량을 줄인다. 천천히 조금씩 먹으면 2/3공기 정도의 밥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대신 반찬을 골고루 여러가지 먹는다. 그리고 면 성애자인 나지만 집밥을 먹을 때는 웬만해선 면을 먹지 않으려 하고 있다. 대신 외부에 일정이 있어 나가서 밥을 먹어야 할 때는 너무 다이어트 중인 걸 티내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가끔 저녁에 술 약속이 잡혀서 밤 늦게까지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날에는 다음날 공복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바나나 셰이크 점심을 건너뛴다. 그리고 저녁에는 평소처럼 일반식을 한다. 이렇게 나는 물만 섭취할 수 있는 공복시간을 18시간 정도 유지한다. 물론 중간에 배가 고픈 시간도 찾아온다. 그럴 때는 물을 마신다.
평소엔 하루에 1잔도 제대로 물 마실 일이 없었는데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고 나니 배고픔이 찾아올 때마다 물을 마시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도 늘어난다. 그만큼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나의 간헐적 단식과 다이어트는 현재 이렇게 진행중이다.
2월초 설날 연휴의 마지막날 82kg으로 시작한 내 다이어트는 3/26일 현재 몸무게 73kg으로 9kg이 감량됐다. 다이어트 중간에 다녀온 일본 여행 3박4일 만에 2kg이 다시 증가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평소의 패턴으로 맞춰 생활했더니 금세 다시 체중이 감량됐다.
제법 많은 체중이 감량돼 옷장에 걸려 있던 작은 바지와 코트들을 꺼내 입어봤다. 신기하게도 바지가 들어갔다. 직장 다닐 때 입던 면바지인데 그 바지를 입고 거울을 보니 날씬해 보였다. 올 상반기 안에 옷장에 있는 정장을 입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 그 목표 체중까지는 좀 더 남았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내 몸을 보면서 조금씩 다시 자존감을 찾아간다.
매번 다이어트 할 때마다 하는 다짐이지만, '이번에는 꼭 다시 돌아가지 말아야지.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관리해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나는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열심히 동네를 걸을 테다. 간헐적 단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