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No. 06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오디세우스여, 죽음을 위로의 말로 말하지 마라.
나는 차라리 가난한 농부의 종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죽은 자들 모두의 왕이 되는 것보다 낫다.
호메르스, <오뒷세이아> 中
네, 영화가 개봉한 지 5개월 후.. 이란의 공습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발표되며 이란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2월 28일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개인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빼앗고 국가보다 자신을 우선시한 독재자에게 걸맞은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직접적인 전쟁을 다루지는 않지만, 현대에 벌어질 전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누구보다 충실히 따라나섭니다. 다소 개연성이 없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정치적 중립과 현대전에서의 적국이 얼마나 모호한지에 대한 표현을 위해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 제목만큼은 제 어떤 리뷰보다 따뜻하지만 (검정치마의 "Antifreeze"라는 노래의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앨범인 201까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살벌할지도 모르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Review No.06 /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1. "신냉전"의 시작, 패권의 재편
1991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 해체되었습니다. 성탄절이 하루 지난 12월 26일, 개국 69주년을 4일 앞둔 채 멸망했죠.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새로운 국제 사회의 강자로 떠오른 미국과 소련은 경쟁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저흰 "냉전 (Cold War)"이라고 부르죠. 물리적인 충돌이 없음에도, 첩보와 외교, 경제를 수단으로 하는 국제적 대립을 뜻합니다. 그 이후 냉전이 다시는 없을 것만 같았지만, 이후 러시아가 개국하고 중국과 손을 맞잡은 그들은 점점 패권을 키워나갔고 미국과 대항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를 맞이한 세계 정세는, 격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이 시작되었죠.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어느덧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부정부패에 점점 발을 빼려는 추세였고, 심지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며 사회 전체가 섣불리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현재 미국은 격동기를 겪고 있습니다. 곧 제가 <부고니아> 리뷰에서도 다룰 보험 CEO에 대한 총격 사건, ICE의 무차별적인 체포는 미국이 내부에서부터 분열되도록 했죠. 이러한 사회상 소겡서 여러 영화들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미국을 반영했고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있겠죠.
이 영화도 명작이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2025년에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이라면 전 망설이지 않고 이 영화를 뽑을 것입니다. 후반부 물결 추격 씬은 비현실감과 파국의 극치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이란 국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민자 문제를 상징적으로 제기한 반면,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세계인들의 가장 보편적인 관점을 다룹니다. 언어는 영어지만, 사실 이 두려움은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심어진 내면의 두려움이거든요.
2. 캐서린 비글로우의 "의도된 불편감"
목넘김이라는 말은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음료나 마시는 것들을 평론할 때 등장하는 낱말이죠. 저는 영화에도 목넘김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전에 리뷰했던 설날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3.5등급 영화라고 언급했었죠. 음.. 지금도 그 주장을 굽힐 생각은 없지만, 영화가 목넘김이 너무 편했다고 생각됐습니다. 관객에게 어떠한 어려움도 주지 않고, 보편적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지만, 다소 영화가 장르적으로도 뒤섞여있고, 지극히 "설날 영화" 같아서죠. 그렇지만 이번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다릅니다. 뭐.. 당연히 군사 스릴러의 대가인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영화인데, 제작비부터 다르니 아무래도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엔 <왕과 사는 남자>가 불리하죠. 그저 제가 생각하는 "영화적 목넘김"의 예시였을 뿐, 그렇게 마음 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번 영화도 캐서린 비글로우 특유의 현장감이 강조되는 카메라 무빙이 느껴졌습니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 가감없이 오사마 빈 라덴의 발자취를 추격하고 <허트 로커>에서 일반인 남자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의해 폭파되어 죽는 것도 묘사했던 그녀라고 생각하면, 이번 영화는 꽤나 그녀의 손때가 묻은 듯 하면서도 참 "그녀답지 않은"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먼저 "목넘김"이라는 단어를 꺼냈었죠? 원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는 목넘김이 깔끔하진 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깔끔하기보단 텁텁하고도 불쾌하지만 오랫동안 남는 여운을 표현하는 감독에 가깝죠.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적국을 모호하게 설정했던 부분이나 마지막까지 시카고에 미사일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떨어지지 않았는지를 두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듭니다. "북한"이라는 구체적 주체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것도 으레 전쟁을 묘사한 영화가 그렇듯 "러시아" 정도의 위치에 속하는 나라로 등장합니다. 물론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함부로 적국을 등장시켜서 되겠느냐?"
전세계적인 전쟁 게임 프랜차이즈인 "콜 오브 듀티"도 요즘 가상의 테러 단체를 등장시키며 최대한 국제적 갈등을 피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또한 콜 오브 듀티의 라이벌 프랜차이즈 "배틀필드"도 스토리 미션인 캠페인을 없애거나 작중 가상의 적군 단체를 팍스 아르마타라는 용병 단체로 설정하는 등, 최대한 조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야 합니다.
그럼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실질적 대표작인 <제로 다크 서티>의 경우를 봐볼까요? 이 영화는 미국 우월주의보단 실제의 사건에 기반합니다. 오히려 미국 CIA의 고문을 잔혹하게 묘사하고, <허트 로커>에서는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자행하는 폭탄 테러를 그녀 특유의 다큐멘터리적 카메라 워킹으로 풀어나가죠. 사실 이런.. 감독이 과연 적국을 설정하지 못해서 안 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언제든지 노골적으로 적국을 드러낼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그 어느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만약 적국을 등장시켜야 한다면 그것에 대한 개연성을 보여주면서도 납득이 가게, 관객을 관찰자 시점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시키는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단연코 그녀의 영화들 중에서도 상당히 불친절한 편에 속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모호함
영화가 굉장히 모호합니다. 우선 3명의 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은 많은 영화에서 차용하는 구조고, 고로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괴물>에서도 사용되었던 구조죠. 다만 이 연출법은 영화가 굉장히 "있어 보이게" 만드는 법입니다. 농담이고, 사실 이런 연출법은 구조적으로 3명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기에 관객이 여러 관점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죠. 관객의 상상보단 직관을 이용한 연출법이란 점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성향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가 상당히 흥미로운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사실 제가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직관을 가장 크게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지막에는 관객이 자신만의 엔딩을 상상하게 만들며, 저희가 관찰자가 아닌 전지자로서 영화의 엔딩에 대한 선택권을 줍니다. 물론 저희가 그 무엇을 선택하든 영화의 엔딩이 저희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지진 않죠. 저희는 그 비극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만 합니다. 이 영화는 직관으로 태동하여 공상으로 결론 짓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구조죠. 이 영화는 지독하게 현실적입니다. 폭격기 B-2의 조종사는 아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고, 북한 전문가는 아이와 함께 게티스버그 전투 재연 행사를 관람하는 어머니이죠. 백악관 상황실에서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평범하고 조용한 나날들의 연속이죠. 그리고 그 평범하고 조용한 나날을 비집고 들어온 핵미사일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의 상상을 헤집어놓습니다.
4. I Believe We Did.
개인적으로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2023년작 <오펜하이머>가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킬리언 머피가 분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한 환영을 봅니다. 지구의 곳곳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며 불길이 지구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환영이죠.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은 그 환영을 보게 됩니다. 저희에겐 시카고라는 범죄 뮤지컬로도 친숙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도시, "시카고"가 불에 잠기는 풍경을요. 만약 시카고가 불에 덮이지 않는다고 해도, 인류라는 존재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무기를 손에 넣었을 때 얼마나 우왕좌왕하고 조심성 없을 수 있을지를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잔인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만약 당신들이라면 핵가방을 열 것인가. 연다면 그 가방의 단추를 누를 것인가?"
그리고 저희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일개 인간이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질문의 무게이고, 영화의 질문을 통해 저희는 계속해서 고뇌하던 작중의 미국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가 처한 상황이었다면, 만약 저희는 적국에 대한 공습을 명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누구보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의 인간을 비춥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흔히 말하는 좀비 영화들, 예를 들자면
이런 류의 공포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왜냐하면 좀비라는 현실적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희는 작중 인물들의 행적을 뒤쫓으며 장르적 쾌감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장르적 쾌감보다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인간이 얼마나 위축되고 덧 없어질지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다룹니다. 그리고 저희는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그 어떤 결론을 낸다고 해도 저희에게 밀려오는 거대한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함은 이 영화의 진가입니다.
5. 크툴루와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 아십니까? 2020년대 초, 그러니까 코로나 19가 유행했을 당시 쇼츠/릴스에서 유행했었던 호러의 장르 중 하나입니다. 혹시라도 모르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코스믹 호러는 인간이 대항하지 못하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무력감에 대한 공포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H.P. 러브크래프트의 캐릭터인 크툴루가 있겠죠. 이 영화는 크툴루 신화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핵이라는 대재앙은 크툴루처럼 항상 사일로와 잠수함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일로에서 사출되고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순간, 전지구적 재앙이 시작되죠. 탄도미사일의 피해를 본 국가는 자신이 가진 다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고, 곧이어 지구는 불길에 뒤덮이게 될 겁니다. 맞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점에서 상당히 크툴루라는 존재와 비슷한 핵 재앙을 다뤘죠. 그렇지만 다른 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크툴루는 운명론적 존재지만 핵 재앙은 인류의 선택으로 일어나는 재앙이기 때문이죠. 크툴루는 애초에 막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존재이고, 인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죠. 운명입니다. 저희가 만약 크툴루에게 죽게 된다면, 그것은 운명이지 그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핵 재앙은 우리가 막을 수 있습니다. 핵무기의 제조는 결국 인간의 선택이었고, 그리고 그것을 발사한 것도 인간의 선택이었죠. 한마디로 크툴루는 재해입니다. 그리고 핵재앙도 당연히 재해죠. 그렇지만 인재 (人災)라는 말입니다. 최후를 맞이할 때 과연 누구의 탓을 할 수 있을까요? 핵 재앙은 선택된 재앙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무력하죠. 저희가 선택한 결과값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입니다. 인류는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길을 걸어왔고, 이 길이 정답이 아닌걸 앎에도 저희는 줄곧 재앙을 자처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많이 떠올랐던 영화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덤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 또한 인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훨씬 가벼워진 버전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이자, 인류가 선택한 재앙이 불러올 결과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만약 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참 씁쓸하지 않을 수 없죠. 인류가 살아오고 걸어왔던 곳이 "다이너마이트로 꽉 찬 집"이었다니. 저희 모두는 라이터를 든 채 서로를 의심하고, 협상하고, 간을 봅니다. 그리고 그 라이터가 떨어지는 순간, 저희 모두는 서로를 탓하지도 못한 채 불길 속으로 사라질겁니다.
6. 캐서린 비글로우, 그녀만이 갖는 "현장의 매혹"
제가 감히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칠고 투박한 카메라 워킹으로 강조되는 현장감입니다. 핸드헬드 기법으로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주죠. 그러면서 영화적 긴장감은 놓지 않게 합니다. 이번 영화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상상하여야 완성되는 영화이고, 그렇기에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아마 이 영화가 정말 불친절하고, 심지어는 버릇 없다고도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현장적인 철학이 가득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투박했던 촬영 방식도 상당히 발전하여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담기보다는 롱 샷을 선택하며 알래스카의 기지를 촬영할 때엔 로저 디킨스의 촬영 방식이 생각 날 정도였습니다. 한번 캐서립 비글로우 감독의 전작들의 촬영 방식을 봐볼까요?
인물을 쇼트 하나에 하나씩 배치합니다. 그리고 관객을 관찰자 시점으로 놓음과 동시에 앞서 제가 올려둔 사신처럼 인물을 중심에 둠으로서 관객의 시선 분배를 확실히 하죠. 풍경의 전경을 보여주기보다는, 한 인물을 묵묵히 따라나가고, 저희는 투박한 카메라 워크와 조명을 사용한 느낌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광을 사용한 구도에 그녀가 만든 세계관으로 매료됩니다. 그래도 이번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서는
이렇게, 자연 경관을 중시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물과 험비는 거의 실루엣 처리가 되어있고, 철책 뒤로는 높게 솟은 산들이 보이죠. 이런 점에서 저는 할리우드의 거장 촬영 감독 중 하나인 로저 디킨스의 작품들이 떠올랐는데요, 제가 대표적인 예 몇 개를 들겠습니다.
굉장한 미감이죠? 인물들은 모두 실루엣 처리가 되어 비장하고 큰 일을 준비하는 듯 보이고, 해가 저물어가는 여명의 시간대를 활용하여 몰입감을 극대화시킵니다. 그리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케이트와 미 특수부대원들이 카르텔의 땅굴을 습격할 때까지 숨죽이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로저 디킨스는 위압감을 주는 쇼트를 굉장히 잘 만들어냅니다.
최소한의 조명을 사용하여 극도로 정보를 통제한 이런 장면이나.
이 장면에서는 카르텔 보스보다 조쉬 브롤린이 분한 정부 요원 맷을 관객의 시점이 닿는 왼쪽에서 등장시키고, 일부러 더 축소시켰기에 밑바닥의 왕이던 그가 한순간에 전락했음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번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화에서는 이런 로저 디킨스의 샷을 따라했다기보단,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장치로 사용했습니다.
인간의 문명보다 자연의 것을 더욱 강조시켰죠. 아프간 전쟁을 다룬 <허트 로커>에서도 각지고 상대적으로 오지인 그곳의 자연 경관을 담을 수 있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특히나 이런 쇼트가 자주 나왔던 점은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광활하고 멋들어진 풍경 속에서 작게 배치된 인간과 국기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핵이라는 굉장한 힘을 손에 쥐게 된 인류는 스스로를 행성의 지배자로 자처하며 거대한 존재라 믿어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핵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되었는지도 모른 채, 28분동안 서로 회의와 회의를 거듭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강대국인 미합중국이란 국가의 대통령도 결국 하나의 인간이었을 뿐이었죠. 영화는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인류라는 존재가 얼마나 불안정한 생명체인지요.
7. 총평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정치 스릴러와 전쟁이라는 장르로 위장한 인간을 다룬 영화입니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저희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떤 선택을 할지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아이에게 뽀로로 인형을 선물하려던 B-2 폭격기의 조종사, 그리고 자식이 피해지역권에 있어 연락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국방부장관까지. 어쩌면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을 당시의 인류는 어떻게 대항할것인지, 그리고 그 재난이 참이라면 그들은 어떻게 대항할것인지. 만약 거짓일지라도 인간이라는 한 종(種)의 턱 밑에 있는 위험을 과연 평소에는 의식할수야 있을지. 이 영화가 이렇게 확대해석될 영화냐?라고 물으신다면.. 네, 어쩌면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게 옳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이기도 하죠. 정답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핵무기란 것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위험입니다. 물론 실체가 있는 무기이고, 발사까지 가능한.. 물리적으로 형태가 있는 무기라고 해 두죠. 그렇지만 그것이 접근했고, 저희에게 안전재난문자가 올 때는 어쩌면 저희가 바라보던 세상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그것을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정부기관들의 사람들을 상대로 비춥니다. 당연히 영화를 이끌어나가야 하기에 저희처럼 완전히 관련되지 않은 일반인보다는 연관된 자들의 이야기를 비추는 게 훨씬 좋은 방향성이겠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엔딩을 남겨두는 선택은 관객에게 마음대로 상상해보라는 그녀의 자신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개개인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매력적인 포인트이죠. 항상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들을 사랑해왔고, 이제는 그녀도 노년이 된 이상 영화를 만들기엔 조금의 제약이 없지않아 있을 듯 하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처럼 그녀의 작품활동이 지속되는 염원을 보내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8.5/10)
인류여 잘 있거라, 우리가 간과해왔던 위험에 대한 노골적이고 충격적인 고발
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득이 없으면 군사를 쓰지 말며,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면 싸우지를 말라.)
감사합니다, Kevin Lee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