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식 새해맞이

「일 중독자의 탈 수도권 결혼유학」 중

by 다D

2025년의 첫 해는 지금껏 본 첫 해 중에서 최고로 맑고 찬란했다.

해돋이의 찬란함은 사진기로 미처 담지 못 하는 영역이어서 미련해 보여도 잔상이 남을 만큼 실눈 뜨고 두 눈에 최대한 담는다. 서울에 살면서는 한 해의 첫 해를 봐야겠다면 매번 선택을 했다. 그곳 대도시에 머물러 빼곡히 선 고층 건물들을 비집고 떠오르는 해를 보든지, 해돋이 명소로 전날 출발해서 숙박비가 오를 대로 오른 숙소에 묵거나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다. 전라남도인이 된 지금은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여수로 달린다. 더 늦게 일어나면 집 근처 명소로 노선을 변경할 수도 있다.



적당히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해 첫 눈부심을 경험하고 나면 식당을 찾는다.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이라 길거리에 늘 사람보다 차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날은 세상 사람이 다 밖에 나온 것처럼 문을 연 식당마다 문전성시다. 우리 부부는 대기 없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골목에서 떡국 하는 집으로 들어간다. 손님들은 익숙하게 주문하면서 자리에 앉고, 주방 이모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갓 끓인 떡국과 밑반찬을 바로 내주는 모습을 몇 번만 신기해하다 보면 우리 떡국이 눈앞에 놓인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하나 같이 새해 인사를 하면서 문 밖을 나선다.

종업원 이모님과 주방 이모님도 따뜻하게 새해 인사를 보낸다. 인사들을 잘 들어 보면 정성껏 하는 사람만 있고 온전히 듣는 사람은 없다. 나라도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정작 그 모든 인사를 받는 사람은 내가 됐다. 우리는 식사하는 동안 사람들이 식당에 놓고 간 최소 열다섯 번의 새해 복 덕분에 다복하게 새해 아침을 보낸다. 이 흥미로운 인사 쌓기를 놓칠 수 없어서 나도 식당 문을 나설 때 새해 인사를 남긴다. 집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먹는 떡국도 좋지만, 어느 해의 첫날은 식당에 앉아서 먹는 떡국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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