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생각] 스토리 시스템이 언어가 되는 순간

브랜드의 언어 체계, Brand Langue

by 허재영

‘Story telling’이라는 단어에는 기준과 체계의 개념이 빠져 있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이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면, ‘Story system’이 훨씬 정확하다. 이를 두고 “그게 그거 아니냐, 말장난 아니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단어 하나, 개념 하나가 갖는 힘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관점과 태도를 갖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규정해버린다.


스토리텔링과 스토리시스템


‘스토리텔링’을 앞에 놓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슨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캠페인마다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매번 다른 감동을 설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준없이 이야기만 남는다. 그래서 브랜드는 다음 이야기 앞에서 종종 다시 백지 상태로 돌아간다. (시스템이 부재할수록 캠페인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다.)


반대로 ‘스토리 시스템’을 앞에 놓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시스템은 스스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앞서, 어떤 판단을 반복해 나갈 것인가를 먼저 정립하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 선택의 우선순위, 취해야 할 태도가 생긴다. '이야기'는 이러한 기준이 여러 맥락들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언어로 진화하는 시스템


언어학자인 소쉬르는 언어 활동을 랑그(Langue)와 파롤(Parole)로 구분했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제적 대화를 파롤, 공통된 문법과 낱말 간 규칙을 랑그라고 했다. 랑그는 체계이자 구조, 규칙이다.

브랜드에 이를 대입하면, 브랜드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전에 누구나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체계를 가져야 한다. 즉, 브랜드의 언어 체계, 'Brand Langue'가 필요하다.


스토리 시스템(System)은 그 자체로 언어(Langue)가 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며, 어떤 기준을 끝까지 유지하는지에 대한 반복된 결정들이 쌓여야만 비로소 언어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브랜드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이 브랜드라면 이럴 것 같다”는 예측을 하게 된다. 브랜드의 시스템이 언어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고유의 언어를 가진 브랜드는 말을 줄여도 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이해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고유의 언어는 더 많이 말하여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말해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때 완성된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들어본 경험이 없다. (‘Think different’는 먼 옛날의 이야기다) 애플은 Simple을 향한 집요함을 굳이 문장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애플의 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언어 체계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Nike 또한 브랜드 슬로건인 ‘Just Do It’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고유 언어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언어는 ‘도전’에 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두며,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순간에도 중립이 아닌 '입장'을 선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태도가 반복되어, 브랜드 고유의 언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결국 브랜드 언어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선택과 판단이 반복되어지는 체계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될 때, 그 체계는 외부에서 인식되는 언어가 되고, 브랜드는 더 이상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스토리 시스템의 구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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