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타필드에 가는가
집 앞에 ‘스타필드 마켓’이 생겼다. 본래 ‘이마트 타운’이었던 공간이 리뉴얼된 곳이다.
우리의 인식 속 스타필드는 언제나 ‘초대형’이었다. 규모 자체가 메시지였고,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도 압도적인 크기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었다. 그런 스타필드가 최근 ‘마켓’, ‘빌리지’ 같은 서브 네임을 달고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굳이 ‘스타필드’라는 브랜드를 붙였을까. 이마트라는 덜 부담스러운 자산을 활용할 수도 있었고, 아예 새로운 도심형 브랜드를 만드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필드'라는 이름을 가져왔다는 것은 이 공간이 단순한 리뉴얼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움직임은 오프라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처럼 보인다. 효율의 언어로 구매를 유도하는 일은 이미 온라인의 영역이 되었다. 더 싸게, 더 빠르게 파는 경쟁에서 오프라인은 오래 전에 밀려났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이 만들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아마도 ‘체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스타필드 마켓'에도 초대형 스타필드와 마찬가지로 광장 같은 공간이 있다. 공간이 열리는 느낌을 준다. ‘사러 온 곳’이 아니라 ‘들어온 공간’이라는 감각을 만든다.
동선 또한 그렇다. 시선이 위아래로 열릴 수 있게 설계되어있어, 자연스럽게 멈춤이 생긴다. 걸음의 속도는 느려진다.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많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앉아만 있어도 되는 자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명확하게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
긴 체류 시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정도 규모의 공간에 꽤 큰 서점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서점은 매출 효율로만 보면 언제나 불리한 업종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만 놓고 보면 이만큼 강력한 장치도 없다. 서점은 시간을 붙잡는다.
이 지점에서 스타필드는 분명해진다.
스타필드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브랜드인 것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로 채워졌던 공간에는 이제 BYD, 서점, 스타벅스, 데카트론,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매장들이 들어왔다. 얼핏 보면 “얼마나 팔릴까?”라는 의문이 남는 구성이다. 하지만 이곳이 ‘스타필드’로 규정되는 순간, 그 질문은 의미가 없어진다.
충분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경험들이 채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필드는 빠르게, 밀도 높게, 미션의 수행을 돕는 브랜드가 아니다. 아무 목적 없이, 주어진 하루를 흘려보내는 것을 돕는 브랜드에 가깝다. 즉, 미션을 부여하지 않는 공간이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도착지를 향해야 하는 이케아의 공간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스타필드의 KPI는 인당 구매단가 보다는 인당 체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인당 효율이 KPI의 중심에 들어와야 한다면, 그 공간은 ‘스타필드’라는 이름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민감하게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우리가 파는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본질을 벗어나는 순간, 과감히 브랜드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스타필드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본질을 지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