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출발점은 CEO다
B2B 기업일수록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CEO의 세계관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
“Accelerating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abundance.”
이 문장은 단순한 미션 스테이트먼트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 개인의 세계관이 기업의 언어로 전환된 결과다.
일론 머스크의 세계관은 명확하다. 첫째, 인류 문명은 지구라는 단일 행성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둘째, 인류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수단은 기술이다.(그래서 그는 전통적인 NGO 활동을 근본적 해법으로 보지 않는다) 셋째,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즉, 그는 '인류 문명의 존속과 진화’라는 단 하나의 문제에 집요하게 집중하고 있다.
이 세계관 위에서 일론 머스크는 기술에 집착한다. 그리고 기술 발전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자신의 삶 대부분을 베팅한다. 테슬라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 ‘Accelerate(가속)’라는 개념이 들어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속도는 그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 세계관 속에서 테슬라가 전개하는 제품/기술의 네이밍은 단순한 상품명이 아니다. 미래를 먼저 선언하는 북극성(North Star) 역할을 한다. 그래서 테슬라의 네이밍에는 종종 논쟁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FSD (Full Self-Driving)이다. 완전자율주행이 맞냐 아니냐는 기술적/법적 논쟁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일론 머스크는 선언적으로 이 이름을 선택했다. 그리고 실제 FSD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케일과 임계점을 건드리는 단어 선택이다. Gigafactory, Terafab, Full Self-Driving,
Cybertruck. 모두 매우 과감한 단어들이다. 국내 기업에서 이런 단어를 활용한 네이밍을 후보로 제시하면, 대체로 이런 피드백이 돌아오곤 한다.
"우리가 쓰기엔 조금 부담이 됩니다..."
"실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조금 톤 다운을 해봐주세요..."
테슬라는 어떻게 이런 단어를 선점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이 네이밍들이 브랜드팀/조직의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과물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라는 CEO의 세계관이 언어적으로 출력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워딩은 팀이나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대개는 감당하려 하지도 않는다. 평범을 넘어서는 언어를 감당하려면 그 언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CEO, 무엇보다 CEO의 세계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B2B 기업일수록, 기술 기업일수록, 복잡한 산업일수록, 세계관이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세계관이 구축되었을 때 비로소 현재가 아닌 미래를, 리스크의 회피가 아닌 감수를, 합의가 아닌 선언을 하며 앞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CEO의 세계관이 부재하고 브랜드의 세계관이 없다면 누구도 싫어하지 않고 누구도 열광하지 않는 회피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무난한 합의의 언어인데, 주로 next, global, innovation 류의 단어들이 사용된다. 방향은 있지만 목적지가 없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을 제자리에 표류하게 만드는 언어다.
테슬라가 과감한 네이밍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언어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이 처음부터 명확했기 때문이다. 세계관이 있는 CEO는 조직을 설득하기보다 미래를 먼저 선언한다. 그 선언은 '브랜드의 언어'가 되고, '조직의 속도'가 된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조직은, 평범의 단계를 넘어서기 시작한다.